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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CISM 조경비평: 공원이라는 굴레

월간 환경과조경20091249l환경과조경
광교신도시 호수공원 국제설계공모 읽기

2008년의 국내외 조경계를 뜨겁게 달군 광교신도시 호수공원 국제설계공모가 막을 내렸다. 4백만 불에 가까운 파격적인 설계권이 걸렸던 이 국제 공모는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첫째, 성공적인 설계 공모의 필요조건인 디자이너와 심사위원의 구성이 동시대 조경의 압축 파일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개최된 국제 조경 설계공모로는 처음으로 RFQ(Request for Qualification) 방식을 채택해 국제적 명성과 설계 성과를 지닌 여러 팀과 국내의 대표적 사무소들이 지명 초청되었다. 심사위원들의 면면도 초청 디자이너 못지않았다. 그러나 화려한 스타 캐스팅과 치열한 경쟁이 주는 흥미보다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이들이 설계를 대하는 태도와 그간 생산해 온 작품의 스펙트럼이 현대 조경의 쟁점을 모두 포괄할 만큼 폭 넓다는 점에 있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개척자 제임스 코너가 이끄는 필드 오퍼레이션스(Field Operations)와 맥하그의 생태주의 정신을 잇고 있는 WRT 사이의 긴장, 두꺼운 2차원(Thick-2D) 개념을 통해 랜드스케이프와 건축을 관통하는 설계 논리를 펼쳐온 스탠 알렌 아키텍트(Stan Allen Architect)와 시적 경관을 화두로 삼아 온 신낭만주의자 일코 후프트만(Eelco Hooftman)의 그로스맥스(Gross. Max.) 사이의 대립, 리서치 중심적 설계를 전개해 온 발모리 어소시에이츠(Balmori Associates)의 아젠다, 그리고 이들과 연합하거나 맞선 그룹한, 가원(+동심원+삼우), 서안, 신화의 전략은 동시대 조경의 복잡한 지형을 압축적으로 노출시켜줄 것이라는 기대를 낳는다. 이번 공모는 공원의 탈출구를 새롭게 여는 설계 태도나 접근 방식이 생산될 수 있는 필요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위의 첫 번째 쟁점이 공원 자체보다는 공원을 구축하는 매개체로서의 설계에 관한 것이라면, 두 번째 쟁점으로는 공원의 이념 또는 좌표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즉 광교신도시 호수공원 국제설계공모에 오버랩되는 또 다른 비평적 논점은 이번 사이트의 성격이 공원의 동시대적 역할, 그리고 공원과 사이트의 역학 관계에 대한 풍성한 고민을 초대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새롭게 개발되는 신도시라는 컨텍스트, 광교 전체의 공원녹지 네트워크, 원천저수지와 신대저수지의 장소성과 지역성 등은 신도시의 공원, 대형 공원(large park), 공원과 사이트 특정성(site-specificity), 공원의 장소성 등과 같은 논쟁적 주제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법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슈는 설계 지침에서도 이미 명백하게 제시된 바 있다. 설계지침서의 설계 방향 및 설계 과제 항목은 신도시에서 대형 공원의 위상과 역할―“도시의 자연적․문화적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는”(6쪽), “도시 구조 및 조직과 소통하는 도시 인프라스트럭처로서의”(6쪽) 공원―을 강조하고 있으며, “환경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공원”(7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한 “한국 도시 공원 문화의 특성과 지역의 문화적 자원을 반영”(7쪽)하고 “대상지가 지니고 있는 장소성, 역사성, 자연성에 기반”(7쪽)을 둔 공원을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일상적이고 시민친화적”인 “도시 문화의 역동적 생산장”(7쪽)을 공원의 기능으로 설정하고 있다. 즉 광교신도시 호수공원에는 도시와 대비되는 녹색 안식처라는 센트럴파크표 이념보다는 도시와 소통하며 도시 성장의 거점이 될 수 있는 공원, 그리고 사이트의 특성과 장소성이 용해된 공원이라는 좌표가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여덟 팀의 제출작이 이러한 과제를 어떠한 방식으로 다루었는가에 우리의 관심이 모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배정한  ·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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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annpa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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