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평론] 윌리엄 켄트(William Kent)가 소환해 낸 황지해

황지해 작가의 첼시 쇼 앤 아트(Show and Art) 가든 평론 - 2
라펜트l조세환 명예교수l기사입력2024-04-22
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의 경관평론 - 7


황지해 작가의 첼시 쇼 앤 아트(Show and Art) 가든  평론
 : 윌리엄 켄트를 소환해 낸 세밀풍경화식 정원의 창시 - 2


윌리엄 켄트(William Kent)가 소환해 낸 황지해





_조세환 경관평론가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II. 윌리엄 켄트(William Kent)가 소환해 낸 황지해


‘첼시 플라워 쇼의 여왕’, ‘한국 정원디자인계의 풍운아’, ‘신의 손’(God’s Hands)을 가진 작가, 자연주의 식재의 창시자 등등, 독자적이며 다양한 브랜드 아이콘을 가지고 있는 정원디자이너 황지해는 영국의 풍경화식 정원(Picturesque Garden)의 창시자인 윌리엄 켄트(William Kent)와 어떤 맥락에서 유사한 면모를 보인다. ‘자연은 직선을 싫어한다’는 말 한마디에서 나타나듯, 당시 권위적이고 귀족적 분위기의 바로크 정원 양식을 무너뜨리고 영국의 풍경화식 정원의 의미와 양식과 이미지를 정원의 역사에 새롭게 수놓은 인물, 윌리엄 켄트 말이다. 

윌리엄 켄트는 애시당초 정원디자이너가 아니었다. 그는 풍경화를 교육받은 화가였으나 뛰어나진 못했고, 정원에 대한 교육조차 받지 못했다. 그러기에 한편으로 그는 정원 디자인에 있어 각종 이념과 이론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켄트는 자연풍경의 모든 걸 본능적으로 흡수하고 그걸 재현하는 데 거침이 없었던 사람. 그래서 그는 정원에 대해 천재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3). 마침내 풍경화식 정원 디자인의 창시자이며 당대의 정원디자인 대가로 우뚝 섰고, 그의 정원 디자인풍은 영국을 넘어 유럽으로, 신대륙으로 서서히, 그러나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같은 맥락에서 정원디자이너 황지해는 미대에서 회화를 공부한 사람이다. 본인 스스로는 환경미술가임을 자처한다. 아니 그렇게 호칭해주길 바라는 사람이다. 그러니 황지해는 일단 화가로 출발한 켄트와 유사한 배경을 지닌 사람으로서 켄트와 같은 문화 종(Cultural Species)의 작가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일차적으로 켄트와 같은 미적 자질을 갖춘 인물이라는 얘기다.         

윌리엄 켄트(William Kent, 1685~1748)

윌리엄 켄트나 황지해, 모두 화가로서 출발해 정원디자인에 전채적 자질을 보였다는 점에서는 양자가 분명한 유사한 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켄트는 이후 건축가로서도 상당한 역량을 보인 반면 황지해는 환경조각가로 시작해 환경미술가로 스스로를 자리매김시켰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황지해 작가가 처음 시작한 초기의 작품들을 보면 정원이 아닌, 어쩌면 환경조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들이 있다4).(그림 참조) 

결국 황지해는 켄트처럼 처음엔 화가로 그의 인생을 출발했지만 회화로서는 빛을 보진 못했던 것 같고, 우연하게도 환경조각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듯 하다. 그렇게 활동하는 가운데 점차 자연을 다루는 정원과 환경조각을 함께 디자인하며 환경미술이란 이름으로 그녀의 주된 작품 무대와 세계를 만들어 가게 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는 근거들5)이 있다.
 
