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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의 식물이야기(15): 사람과 같이한 식물의 긴 역사 8

월간 환경과조경20119281l환경과조경
식물의 상징성 2

석류의 길 - 풍요의 여신이 성직자로 변한 사연
장미가 예나 지금이나 꾸준히 상징계의 왕좌를 지키고 있다면, 예전에는 장미도 감히 넘보지 못할 최고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 건강 음료가 되어 돌아 온 식물이 있다. 숙종이 그리 좋아했다던 석류다. 석류의 뛰어난 효능 때문에 요즘 세상이 좀 시끄럽다. 항암 효과에 대한 연구가 한창진행 중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수년 전에‘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라는 광고를 선두로 석류 음료가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석류의 효능이 뛰어난 것은 비타민, 칼륨, 칼슘, 철분 등의 성분이 듬뿍 들어 있기도 하지만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장의 혈액 순환을 돕고, 동맥 경화 치료에도 많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석류가 몸에 좋은 열매인 것만은 틀림없는 듯하다. 서구의 경우, 칵테일을 만들 때 석류 시럽Grenadine을 몇 방울 떨어뜨리는 외에 그다지 쓰임새가 없던 것이 요즘 석류 즙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석류는 과육이 없어서 과일이라고 하기 어려운 열매이다. 껍질이 단단하지만 그렇다고 견과도 아니니 사실 어디에도 분류해 넣기가 애매하다. 석류는 석류일 뿐인 것이다. 비슷한 것을 찾을 수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석류이다. 하늘의 착오로 인해 보석이 되려던 것이 열매로 변한 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준보석 중에서 석류석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다.
석류의 단단한 껍질을 벗기면 빨간 구슬들이 쏟아져 나온다. 씨앗이 이처럼 아름다운 식물은 석류밖에 없을 것이다. 대략 석류 하나에 사백 개 정도의 씨앗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이 씨앗 하나하나가 엷은 투명막으로 싸여 있고 이 막은 빨간 즙으로 가득하다. 바로 작은 씨를 감싸고 있는 빨간 즙을 사람들이 먹는 것인데 그게 쉽지 않다. 석류 열매의 구조를 보면 씨앗을 보호하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인 것처럼 보인다. 단 하나의 씨앗이라도 허투루 낭비되지 않게 하려는 조물주의 뜻이 보이는 듯싶다.
석류의 원산지는 터키와 팔레스티나 일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는 고려 시대에 중국을 통해서 도입되었다고 한다.
석류의 학명인 Punica granatum에서 푸니카는 페니키아를 말한다. 그라나툼은 많은 씨앗이라는 뜻이다. 페니키아인들이 교역로를 타고 석류를 지중해에 퍼트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석류를 “페니키아의 사과”라고 부르기도 했다. 석류의 이름에 사과가 들어감으로 해서 간혹 혼선이 빚어지지 않았나 싶다. 지중해와 팔레스티나에서 석류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와 중서부 유럽에서 가지는 사과의 상징적 의미가 매우 흡사하다. 덥고 건조한 지역 출신인 석류는 알프스 이북의 유럽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 대개는 온실 재배나 화분 재배를 한다. 추운 지방에서 가장 중요한 열매가 사과였다면 덥고 건조한 지방에서는 석류였다고 할 수 있겠다.
고정희  ·  도시환경연구소 Third Space,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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