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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조경의 도시재생 이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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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조경의 도시재생 이슈 3.

교육과 문화로 거창읍 농촌중심지 활성화하기

이유직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거창읍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PM단장 / 거창읍 농촌중심지활성화지원센터장

인구절벽시대를 마주한 농촌

남자와 여자가 결혼해서 자식을 두 명 낳아도 돌아가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그 사회의 인구는 줄어든다. 2014년 마스다 히로야 전 일본 총무장관은 〈지방소멸〉이라는 책에서 현재 1.4명대 수준의 일본의 출산율을 그대로 둔다면 30년 뒤에 일본은 지자체의 절반, 896개가 소멸할 것이라 말하여 일본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 책은 인구의 자연감소율을 고려한다면 최소한 출산율이 2.1명대는 되어야 현상을 유지할 수 있는데, 그 정도는 불가능에 가까우니 최소한 1.8명 수준으로라도 올려 파국을 막을 대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정은 어떠한가. 참혹하게도 우리나라는 현재 1.2명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 초등학교에서부터 학생수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이제 10여년 뒤 이들이 가임연령이 되었을 무렵부터 우리 사회는 상상하기 싫은 현상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충격은 농촌에서부터 나타날 것이다. 읍면은 고사하고 문을 닫는 지자체가 등장할 것임은 불을 보듯 분명하다. 우리 농촌은 고령화와 과소화를 지나 인구절벽시대의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2009년 여름, 거창

대학원생들과 여름방학 마다 지방을 답사하다가 2009년 여름 거창읍을 찾았다. 자그마한 규모에 혼잡하고 무질서한 풍경은 지방의 여느 농촌의 읍들과 다를 바 없었다. 무질서한 간판과 아무데나 세워둔 자동차, 더운 햇볕을 피해 잠시나마 앉아 쉴 곳을 찾기도 쉽지 않은 불편함은 이 도시에 별다른 매력을 느낄 수 없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일상의 소소한 풍경들과 도시에 숨겨진 공간들 속에서 흥미로운 점들도 눈에 띄었다. 그 중의 하나가 시내 중심에 위치한 학교 밀집 지역이었다. 10개의 학교들이 공원을 가운데 두고 어깨를 나란히 하여 다닥다닥 서로 붙어 있었는데, 예외 없이 교사와 운동장, 체육관과 기숙사를 담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만약 담장을 제거할 수 있다면, 학교를 둘러싼 껍질을 제거하고 교사 주변의 버려지거나 방치되어 있는 공간들에 숨통을 트여준다면 전체는 마치 대학 캠퍼스처럼 하나의 개방되고 여유로운 교육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나아가 학교와 둘러싼 집과 마을의 경계부들을 조금만 다듬으면 도시와 학교가 하나가 되고, 도시 속의 공원, 공원 속의 학교가 이루어 내는 근사한 캠퍼스타운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농업이 주가 되는 인구 6만명의 평범한 지방중소도시 거창을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학교와 교육을 그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속가능한 거창을 위해

그때부터 8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학교와 주민들과 함께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하였다. 건강과 교육, 경관과 환경을 주제로 군발전계획을 수립하여 기본적인 로드맵을 만들고 공공공간과 공공건축을 활용한 중심지의 거점공간들에 대한 활용방안을 모색하였다. 주민들에 대한 교육과 역량강화, 로컬푸드, 귀농귀촌, 도농교류 등을 키워드로 하는 군 자체 마을만들기 시스템도 개발하고 조례로 제정하였다. 2013년에는 10개 학교와 함께 주요한 이슈들을 논의하고 공동의 약속을 하는 경관협정을 맺기도 하였다. 2015년부터는 농식품부가 주관하는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에 선도지구로 선정되어 오는 2019년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농촌의 붕괴는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도시와 연계되어 있고, 우리 사회 전체의 존망과 복잡하게 엮여 있다. 농촌을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회복시키려는 작은 노력을 거창읍 중심지활성화 사업을 통해 다각도로 시도해 본다. 이 움직임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올지 아직은 미지수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우리 농촌은 환경적인 지속가능성과 함께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고,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 지속가능성도 담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반드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경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책임과 의무를 다하여야 할 것이다. ♣
학교, 교육청, 주민, 행정, 전문가가 참여하여 진행한 경관협정을 위한 워크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