그렇게 성장을 해 가던 중 어느 날 황지해는 갑자기 첼시 플라워쇼에 나타나 금상, 최고상 등을 수상하며 정원 디자인계의 여제로 우뚝 등극했다. 황지해 작가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환경조각가, 환경미술가를 거쳐 정원 디자이너로 변신을 했는지, 또 얼마만큼의 시간과 훈련 트레이닝을 거쳤는지, 또 어떻게 첼시 플라워 쇼에 진출하게 되었는지… 그녀의 생애에 대해 궁금하지만 필자는 거기에 대해 자세히 아는 바가 없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그녀의 정원세계를 살펴볼 기회가 생긴다면 이 점들에 대한 궁금증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현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부안에 있는 황지해의 초창기 작품을 보면 환경조각 디자인에서 출발한 것은 확실한 듯하다.


황지해의 환경조각 작품_‘롱롱피쉬’, 부안읍 소재

그 이후 그녀의 작품에서 점차 정원과 환경조각 작품이 상보적 관계(주4 참조)로 함께 출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아마도 그녀는 정원과 환경조각품이 함께 공존하는 것을 통칭하여 정원이라는 용어보다는 환경미술이라고 부르는 것을 선호6)하는 성향이 있는 듯 하다. 본 평론가의 관점에서는 그녀는 정원 또는 공원 속에 환경조각물을 설치하였다고 보지만 그녀의 관점에선 이 모든 것을 통틀어 환경미술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보는 관점을 유지한다고 할까. 

황지해의 환경미술 기반의 정원과 켄트의 풍경화식 정원은 어쩌면 자연을 대상으로 풍경화를 그리는 양식으로 정원을 디자인한다는 의미에서 상호연결성이 있는 듯 하다. 또한, 이어지는 제 III장에서 보다 자세히 후술하겠지만, 이 두 사람은 디자인풍에서 ‘스와라지’ 경향을 따르고 ‘스타파주’(Stafage)와 ‘르프와르’ 등 풍경화 구성 기법에 따라 정원을 구성하는 양식도 상호 유사성을 띤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황지해의 풍경화식 정원은 켄트의 풍경화식 정원과는 풍경 묘사의 세밀성과 밀도 차원 등에서 분명한 차별성이 있는 듯 하다.

종합하면, 윌리엄 켄트와 황지해는 인물의 전공 배경에서부터 작품에 이르기까지 한편으로는 유유상종(類類相種)의 정원 작가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맥락에서는 유유이종(類類異種)의 풍경화식 정원을 구사한 사람들임에 틀림이 없는 듯하다. 그런 면에서 약 300년 전의 풍경화식 정원의 창시자인 윌리엄 켄트가 새삼스럽게도 동시대에 황지해를 소환해 냈다는, 아니면 그 반대로 황지해가 윌리엄 켄트를 소환해 냈다고 주장하는 필자의 이야기,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보따리를 풀어 가 보자.


 

3) 고정희(2018), 100장면으로 읽는 정원의 역사, 서울, 한숲. p.213.

4) 황지해의 초기 작품들을 보려면 부안읍으로 가야한다. 부안읍 내 여기저기, 그녀가 처음 설치했던 환경조각 작품에서부터 공공정원 등 비교적 가까운 근래의 작품까지 때론 점으로 또 선과 면으로 읍내 공간을 장식한다. 한 도시공간에 그렇게 많은 황지해의 환경조각 작품이 살아 있는 곳은 찾기가 쉽지 않다. 부안읍은 우리나라 최초의 정원도시이고 초창기 황지해 작품의 성지다.

5) 이 역시 부안에서 그녀의 작품을 연대기적으로 살펴보면 이런 경향을 살필 수 있다. 처음엔 환경조각에서 출발해 도시공간에 자연을 도입함으로서 공공정원 또는 공원의 개념을 띠고, 거기에 대형의 환경조각을 설치하여 정원이라고 하기엔 환경조각의 비중이 너무 크고, 환경조각이라고 하기엔 공공정원의 비중이 너무 크다. 

