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세계잼버리, 궁여지책과 무지에서 비롯된 환경참사

[기획]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예고된 환경참사 - 2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3-08-16
2015년 일본의 야마구치현에서 세계잼버리가 개최된 바 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이하 ‘세계잼버리’) 개최지처럼 간척지를 매립해 열악한 기후환경에서 행사를 치러냈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오랜시간 치밀한 계획과 실행, 사후관리를 통해 기반시설과 녹음 등을 갖추었으며, 현재에는 다양한 문화·체육행사로 분주하다. 더불어 지역주민 삶의 여유와 건강을 챙기는 공원·녹지이자, 생물다양성 보전에도 크게 기여하며 전세계적 명소로 자리잡았다.

새만금 세계잼버리도 예견돼 있던 폭염, 그리고 임해매립지라는 장소적 특수성 등에 대해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계속 악화됐으며, 마지막 기회마저도 무지함과 궁여지책으로 내던져 버렸다.


일본, 2015년 세계잼버리 개최지 / 세계스카우트연맹 제공


사전시찰(답사)에서 이미 충분한 해답 얻어

2016년 ‘공무국외여행보고서’에 따르면, 새만금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해 새만금개발청장 등 관계자는 간척지를 활용해 2015년 세계잼버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일본 야마구치현 키라라하마를 방문했다. 이때 기반시설 구축 및 관련시설 사후 활용방안 등에 대한 성공사례를 청취 및 협의했다.

당시, 키라라하마 세계잼버리 간척지는 1947년부터 1964년까지 매립된 이후 개발계획 변경(농업용지→관광레저용지)을 통해 현재에 이르렀으며, 배수,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그늘제공 및 증기분사기 사용 등을 비롯해 자연 그대로 원상복구, 행사장 일대 공원조성 사업 등에 대한 내용을 확인했다. 

이후, 2017년 12월(해외시찰 결과보고서, 2018년)에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일본 야마구치현을 시찰했다. 2023년 새만금 잼버리 준비를 위한 사전 자료조사 등이 목적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도 2015년 세계잼버리를 간척지에서 개최함에 따라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열악한 기후환경으로 2012년 전국식목행사 등을 통해 나무그늘을 만들고 시설을 갖추었다. 

사실 키라라하마는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1964년 매립된 이후 1988년 농경용지에서 개발정비사업을 통한 관광레저용지로 변경됐으며, 2001년부터 국내 및 국제 대회, 2013년 아시아·태평양 사전 잼버리 등을 개최하며 정비되어온 곳이다.

즉, 세계잼버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시찰만 있었을 뿐 전문가 의견은 수렴되지 않았고, 심도있는 사례분석도 없었으며,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없었다. 2018년 전북도가 내세운 ‘풍성한 숲 공간’ 조성, 조경과 시설물 설치에 따른 ‘그늘이 있는 휴식장소’, 배수를 위한 토질개선 및 배수로 확충 등은 애초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던 것이다.


관광·레저용지에서 농업용지로 변경

새만금 세계잼버리 개최지는 2017년 관광·레저용지에서 농업용지로 관리되며, 일본과 반대로 추진됐다. 일본은 농업용지에서 관광레저용지로 변경되며, 대상지에 대한 공간활용이 매우 유연해졌다. 하지만 새만금 개최지는 ‘새만금사업법 시행령’제4조에 따른 관광·레저용지에서 농업용지로 변경됨에 따라 제약사항이 많아졌다. 

대표적으로는 갯벌을 준설해 성토하는 과정에서 농업용지에 적합토록 평탄지로 조성함에 따라 배수에 한계가 생겼으며, 외곽 배수로의 기능 저하와 내부 배수로도 미설치되어 비가 조금만 내려도 침수된다. 이는 수목식재를 통한 나무그늘 조성에도 매우 큰 문제로 작용하는데, 수목식재 시 배수가 안될 경우 뿌리가 썩는 등 고사의 원인이 된다.

