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 제99회 CELA(Council of Educators in Landscape Architecture); 미국 조경 교육가 학회가 있었다. UC Davis에서 주최한 이번 학회는 “Engaged scholarship” 이라는 주제 아래 관련 연구자들과 관계자들의 성과 발표가 있었다. 4일간 진행된 이번 학회에서는 12개 분과에서 총 451편의 구두발표와 포스터발표가 있었다.
올해 CELA에서는 조경 내부에서의 다각적인 협력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조경 교육-연구-설계-지역사회 부문 간 연결과 협력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적 노력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Rutgers University의 Tim K. Eatman 교수는 미국 사회에서 저명한 교육-사회학자로, “Structures and Shadows of Knowledge Creation: Beware of Shrinking Imagination”이라는 주제로 발표하였다. 그는 미국 고등교육에서 흑인과 여성이 겪던 불평등의 사례와 개선 과정을 언급하며, 지식의 진보와 불평등 문제 해소를 위한 최선의 방식으로 고등교육이 “Engaged Scholarship”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이어서 조경 및 도시 내부 분야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론으로의 전환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CELA 2019 환영인사(좌) 및 기조연설(우)
4일간의 학회에서는 총 12개 부문 (Communication, Design Education&Pedagogy, Research by Design, Engaged Scholarship, History&Theory&Culture, Design Implementation, Landscape performance, Landscape Planning and Ecology, People and Environment, Research Methods, Sustainability, Urban Design, Film Track)에서 다양한 연구 주제 발표가 있었다. 생태계 서비스 평가,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의 도시환경 기능성 평가, 도시환경의 건강적 효용성, Engaged Scholarship과 관련된 교육론 등의 주제 발표가 이어졌고, 방법론적 측면에서는 여러 온라인 플랫폼에 축적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오픈소스 자료를 활용한 연구들과, IoT 센서를 활용한 연구들이 눈에 띄었다. 설계 발표와 관련해서는, 온도나 강우량에 따라 색깔과 형태가 변화하는 조형물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즉각적인 기후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하는 시설물에 대한 설계안이 인상적이었다. 그 외 녹지 불평등, 기후변화 대응 전략에 대한 환경계획들 또한 흥미로웠다.
해마다 CELA에는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많은 한국인 교수들과 대학원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에는 공주대학교 김진기, 김무한 교수, 서울대학교 이동근, 배정한, 김세훈 교수, 성균관대학교 최혜영 교수의 발표가 있었고, 미국에서는 Michigan State University의 김준현 교수, 박종훈 박사, Texas A&M University의 이차남 교수, Texas Tech University의 박소현 교수, University of Kentucky의 구자영 교수, University of Connecticut의 이성민 교수, University of Oregon의 고예강 교수와 이준학 박사, Utah State university의 박근현 교수와 그밖에 국내·외 대학원생들의 다양한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CELA는 단순히 학술 발표를 넘어 많은 소통과 정보들이 오가는 국제적인 네트워크형성을 위한 기회의 자리였다.
CELA 2019가 열렸던 Grand Sheraton Hotel의 현장
한국에서의 학회가 주로 학생들의 발표가 주류를 이루는 반면, CELA에서는 많은 교수들이 직접 발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목요일 오전에 찾았던 ‘Landscape Planning and Ecology’ 분과 발표장에는 발표자를 포함하여 25명 내외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필자 외 모두가 교수임을 나타내는 명찰을 하고 있었고, 각 발표마다 적극적으로 임하며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도 등 세계 각지에서 최근 임용된 신임 교수들이 자신의 연구를 어필하고, 네트워크를 넓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류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교육자가 중심이 되어 교육과정과 방향을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CELA를 단순히 “미국 조경 교육가 학회”라고 하기에는 그 규모와 명성이 아쉽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CELA는 효과적인 조경 교육 커리큘럼 조성을 위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교육가, 연구자 및 관련 전문가가 모이는 세계적인 학회이다. CELA는 미국 조경 정책 수립에 큰 영향을 미치는 ASLA(America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를 비롯한 여러 조경 관련 협회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교육적 측면에서 제 역할을 다하며 유의미한 정책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유기적인 협의체 구성은 복합적인 특성을 지닌 현대의 사회·환경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특히, 환경과 사회를 동시에 입체적으로 다루는 조경 분야에서는 더더욱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조경 내·외부에서 긴밀히 연계되는 하나의 통합 시스템 구축을 바탕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통해 시의성 있는 정책적 제안까지 발전시키는 큰 그림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결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2020년에 CELA는 창회 제100주년을 맞이한다. 한국의 연구자들과 학생들도 내년에 열리는 CELA에 참가하여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국제적인 교류를 통해 한국 조경계의 위상을 드높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