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대서양 해안과 시내를 걷다

글_강호철 오피니언리더(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23-11-17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355


모로코와 파리편 - 12

대서양 해안과 시내를 걷다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하산 2세 모스크에서 해안을 따라 정비가 잘 되어 있습니다.

해안을 따라 조성된 여유로운 녹지가 광장처럼 느껴집니다. 

수목이 제법 식재되었으나 식재기반이 열악하고, 강한 바람 때문에 생육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방파제와 안전 펜스가 저 멀리 서쪽 끝에 위치한 등대 아래까지 이어지네요.

방파제로부터 녹지대의 폭이 대략 80-100m, 거리가 약 2㎞ 확보되어 있습니다.

하산 2세 모스크를 배려한 해안정비로 느껴지네요.

















대서양의 검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거침없이 걸어봅니다.

이 바다의 건너편이 미국의 마이애미랍니다.

그래서 이곳이 마이애미 워터 프론트로 불린다네요.

다목적 잔디광장을 비롯하여 수목이 식재된 녹지대와 어린이 놀이공간, 퍼걸러와 벤치 등 휴게시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흐린 날씨라 산책하는 시민들도 꽤 있네요.

넓은 녹지대와 광장은 아직 시공된 지 오래지 않아 보이고, 관리 상태도 부실하여 황량한 분위기네요.

하지만 이곳은 대서양의 탁 트인 조망 때문에 많은 사람이 즐겨 찾나 봅니다. 

산책로에서 낚시도 하네요.














동쪽으로 뒤돌아 보면 해변에 하산 2세 모스크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해안을 따라 자동차 도로를 건설하지 않고 녹지대와 산책로를 둔 것이 대단하네요.

녹지의 내용과 구성은 다소 미흡하다지만, 공간 콘셉트는 이상적이라 생각됩니다. 

큰 그림은 양호하네요.

평지에 설치된 방파제가 끝나고 언덕이 나옵니다.

이곳은 자연적인 형상의 해안을 볼 수 있네요.

주민들의 피서지로 이용되나 봅니다.

옥외에서 이용하는 파라솔이나 간이 휴게시설들이 아직 기능이 떨어지고 세련되지 않았네요.

최근 우리나라의 고급화된 캠핑용 시설과 너무 차이가 나고 비교가 됩니다.








등대가 있는 서쪽 언덕까지 이동하였습니다.

대서양을 끼고 두 시간 정도 산책하였네요.

인공적으로 시설된 방파제 구간과 자연스러운 해안을 함께 살펴보고 언덕 위에 있는 등대까지 올라왔습니다.

등대의 문은 녹이 슬고 굳게 잠겨있습니다.

전망대 자리로 최고의 위치네요.

바닷가 곳곳에 자리한 멋진 카페들이 나그네를 유혹합니다.


















아름답고 푸른 대서양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해안산책은 등대에서 마감하였습니다.

해안을 벗으나 시가지로 이어지는 내륙으로 들어왔습니다.

오래되어 보이는 아파트들이 눈길을 끕니다.

벽면을 장식한 화려한 그림들이 발길을 유혹하네요.

서민들의 아파트로 보이는데 다소 낡았지만,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아파트의 벽면에 새겨진 원색의 슈퍼그래픽이 먼 곳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네요.

건물은 낡았으나 층고가 높지 않고 밀도가 낮아 한층 여유롭습니다.

물리적 시설에 비해 주민들의 표정도 밝고 주거 만족도가 높아 보이네요.

우리의 80년대를 연상시킨답니다.

옥외 공간은 잔디와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습니다. 

베란다에 늘린 빨래에서 서민들의 삶과 온기를 느끼게 하네요.

제법 외곽으로 나왔다는 생각을 하며 감각적으로 도심을 향해 걷다보니 의외로 빨리 낯익은 거리를 만나게 됩니다.

곳곳에 프랑스의 흔적들이 남아있답니다.

도로망을 비롯한 건축물이나 오픈 스페이스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되네요.
















카사블랑카는 모로코의 최대 도시입니다.

하지만, 도시 규모가 크지 않네요. 저의 답사 코스로는 다소 작아 보입니다.

몇 시간을 걷다 보니, 어제 다녀온 거리를 또 만나게 됩니다.

이슬람 국가에서 천주교 성당(Sacred Heart Cathedral)이 눈길을 끕니다.

프랑스 건축가의 설계로 1930년 완공된 아트-데코 스타일입니다. 

엊그제 답사한 아랍 연합공원 입구의 트램 노선에 이르렀네요.












이미 낯익은 도심 거리는 마음이 한결 안정되고 편안합니다.

지도가 없어도 감각적으로 이미 공간과 방향을 대충 숙지하였지요.

분위기가 서로 다른 소공원도 만납니다.

카사블랑카는 가장 널리 알려지고 개방된 도시랍니다.

규모가 크고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들도 종종 등장하네요.

이곳은 아프리카 땅이지만 유럽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럽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네요.

치안이 양호한 처지라 부담 없이 거리와 골목길을 살펴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모로코를 배경으로 한 로맨틱 영화 카사블랑카는 실제 이곳에서 촬영된 것이 아니랍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릭스 카페를 재현해 놓은 곳이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네요.

촬영했던 당시의 세트장은 사라지고 카사블랑카에 똑같은 모습의 카페를 재현하였답니다. 

지도 없이 수소문 끝에 어렵게 릭스 카페를 찾아갔지만, 휴무로 실패하였습니다.

마침 가까운 곳에 있는 더욱 유명한 레스토랑을 만났답니다.

아프리카 특유의 분위기가 인상적이네요.


















뚜렷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걷습니다.

도시가 화려하거나 세련됨은 다소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정돈되고 매력적이네요.

막구조의 그늘이 있는 기차역도 들어가 봅니다.

장대처럼 높게 자란 야자수의 정돈된 거리도 곳곳에서 만나지요.

옛 건물들에서 프랑스의 분위기도 읽힙니다.

오랜 역사의 자국 문화와 새로이 들어온 외국 문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새롭고 독특한 도시경관을 선보입니다.























이 도시의 모든 발 걸음은 초행입니다.

모두가 새롭고 신기하네요.

새로운 경관을 탐구하여 기록하는 개척자의 시선으로 주변을 샅샅이 살핍니다.

이 도시의 주요 간선도로를 트램이 차지하고 있음이 부럽습니다.

도시 곳곳이 포화 상태의 자동차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도시의 교통과 주차문제를 풀어내는 해법이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 

우리는 도시경관법에 의한 경관위원회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도시경관을 교란하는 가장 큰 요소인 불법 주차문제와 전봇대, 가공선에 대한 뚜렷한 대응책이 없어 보여 아쉽습니다.













제주 바닷가 올레길과 한라산 둘레길 걷기 현장에서 원고를 마무리합니다.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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