6) 그 당시에는 ‘정원’이라는 전문분야가 본격적으로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시대가 아니었던 것도 한 가지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황지해 작품 주요 약력>
2011년 영국 첼시플라워쇼 아티즌 가든 부분 최고상 및 금메달 동시수상
- 해우소 : 근심을 털어버리는 곳(Hae Woo So : Emptying your Mind : Traditional  Korean Toilet)
2011년 영국 글라스톤버리(Glastonbury) 해우소 재현
2011년 해우소 그린피스 기증
2012년 영국 첼시플라워쇼 RHS 회장상(전체 최고상) 초대 수상 및 쇼가든 부문 금메달 수상
- 고요한 시간 :DMZ 금지된 정원(Quiet Time : DMZ Forbidden Garden)
2012년 네덜란드 벤로 플로리아드 2012 한국관 정원 조성
- 뻘 : 어머니의 손바느질(Mudflat :Sewn by Mother’s hand_Suncheon Bay)
2012년 일본 가드닝월드컴 한국 대표(세계 10대작가 초대전 in Nagasaki, Japan)
2012년 광주비엔날레 초정 작가 조형부문 2개소
2012년 올해의 조경인상 수상
2012·2014·2016년 영국 런던플레저가든공원 ‘Quiet Time : DMZ Forbidden Garden 전시
2013년 프랑스 롱스 한국정원 조성 : 플로리아드 전시작 뻘: 어머니의 손바느질 프랑스에 영구 보존
2013년 프랑스 MUNICIPAL, restaurant, mural art.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갯지렁이 다니는 길뻘 공연장 조성
2013년 ’제4회 KBEE 런던‘ 초청작가 0.001_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Old Billingsgate
2014년 첼시플라워쇼 작품 재현 - 광주생태호수원
2014년 3월 5~9일 런던 미니어처 가든쇼 독도(트라팔가광장 스트랜드 갤러리)
2014년 9월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개최 유공 - 국무총리 표창
2015년 서울정원박람회_평화의 공원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_모퉁이에 비친인 태양(위안부정원 국민성금 조성)
2016년 MMCA 국립 현대미술관서울관 도롱이벌레” installation
2018년 서울식물원 작가정원 seeds_움직이는 씨앗
2019년 국립 현대미술관 과천관 옥상정원 Vessel
2021년 국립 현대미술관 과천관  원형정원 프로젝트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
2022년 IFLA 세계조경가대회 installation ‘태양의 뜨개: 골바람의 딸
2023년 중국 GBA 그레이터베이센젠플라워쇼 금메달 수상 ‘Butterfly Dance’
2023년 영국 첼시플라워쇼 쇼가든 부문 금메달 수상 
2023년 첼시플라워쇼 출품작 ‘지리산 약초타워’ 찰스 국왕의 개인별장 샌드링엄 캐슬에 영구 보존
        

<필자: 조세환 약력>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국토환경디자인분과 위원장
(사)한국조경학회 고문
(재)환경조경발전재단 고문
(사)한국전통조경학회 고문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고문
(사)한국바이오텍경관도시학회 고문
(사)한국조경협회 고문
 




<편집자주>

조경분야에서 공원, 생태, 정원 등 환경관련 작품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조경의 문화화 및 확산 맥락에서 관련 작품들에 대한 평론은 비교적 활성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라펜트 <경관평론>의 첫 번째 코너에는 건축가 손명문이 한옥을 설계하고, 작가 황지해가 정원설계한 “한옥건축, 헤리티지 유와”에 대한 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의 경관평론이 게재됩니다.  평론은 모두 2편으로 구성되는 데, <제1편>은 건축가 손명문의 한옥건축 평론 관점(링크)에서, <제2편>은 작가 황지해 작가의 정원 작품에 대한 평론이 개제됩니다. 특히, 제1편은 경주문화원에서 2023년 12월 31일에 발간하는 「경주문화」 제29호에 동시에 게제됐음을 알려 드립니다.


<경관평론> 코너는 구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해당 코너에 경관평론을 기고하실 분들은 lafent@naver. com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사진 _ 조세환 명예교수  ·  한양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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