또한 농업용지로 조성된 개최지는 현재 철거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수개월 내에 수백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기반시설 및 야영장을 비롯해 단위시설로 조성된 화장실, 샤워장, 분리수거장, 통신시설 등은 모두 철거해야 한다. 최초 계획된 관광레저용지라면 상황이 달려졌을 수 있으나, 농지관리기금으로 조성된 농업용지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농업용지이자 유보용지로 지정해 놓아 향후 활용 가능성은 다소 유연하다. 


일반흙이 아닌 갯벌 준설로 매립공사 추진

새만금 세계잼버리 개최지에 대한 매립사업은 2017년 확정됐으며, 본격적인 매립공사는 2020년에 시작해 2022년 말에 완료됐다. 근처에서 일반 흙을 준설할 수 없어 갯벌을 준설해 매립토로 사용했으며, 2.5m 가량 성토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여기부터 풍성한 숲 공간 조성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진 것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새만금 간척지에서 사료작물, 경제작물 등의 재배가 가능한 염분농도는 0.2% 이하라 보고하고 있다. 여기서 염분농도는 간척연대 및 숙전화 정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간척초기에는 갈대, 나문재 등 염생식물, 0.2% 이상에서는 자운영, 유채 등, 0.2% 이하에서는 사료작물과 경관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특히, 나무(수목)의 경우 일반적으로 염분의 한계농도를 0.05%로 보고 있으며, 잔디는 0.1%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갯벌 등을 준설할 경우 통기성, 배수성, 강알칼리성(염분) 등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했으며, 매립 1년 후 염분 농도를 0.03% 이하로 떨어뜨려 수목 생육에 적합토록 했다. 이밖에도 간척지에서 수목식재 시 토양물리성 개선을 위한 다양한 공법들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바닷물 염도 3%를 거의 그대로 담고 있는 갯벌을 준설해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0.2%로 낮아질 수 있는 기간은 최소 5년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이 1991년부터 시작된 간척사업으로 현재는 전체 지역의 90%가 염분농도 0.2% 이하로 조사되고 있으나, 세계잼버리 대상지는 신규간척지에 해당한다.

사실상 나무(수목)를 식재하기에는 갯벌 준설토 사용에 따른 염분농도, 통기성, 배수성 등에서 이미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었던 것이다. 전북도에 따르면 염분에 강한 미루나무가 식재가 실패했음을 전했는데, 현재 개최지는 재배식물도 자라기 어려운 환경인 것이다. 부랴부랴 야영장 길목 등에 수목이 식재된 화분 1만5,000개를 두었으나 그늘을 만들지는 못했다.


조경 식재기반시설 미비에 더해 공사예산 삭감

2020년 12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F)이 발표한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간이타당성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당초 29억3,200만 원이었던 조경 공사 예산안이 14억3,674만 원으로 감액됐다. ‘조경 공사 항목은 행사 규모상 너무 과하다고 판단돼 수량의 50%를 적용하고 단가를 재조사해 작성했다’는 사유였다.

2018년 전북도가 내세운 ‘풍성한 숲 공간’ 조성은 사실상 예산확보를 위한 속임수로 전락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농업용지 변경, 갯벌 준설 토양 등은 이미 풍성한 숲 공간 조성에 매우 큰 악재로 작용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 확보를 통한 긴급 대응이 필요했음에도 오히려 예산을 삭감했다.

최근에는 간척지 조성사업에서 식재기반시설을 포함한 조경공사가 다수 발주되고 있으며, 전문가 사전협의를 통해 매립공사 시 식재기반시설 마련이 가능하다. 또는 조경공사를 통해 마운딩 식재, 플랜터 또는 인공지반 마련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었음에도 예산삭감으로 사실상 대응방안을 원천차단한 것과 다름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일본의 2015년 세계잼버리 개최지 시찰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새만금 테마파크, 국제교육도시 등 중장기적 계획을 명확히 해 식재기반을 조성할 수 있었다. 조경공사에 대한 낮은 인식수준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라 할 수 있다. 간척지라는 특수한 환경임을 고려해 전문가 참여 및 의견수렴이 필요했으나, 국가정책적 궁여지책으로 최악의 환경참사가 일어났다. (♣ 다음편 계속)


새만금개발공사 유튜브 캡쳐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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