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의 여름, 첫 번째 이야기
계간 조경생태시공2007년7월35호l조경생태시공
수주 전쟁 1
짧은 봄날이 지나가고 기나긴 여름날이 왔다. 장마를 앞두고 조경현장에선 마음이 급해진다. 병아리 눈물만큼 확보된 식재 구간에 이미 반입해서 가식한 나무들을 옮겨 심기 바쁘고, 집중호우에 대비한 수방 대책을 수립하면서 장마철에도 수목을 반입 계획을 제출해야하고, 각종 조경구조물의 안전에도 신경써야한다. 하지만 봄철 공사가 마무되어가는 시점에서 가을공사를 확보하는 전쟁을 치러야 하는 게 조경회사 대표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다.
올해 4월 말에 건설산업기본법이 개정되었다. 내년 초부터는 많은 것들이 바뀐다고 한다. 하도급자로서 일방적으로 감수해야 했던 각종 불리한 조건들이 대부분이 개선되었다. 하도급대금지불보증의 구체적 실천 방안이 도입되었으며, 자재납품이나 중기대여 회사들도 하도급업체와 같은 조건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각종 사회보장보험료의 부담도 발주처에서 사후 정산으로 지급하는 등 공공공사부분의 조경공사 하도급공사에 대해서 보다 나은 공사환경이 보장되었다. 다만 30여년 동안 전문업체를 보호해주던 일반·전문업의 겸업제한이 없어지게 되어 전문 조경업체의 고민은 더 깊어져 버렸다.
아파트 조경공사 물량이 조경공사 전체 물량의 60%를 넘는다고 한다. 예전에는 주택공사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조경공사 물량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었다. 공공기관을 상대로 로비나 청탁을 하여 좋은 조건의 하도급 공사를 따려는 경쟁이 치열했었다. 감독기관의 영향력과 권력이 막강하던 시절이라 아무리 큰 건설회사라 할지라도 조경공사를 수주하게 되면, 하도급업체 선정시 발주처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다른 건설 분야와 마찬가지로 당대의 실권자에게 의지한 업체들이 좋은 공사를 많이 수주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 정도까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용인해주었고, 건설업 면허 자체가 몇몇 소수 업체에게만 발급되던 시절이었다. 제한적인 공사 물량에 소수의 면허 업체가 사이좋게 나눠 수주하던 태평성대? 였던 것이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투명성이 강조되고, 아파트공사비 자율화가 이뤄진 1998년 이후에는 민영아파트의 고급화 추세에 따라 민간부문 조경공사 물량이 급증했다. 건설업 면허제도도 급변하여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어 조경업체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다. 당연히 조경공사 수주 패턴도 바뀌었다. 무한경쟁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방식으로 모든 조경업체 사이의 이전투구가 시작되었고, 조경학을 전공한 종합조경 퇴직자들의 창업열기로 인하여 좁아터진 조경 시장에서의 수주 전쟁이 시작되었다.
- 홍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