“‘15분 도시’ 빙자한 제주도정의 가로수 학살, 즉각 중단하라”

가로수시민연대, 21일 성명서 발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2-12-23
“‘15분 도시’는 인간과 자연생태계를 위한 도시여야 한다!”
“제주 서광로의 가로수·자전거도로 제거 공사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총 328억 원을 들여 건입동~노형동 10여㎞ 구간 전체의 가로수 화단·보행겸용 자전거도로를 제거하려는 터무니 없는 중앙차로 신설공사 사업계획은 당장 철회해야 한다!”

가로수시민연대는 “‘15분 도시’ 빙자한 제주도정의 가로수 학살,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시민연대는 “제주도정은 대대적인 토건사업은 빼고 자동차, 주차장에 대한 적극적인 수요관리부터 해나가야 한다. 가로수 등의 도시녹지와 자전거 전용도로는 더더욱 확충해야 하고, 단순화된 정류장의 설치와 차선 조정 등을 이용해 지금의 6차선 간선도로를 그대로 활용하는 ‘제주형 BRT 시스템’의 창출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제주도청에 강력히 요구했다.

시민연대에 따르면, 제주 서광로 3㎞ 구간에서 수십 년 수령의 가로수 100여 그루가 마구잡이로 제거되고 있다. ‘15분 도시’를 빌미로 ‘15분 도시’의 취지와는 정반대의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제주도정이 12월 11일부터 개정 시행되는 ‘간선급행버스체계법’에 따른 간선급행버스BRT 전용 중앙차로 신설공사를 벌이면서 현재의 6차선 간선도로 사정에 맞지 않는 꾸리찌바 시의 7차 선형 BRT 체계를 그대로 흉내 내려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시민연대는 “‘땅 위의 지하철’인 BRT의 핵심은 단순히 ‘친환경 대중교통’의 증설이 아니라 간선에 대한 지선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있다. 가로수와 보행·자전거 이동을 위한 공간들이 사라져 보행, 자전거, 기타 다른 대중교통과의 연계성이 그만큼 줄어든다면 BRT 신설사업은 막대한 세금만 축내고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만을 낳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게다가 똑같이 보행로와 가로수를 제거해 버스전용차로를 조성했던 지난 2017년의 1단계 공사는 대중교통 분담률이 오히려 줄어들면서 실패로 귀결됐다. 그런데도 제주도정은 그러한 1단계 공사에 대한 평가도 공사계획에 대한 공개협의도 없이 추가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토건맹신주의의 산물이고 연간 1000억 적자 준공영제에 이은 제2의 초대형 제주교통정책 참사”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인도폭을 심한 곳은 4m도 넘게 잘라버릴 예정인 이 사업을 소위 ‘15분 도시 제주’를 표방하면서 벌이고 있다”며 “제주도정은 ‘15분 도시’의 보행로와 가로수 늘리기 원칙뿐만 아니라 주민 연대와 정치참여의 원칙도 정면 위배하고 있다. 문제가 된 구간의 가로수 제거 계획은 지난 2018년 8월에 설계되어 지금까지 4년도 넘도록 비공개된 채로만 있었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연대에 따르면, 꾸리찌바, 파리, 바르셀로나, 런던 등 해외 선진도시의 ‘15분 도시’의 핵심은 도시 주민들이 도시 안에서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 일상생활의 리듬을 바꾸겠다는 것에 목적이 있다. ‘걸어서, 또는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이동이 가능한 범위’를 하나의 생활권이 되도록 해 주민들이 좋은 환경 속에서 활력 있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정책 철학이다.

이러한 삶을 위해서는 보행 > 자전거 > 대중교통 > 자동차라는 명백한 정책순위에 따라 교통체계를 재정비해야 하고, 오히려 지금 있는 도로와 주차장조차도 시민과 생태계를 위한 공간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또한 사적 점유보다는 공적 점유와 다용도 이용을 통한 공간 사용을 촉진해야 하고, 주민들이 서로 만나 어울리면서 자신들의 삶과 직결된 대부분의 정책사안을 스스로 논의, 의결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15분 도시’ 전략에는 ▲보행로·자전거도로와 가로수·도시숲 늘리기와 ▲주민 연대와 직접민주주의의 실천 양자가 반드시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가로수, 띠녹지, 정원, 공원 등의 도시숲은 탄소를 흡수하고 각종 오염에 대한 필수 완충지대를 형성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창출하고, 에너지비용을 절감시켜주며, 주민들이 자연과의 일상적인 접촉 속에서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준다.

정부는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이제 웬만한 도시는 도시숲을 대대적으로 늘리겠다는 기본적인 ‘녹지계획’을 두고 있다. 제주도정 역시 앞으로 5년간 무려 663억 원을 들여 ‘나무 600만 그루’를 심겠다고 공언했다.

시민연대는 “한쪽에서는 나무를 심겠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십 년 된 귀한 가로수들을 마구잡이로 제거해버리고 있다. 실로 처참한 혼돈상이 아닐 수 없다”며 “나무는 ‘이식’만 하면 다 괜찮아지는 것이 아니다. 큰 나무일수록 이식 작업의 편의를 위해 가지와 뿌리를 상당 부분 자를 수밖에 없고, 그렇게 이식된 나무일수록 이후의 생존율과 건강성을 보장받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람이 편하게 또 쾌적하게 걸어다닐 수 없는 도시는 ‘도시’가 아니다. 땡볕과 찬바람과 소음을 막아주어 쾌적한 보행을 보장해주는 도심 속 가로수가 없다면 그 도시는 더이상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도시가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jj870904@nate.com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