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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환경·문화도시 프라이부르크 이야기(3) 도심의 오픈스페이스와 장소들

계간 조경생태시공20091256l조경생태시공
들어가며 
프라이부르크는 구도심의 전통을 보존하면서 풍요롭고 건강한 오픈스페이스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도시를 소개할 때 많은 경우, 흑림지대 남서쪽 기슭 슐로스베르그(Schlossberg) 산자락에 아름답게 자리한 입지적 우수성이 먼저 언급되곤 한다. 이는 그만큼 이 도시의 환경조건이 축복받은 것을 의미한다. 천혜의 도시입지와 자원조건은 프라이부르크를 오늘날의 세계적인 환경수도로 성장시킨 기본 동력이라 할 것이다.

반면, 천혜의 도시입지에도 불구하고 프라이부르크의 일상에서 발견되는 오픈스페이스와 장소환경은 의외로 소박하다. 특히 고딕의 도시로부터 성장한 구도심의 환경은 전통적이고도 고풍스런 분위기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당연하게도 시민을 압도하거나 방문자의 눈을 미혹케 하지 않으면서도 특유의 장소감각을 전한다. 정도의 차는 있으나, 이러한 느낌은 도심근교에 새롭게 들어선 생태주거단지에서도 쉽게 전해진다.

이렇듯 프라이부르크라는 도시에서 발견되는 장소의 특질은 최근의 디자인 관련 작품집이나, 잡지에서 쉽게 발견되는 첨단과 화려함 등으로 치장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맥락이 느껴진다. 이 도시의 방문자는 원래 거기에 그렇게 있어왔었던 것 같은 자연스러움과 편안함, 꾸미지 않은 맨 얼굴의 아름다움 등으로 비유될 수 있는 장소감각을 느끼게 된다. 이는 실리와 실용을 중요시하는 독일 특유의 국민성과 이 도시의 규모와 위상 등과도 결부될 것이나, 무엇보다도 도시와 자연, 그리고 삶을 대하는 프라이부르크 시민의 태도에 의해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오늘은 프라이부르크 구도심의 오픈스페이스와 장소환경을 개괄적으로 살펴보는 순서로서, 객관적 사실을 먼저 앞세우면서 주관적 감상을 부분적으로 곁들이는 방식으로 진행토록 한다.1)

구도심의 매력적인 장소들
프라이부르크 구도심에 산재한 매력적인 장소환경들을 열거하기 이전에 지난호에서도 잠시 언급한 이곳의 환경특성을 상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구도심 대부분 지역은 차량통행이 허용되지 않는 보행자전용구역이며, 상업업무와 주거의 복합기능을 담고 있다. 과거 고딕의 도시구조를 거의 그대로 물려받은 테두리 블록(periphery block)의 건축물은 강력한 가로벽을 형성한다. 이에 날씨가 화창한 날, 이곳의 가로는 보행자의 활력 그 자체로 채워진다. 도시의 작은 지점들마다 색색의 돌들을 사용하여 독특한 모자이크(mosaic) 문양을 드러내는 바닥포장은 흥미를 넘어 예술적이기도 하다. 이 보행자구역 내에서 보행인과 전차(tram), 자전거 등은 스스로 흩어졌다가 모이는 혼성의 방식으로 혼재한다. 이러한 현상은 시시때때로 행해지는 이들의 축제와 이벤트 행사시에 더욱 그러하다. 또한 거의 모든 외부공간들이 담장이나 울타리와 같은 경계(barrier)없이 형성된 까닭에 물리적 영역을 판단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오히려 경계에 구애됨이 없이 연속되는 석재포장과 이곳의 명물 도시수로 베힐레는 구도심의 이곳저곳을 적극적으로 연계한다.

베어톨드 부룬넨
베어톨드 거리(bertold straße)와 카이저죠셉 거리(kaiser-joseph straße)는 구도심의 중심을 종횡으로 관통하는 간선축이다. 이들 중추적 간선도로가 교차 결절하는 프라이부르크의 중심에 이 도시를 있게 한 선조를 표상하는 베어톨드 부룬넨(bertolds-brunnen)이 위치하고 있다. 사실 베어톨드 브룬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파괴된 옛 분수대를 대신하기 위해 시민의 성금을 통해 1965년 완공한 기념물이다.2) 분수를 의미하는 ‘부룬넨(brunnen)’의 명칭이 사용되고는 있으나 분수 대신 도시수로 베힐레와 연결된 작은 연못 내 석회암 좌대 위에는 베어톨드 5세의 기마상이 이 도시에서의 그의 위상을 전하고 있다.

베어톨드 동상은 고전풍의 사실적 형태로서가 아니라 군주의 이미지를 다소 거칠게 보일 수 있는 형태로서 포집함으로써 역사성을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보는 각도에 따라 양감(量感)과 느낌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완공 당시 디자인에 대해서 많은 논란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과거의 조형물처럼 늙고 재미없어 보이는 베어톨드를 추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이 조형물이 없는 프라이부르크는 이제 생각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있다.
홍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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