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해 작가, ‘신비한 동쪽 지리산 생태’ 세계에 알린다

영국 ‘첼시 플라워쇼’ 진출 쾌거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3-04-06

‘첼시 플라워쇼’ 쇼가든 부문에 황지해 작가의 신작 ‘백만년 전에 날아온 편지(A letter from a million years past)’이 선정됐다. / 뮴 제공

황지해 작가가 다시 첼시 플라워쇼에서 K-가든의 멋과 아름다움을 통해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오는 5월부터 열리는 영국 ‘첼시 플라워쇼’ 쇼가든 부문에 황지해 작가의 신작 ‘백만년 전에 날아온 편지(A letter from a million years past)’이 선정됐다. 2011년, 2012년에 이어 세 번째 출전이다.

2011년에는 근심을 털어버리는 곳, 마음을 비우는 곳이라는 주제로 한국의 전통 화장실을 정원으로 선보인 ‘해우소 가는 길’로 첫 출품과 동시에 아티즌가든 부문 금메달과 최고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아픔을 DMZ의 유일한 생태자산을 통해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자연의 힘과 재생력을 정원으로 선보인 ‘고요한 시간-DMZ 금지된 정원’으로 새롭게 신설된 전체 최고상(회장상)과 금메달을 동시 수상하며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로 인정을 받고 있다.

올해 조성되는 ‘백만년 전에 날아온 편지’은 한국의 어머니산이라 불리는 지리산의 인적 드문 원시림을 모티브로 한다. 기후위기와 생물 다양성의 극심한 위협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 3년은 전세계인들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환경 위기의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에 황지해 작가는 인간이 거의 간섭하지 않아 산길도 없고, 여전히 이름 없는 계곡과 마지막 원시림으로 남아 있는 지리산의 오지로 눈길을 돌렸다. 바로 ‘지리산 동남쪽 약초 군락’이다.

지리산은 바위가 많은 산으로, 18~20억 년 전부터 퇴적된 편마암이 수평적으로 놓여 형성된 탓에 비교적 완만한 산릉을 이루며, 토양층위가 두터워 양토 비율이 높기 때문에 식생이 안착하기도 좋다. 특히나 게르마늄 성분이 많아서 예부터 약초가 많은 치유의 땅으로 전해졌으며, 그만큼 한의학이 성장한 중심지였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한국이 산업화되고 세계적인 국가로 발돋움하는 사이에도, 이곳의 남동쪽 원시림은 각종 자생종과 멸종위기종이 서식해 왔다. 현재는 특별보호구역으로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여전히 이곳에 서식하는 산야초의 종류만 해도 1,000여 종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많은 약초가 집중적으로 자생하는 지역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한 사례이다.

황지해 작가는 이번 정원을 통해 ‘이른 아침햇살 산비탈 약초들이 자생하는 고요한 산자락’을 구현할 계획이다. 여기에 약초꾼들이 약초를 건조하던 장소로서 습도 및 온도, 일조량 그리고 통풍 등이 조절되는 작지만 과학적 기술이 함축된 ‘건조장’을 연출할 계획이다. 다양한 서식 환경을 만들어 주는 숲속 지형의 높낮이와 일조량을 만드는 크고 작은 교관목, 공중습도를 조절하는 바위 위로 흐르는 물 등 다양한 약초의 생장 환경을 표현한다. 

식생은 지리산 운봉에서 처음 발견된 ‘모데미풀’과 붉은 보랏빛이 강한 지리산만의 희귀 멸종식물 ‘지리터리풀’, 사라졌다가 다시 찾아온 ‘남바람꽃’, 천고지 이상에만 자생하는 ‘천삼’, 고지대에서 군락을 이룬 ‘오미자’, 계곡 주변에서 식생하는 멸종위기종인 ‘세뿔투구꽃’, 그리고 노각나무, 지리괴불나무, 지리바꽃, 나도승마, 지리고들빼기, 지리산개별꽃, 참바위취, 지리강활, 지리 금마타리 등등 한국 자생종과 특산종을 정원에 도입해 한국성의 근간이자 토대, 지치지 않는 우리들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담을 계획이다.

한편, 첼시 플라워쇼는 1827년 치즈윅가든에서 처음 개최되어 제2차 세계대전을 제외하고 195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정원박람회로, 정원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권위를 가진 행사다. 영국에서 벌어지는 세계적인 레저 행사인 프리미어리그나 테니스 윔블던보다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왕실에서도 공식 일정으로 챙기는 행사이다.


황지해 작가의 신작 ‘백만년 전에 날아온 편지(A letter from a million years past)’ / 뮴 제공

동양에서 인체를 이루고 있는 몸은 자연의 운행으로 본다. 모든 세계와 인류가 연결되어 있듯이 그 공생의 원리와 질서,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민간약인 약초의 생장 환경을 통해 식물의 생육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인디언이 그래왔듯이 우리는 산과 들의 약초를 통해 병을 치료하고 자연에 의지해 생존해왔다. 지리산 칠선계곡의 사례를 통해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본래 있던 것을 되돌려줌으로써 원시로 돌아가고자 하는 식물의 관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 원시성 회복이자 자연과 인류의 생명을 지켜낸 것이라 생각한다.

지리산은 한국의 어머니산이라 불린다. 한국 최후의 원시림이자 예로부터 약성이 좋은 약초가 가장 많이 나며, 현재도 약 천여종의 약초가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정원은 한국 지리산 동쪽 방향 약초군락지를 부분적으로 재현하고자 한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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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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