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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푸른 조경으로 (이슈 1)

Issue1

미세먼지! 푸른 조경으로

미세먼지, 넌 누구냐? 어디에서 왔니?

조경두
인천연구원 기후환경연구센터장

1995년 이전에는 행정적으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모든 분진, 정확히 표현하면 ‘총부유분진(Total Suspended Particulates, TSP)’을 규제했다. 하지만 총부유분진 중에서 어디서 나오는지 불분명한 것들은 농도가 높아도 낮출 방법을 찾기 어려웠고, 우선 건강을 해치는 것들에 집중하기 위해 총부유분진 중에서 구체적인 규제 대상을 정한 것이 미세먼지이다. 미세먼지(Particulate Matter, PM)는 PM 뒤에 10이나 2.5, 1.0 등의 숫자가 붙는데, 이 숫자들은 입자의 크기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PM10은 ‘미세먼지’, PM2.5는 ‘초미세먼지’로 번역하고, PM1.0은 아직 법적 용어가 되지 않기 때문에 합의된 것은 없다.
1995년 미세먼지 PM10에 대한 관리목표를 제시했는데, 그전에 규제 대상이었던 TSP와 PM10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TSP 중 상당량은 우리 몸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어서, 인체에 실질적 피해를 미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PM10은 공기역학적인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먼지를 말하는데, 코털이나 기관지 같은 우리 몸의 보호장치들을 모두 통과할 만큼 작아서 폐에 쌓이기도 하고, 상처가 있을 때 더 낫지 않게 만들고 염증을 일으켜 큰 병을 만들 수 있다.

이후 20년이 지난 2015년부터 PM2.5를 규제하기 시작하여 공기 중 농도에 대한 목표설정 및 관리계획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PM2.5 수준의 작은 입자들의 상당 부분은 연료 연소과정, 특히 경유 연소과정에서 배출된다. 즉, 디젤자동차의 배출가스와 연소 후 배출된 입자 주변에 또 다른 것들이 서로 엉겨 붙어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건강에 더욱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때문에 PM2.5에 대한 정책적인 관심은 더욱 큰 편이다.
이렇다 보니 미세먼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일수록 여러 가지 다양한 조건 속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어렵게 진단하곤 한다. 그렇지만 분명하고 쉬운 해답을 기다리는 정책결정자와 언론, 일반 대중에게 미세먼지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가일수록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이다. 뭐가 그렇게 다른 걸까?

첫째, 대부분의 오염현상은 농도가 낮아질수록 그로 인한 건강피해나 환경피해가 완화되거나 줄어드는 반면, 초미세먼지(PM2.5)는 농도가 낮아졌다고 해서 피해 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얘기할 수 없다. 미세먼지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 도입된 과학기반의 처리기술 대부분은 절대적인 농도를 줄이는 데 치중했고, 결국 먼지 입자를 가볍고 훨씬 작게 양산하게 되었다. 너무 작아서 예전에는 들어갈 수 없었던 몸속 깊은 곳까지 침입할 수 있는 입자의 개수를 급격히 늘리는 데 도움을 준 셈이다. 물론 분석기술의 발달로 예전에는 분석조차 할 수 없었던 작은 알갱이들의 질량이나 구성성분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된 덕분이기도 하다.

둘째, 대부분의 대기오염물질은 우리의 감각기관 특히 눈으로 볼 수 없지만, 공기 중의 미세먼지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뿌옇고 흐린 하늘을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으로 인식하곤 한다. 물론, 앞서 언급한 TSP농도가 높을 때는 잿빛의 회색 하늘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뿌옇고 시정거리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상황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전문가라 하더라도 맨눈에 의존하여 안개와 (오존농도가 높은) 광화학스모그, 고농도 미세먼지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초미세먼지(PM2.5)의 농도가 같아도 그 피해 영향이 같지 않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하나의 화학물질이 아니라 여러 가지 물질들의 결합체이다. 그래서 농도가 똑같아도 흙먼지인지 아니면 자동차 배기가스인지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성분의 구성에 따라 피해의 종류와 크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넷째, 대기오염 배출량에 비례해 대기오염 농도가 나타나지 않고, 똑같은 배출량에도 기상조건에 따라 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매일매일의 오염 배출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미세먼지 농도는 하루하루 달라지고 그 변동 폭이 큰 경우도 잦은 편이다. 특정 공간에 똑같은 양의 오염물질이 있더라도, 기상조건에 따라 상하좌우로의 확산 또는 희석, 정체하는 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중국으로부터의 영향도 기상조건에 따라 천양지차를 보이곤 한다.

다섯째, 대부분의 대기오염물질은 공장 굴뚝이나 자동차 배기구에서 직접 배출된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굴뚝이나 배기구에서 직접 배출되는 1차 먼지도 있지만, 배출될 때는 기체였다가 공기 중에서 온도 차이 또는 다른 물질과의 화학반응을 거쳐 미세먼지로 바뀌는 2차 먼지도 있다. 더욱이 1차 먼지보다 2차 먼지의 비중이 높은 편이고 시간과 장소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질 수 있다.

미세먼지는 일상의 문제가 되었고 국민 대다수는 미세먼지 전문가가 되었다. 너나 할 것 없이 개선을 위한 노력과 투자를 요구하게 되었고 정치권의 중요한 관심주제가 되었다. 미세먼지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일부 과도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와의 연관성을 잘 홍보하고 설명하기만 해도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고 정부로부터 큰 예산을 지원받는 만능의 묘약이 되어 버렸다. 미세먼지에 대한 경계와 대응이 중요하고 급한 상황이니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탓할 수는 없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참신한 홍보마케팅만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비용효율성과 미세먼지 개선 효과에 대한 냉정한 검증과정과 엄정한 이행평가를 담보하지 않은 정책은 오히려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도화선이 되곤 하기 때문이다.

주변에 다양한 환경위험요인들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미세먼지의 위험이 으뜸이라고 믿어 버린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는 예보가 발표되면, 대부분 실내 생활공간에서 직접 배출되거나 발생한 오염물질과 유해화학물질로 인해 더 큰 위험에 노출되더라도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3월 초의 유례없는 재난급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에서도 실외 공간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20~200㎍/㎥ 수준이지만, 우리 일상의 실내 공간에서 300~500㎍/㎥ 수준의 심각하고 위험한 농도 수준은 빈번할 뿐 아니라, 미세먼지보다 더 위험한 실내의 미량 유해화학물질로부터 위협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렇듯 미세먼지를 둘러싼 정보와 현혹에 대한 치우치지 않는 관심과 이해, 그리고 현명한 대처가 절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

사진출처_중앙일보(https://news.joins.com/article/22349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