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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환경·문화도시 프라이부르크 이야기(2) 도시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와 결과론적 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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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지난호의 예고대로 오늘은 프라이부르크라는 ‘하드웨어’를 가능하게 한 도시의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우리가 무심히 접하는 도시라는 실체 뒤에는 이를 가능케 한 조영(造營)의 논리와 철학이 숨어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점에서 선례에 대한 연구는 표피적 깊이를 넘어, 그 내면의 동인(動因)을 추적하는 방향으로도 접근될 필요가 있다할 것이다.

프라이부르크는 많은 부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도시이다. 더욱이 그린시티(green city)와 태양의 도시(solar region) 이미지를 획득한 프라이부르크는 이제 독일을 넘어 ‘세계의 환경수도(Green Capital of the World)’로까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으며, 전시, 교육, 관광사업 등 다방면에서 후광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측면은 이 도시가 태양광설비 등 첨단과학에 기대어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비용요소로 간주되어 회피해왔던 생태의 측면을 통해 도시환경의 인간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달성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프라이부르크는 '부드러운 생태(soft ecology)'와 ‘딱딱한 경제(hard economy)'를 조화롭게 결합함으로써 ‘개발과 보존’이라는 이원성의 문제를 ‘환경적 경제(environmental economy)’라는 시너지효과로 승화시켰음을 보여준다.

이렇듯 오늘날 프라이부르크가 주목되는 이유는 그동안 상반되는 가치로 여겨져왔던 ‘개발과 보존’, ‘경제와 생태’를 슬기롭게 조화시킨 데에 기인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측면은 오늘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풍미하는 ‘녹색성장’의 개념과 잘 연결된다. 물론 녹색성장의 개념은 어제오늘의 것이 아니다. 즉, “미래의 경제는 ‘그린’에 있다.”라는 1968년 로마클럽(Club of Rome)의 명제가 작금의 ‘그린뉴딜(Green New-Deal)정책’을 설명하는 문장으로도 손색이 없듯 오랜 연원을 갖는다. 또한 경제적 관점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속가능성과 인간적인 가치를 옹호하는 녹색성장개념은 도시계획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메가리드 헌장(1994)’과 맥을 같이 한다. 나아가 이 개념은 모더니즘의 폐해를 비판한 포스트모더니즘 관련 논의들, 즉 전통적 가치를 중히 여기는 비판적 지역주의의 ‘장소성(genius loci)개념, 보행과 근린성을 장려하는 뉴어바니즘(new urbanism)의 사조, 어반스프롤(urban sprawl)현상에 대항하는 스마트 그로스(smart growth)운동의 노선 등과 긴밀히 연결된다.

이러한 연유 등에 의해 프라이부르크의 도시경관에는 새롭고도 다양한 지층들이 발견된다. 향후 녹색성장이 만들어 낼 도시경관의 면모를 가늠케 하는 프라이부르크의 소프트웨어는 이제 우리 조경계의 관심을 요청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논의는 보는 이에 따라 조경의 영역을 넘는 것으로 여길 수도 있는 부분의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의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을 뜯어보는 것은 환경과 생태, 경관을 다루어야 하는 조경분야에 새로운 메시지를 던져줄 것으로 기대케 한다. 다소 건조할 수 있는 내용이나 관심을 부탁드린다.

역사적 전환의 계기

독일 내 다섯 번째 정도의 역사도시 프라이부르크는 근대기에 있어서도 비교적 양호한 기반시설을 구비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오늘날 이 도시의 현재를 있게 한 원동력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인프라와 산업시설이 초래한 악영향으로부터 발견된다. 즉, 1960년대 프라이부르크 시민은 급격한 공업화가 야기한 산성비로 인해 그들의 긍지이자 자부심이었던 흑림이 서서히 파괴되기 시작하는 것을 지켜보며, 환경의 문제를 자각하기 시작한다. 더구나 1973년 10월부터 시작된 제4차 중동전쟁으로 에너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고조된 1974년, 연방정부와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rtemberg) 주는 프라이부르크 근교 비일(wyhl)지역에 서독의 스무 번째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을 발표한다. 이 사건은 그동안 성숙되어 온 환경적 자각을 실천적 참여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제공한다. 즉 흑림지역 내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운동은 녹색대안운동을 촉발시켜 1975년 이 원자력발전소를 포기케 하였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독일 녹색당을 탄생케 한 계기로도 작용하였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활환경과 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모색되었다. 즉, 원자력발전소의 반대운동을 계기로 형성된 ‘환경과 생태’에 대한 논의와 생활양식의 개혁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시민중심의 환경운동을 정착시켰으며, 오늘날 친환경도시 프라이부르크를 탄생시킨 모태를 이룬다.

한편, 1980년대의 대기오염에 의한 산성비로 흑림을 포함한 독일 일대의 산림피해는 엄청났다. 여기에 1986년 발생한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프라이부르크를 보다 본격적인 환경도시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이룬다. 즉, 같은 해 프라이부르크 시의회는 만장일치로 원자력의 영구폐기를 결정하였으며, 환경보호부서를 설립하는 최초의 도시가 된다. 이후 프라이부르크는 건강한 도시환경을 위해, 환경단체와 시민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참여하는 행정체계를 구축하였다. 즉, 그들이 자랑스럽게 지칭하는 조직인 프라이부르거 믹스(freibruger mix)를 통하여 제반 환경정책을 총체적이고도 유기적으로 펼쳐왔다.

상기의 과정은 일반적인 도시의 경우와 다른 몇 가지 측면을 보여준다. 즉, 지엽적일 수 있는 초기의 ‘원자력발전소 건설반대’의 문제를 교통과 에너지 등 환경의 전 분야로 확산시킨 점, 그리고 이를 통해 삶의 방식을 바꾸는 사회개조운동으로 연결시킨 점, 아울러 이 과정을 통해 그들만의 사회적 협력체계를 공고히 한 점 등이 특히 주목된다. 이제 프라이부르크의 환경관련정책을 편의상 교통과 에너지 분야로 나누어 살펴보도록 한다.

홍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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