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세계잼버리, 예고된 최악의 환경참사로 마무리

[기획]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예고된 환경참사 - 1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3-08-14
세계스카우트잼버리로 세계가 떠들썩하다. 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이었고, 중도 퇴영하는 국가들이 발생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폭염에 대한 무대책이었으며, 배수 문제, 미흡한 의료시설, 음식 문제, 비위생적 환경, 벌레 물림, 코로나19, 바가지 요금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불거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회 막바지에 태풍까지 몰려오면서 세계스카우트연맹 Ahmad Alhendawi 사무총장은 “홍수, 폭염에 태풍까지 스카우트 잼버리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복합적인 도전(compounded challenges)에 직면했다”며 참가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7일 밝히고, 8일부로 참가자 전원을 퇴영시켰다.

이번 세계잼버리를 두고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9일(현지시각) ‘잼버리가 개최되기 수년 전부터 폭염과 태풍에 대한 사전조치가 필요하다는 경고가 제기됐으나 대비하지 못했다’고 진단했으며, 로이터통신은 10일(현지시각) ‘폭염 속에 열린 이번 잼버리는 날씨로 인한 어려움은 차치하고 기상청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준비도 부족했다’며 정부의 준비 부족을 비판했다.

사실 2017년 세계잼버리 개최지로 새만금이 선정된 직후 정책적 추진계획은 장밋빛 성공개최였다. 하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이때부터 세계잼버리가 최악의 환경참사로 마무리 될 수 있음을 예견했으며, 환경조경전문가의 적극적 참여와 의견개진을 요구하여 왔다. 물론 뒤늦은 주먹구구식 반영으로 혼란은 가중됐으며, 최악의 참사가 일어났다.

이에 라펜트에서는 기획연재를 통해 세계잼버리 준비과정에서 발생된 다양한 문제점을 환경조경 관점에서 분석 및 비평하고자 하며, 향후 정책 마련 및 결정 등에 반영되어야 할 내용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잼버리 프로그램, ‘자연환경 속 모험을 위한 기회’ 제공해야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World Scout Jamboree)는 세계스카우트연맹(WOSM)에서 주최, 4년마다 열리는 전세계 172개국 5만여명의 스카우트 회원들의 합동 야영대회이자 각국의 문화 교류를 위한 청소년 축제이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자연 속에서의 야영을 통해 피부색·종교·언어를 초월한 협동과 협력의 자세를 배우고, 독립심, 도전정신을 고취하며, 각국의 문화를 교류함으로써 건강한 시민의식을 함양하고, 세계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강화하며, 국제적 이해를 증진한다는 잼버리 정신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세계스카우트연맹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잼버리 프로그램은 ‘자연환경 속 모험을 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참고로 잼버리의 뜻은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이다.


잼버리, 개최 확정 후 막대한 국가 예산과 조직 투입해 추진

이에 2015년, 한국스카우트연맹은 세계잼버리 유치 신청 전, 국내 후보지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진 강원도 고성과 전라북도 새만금을 평가했으며, 결국 새만금을 국내 후보지로 확정했다. 

잼버리 후보지로는 무주 태권도원, 덕유산국립공원 야영장 등이 적지로 거론됐으나 전라북도는 뜬금없이 새만금으로 확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잼버리 개최에 필요한 단일부지(10㎢)와 뛰어난 자연 인프라 등을 앞세운 유치 당위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2017년 8월에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세계스카우트총회가 개최됐으며, 폴란드 그단스크(개최지)와의 경쟁에서 새만금의 무한한 자연 인프라를 무기로 내세워 압도적 표차이(607표 대 365표)로 유치에 성공했다.

이후 여성가족부 및 전라북도 등은 세계잼버리 성공개최를 위해 846억원, 기본인프라 구축사업비 3,676억원 등을 산출해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지속적 증액을 통해 성공개최를 장담했다.

2018년에는 전라북도 세계잼버리추진단 구성 및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을 제정, 2019년에 여성가족부 세계잼버리 조직위추진단 출범 및 ‘세계잼버리 특별법 시행령’ 개정, 2020년 ‘2023 세계잼버리조직위원회 출범’ 등 6년간 준비했다.

초기 잼버리 포스터 / 전라북도 제공

한편, 세계잼버리가 치러진 야영장은 2010년 1월 ‘새만금 내부개발 기본구상 및 종합실천계획(안)’을 통해 관광·레저용지로 확정됐다. 하지만 2017년 12월 예산부족, 신속한 사업추진 등을 이유로 농업용지로 관리토록 함에 따라 농지관리기금을 들여 매립 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2020년경부터 일반흙이 아닌 갯벌을 준설한 매립토로 본격적인 매립공사가 시작됐으며, 2022년경까지 평평한 농지의 형태로 약 2.5m 가량의 성토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야영장 주변으로 1년에 2m씩 자라는 미루나무 등 나무를 식재하려 여러차례 시도했으나 염분 농도가 심해 모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실정이다보니, 최초 공개된 잼버리 부지에 대한 조감도는 지속적으로 변경됐으며, 종국에는 2023년에 공개된 조감도마져도 속임수로 전락했다.

결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전문가들의 예견처럼 무한한 자연 인프라는 커녕 내리쬐는 뙤약볕, 폭우로 생긴 물웅덩이에 모기가 들끓는 열악한 환경 속에 텐트를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


잼버리 야영장 2017년 발표 조감도 / 부안군 제공


잼버리 야영장 2023년 발표 조감도 / 전라북도 제공


이미 예고됐던 폭염, 그러나 대응책은···

이미 수년 전부터 폭염과 태풍은 이번 대회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꼽히고 있었다. 2016년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8월 1∼12일 2023 세계잼버리 기간 한반도에 폭염이 가장 심하고 태풍과 폭우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으며, 2018년 보고서에는 ‘8월 행사가 36도 폭염과 태풍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2018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는 폭염 대책으로 잼버리 야영장에 대규모 녹음수를 심어 울창한 숲을 제공하겠다는 방안은 이뤄지지 않았고, 예상대로 잼버리 첫날인 1일, 정부는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새만금 세계잼버리조직위는 ‘자연재난 위기대응 행동매뉴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응 체계를 가장 낮은 ‘주의’ 단계로 유지하면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대회 당일까지 마련된 폭염 대책은 덩굴 터널과 수도뿐이었고, 대원들에게 제공돼야 할 냉수과 얼음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8월 2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잼버리에서 나흘째인 5일, 폭염에 견디지 못한 싱가포르와 영국이 첫 조기퇴영을 알렸고, 다음 날인 6일 미국과 더불어 한국의 대원들의 퇴영 소식까지 전해졌다. 그리고 개막 8일 만에 ‘전원 조기 퇴소’가 결정됐다.

새만금 세계잼버리는 전북 부안 새만금 부지에 세계 158개국 만 14~17세 청소년 3만7000여명이 참가했다. (♣ 다음편 계속)


잼버리 야영장 / 나무위키 제공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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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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