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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零度)의 공원(空園)

월간 환경과조경20131297l환경과조경

Park Provide a Benchmark

‘장소-영도-깊이’라는 개념군에 의해 구성된 장소감의 지평에 서서 현대의 공간조형물들, 특히 이 글의 관심인 공원(公園)을 주목해 보자. 내가 몇 차례 다른 글 속에서 다소 비판적으로 언급한 바 있는 공원의 뜻이란, ‘도시의 자연친화적 구실이자 그 속도주의적 성장의 알리바이’, ‘아파트 속으로부터 재생산되는 문화적(文禍的) 도착(倒錯)’, 그리고 ‘자연의 시뮬라크르, 혹은 상실된 서정의 추억으로 인형처럼 되살아난 것’ 등이다. 물론 이런 평가는 누가 보아도 다소간 박(薄)한 것이며, 실제의 사회적 효용에 대해 부러 눈을 감는 부당한 비평이고, 그저 유행하는 진보적 담론에 의탁해서 허세를 부리는 짓처럼 여겨지기조차 할 것이다. 그러나 기원과 성분을 은폐하면서 배설된 풍경의 잔치가 한 사회의 전포괄적인 여건이 되었을 경우, 낌새와 징조의 작은 틈을 뚫고 길을 내며 다른 가치와 희망의 지평을 이끌어 들이려는 노동에는 과장이, 집중이, 악지가, 심지어 선별된 폭력이 필요한 법이다. 이를테면, 희생양의 존재가 그런 것인데, 그것은 어떤 사건적 진리에의 충실성 속에서 역설적-방외적 존재로 바뀐 행위자가 자발적으로 획득하는 ‘비사회성’이며 그 비사회성에 행해지는 폭력이다.

 

그런 뜻으로 살펴보는 도시의 공원―대체 도시의 밖에 공원이 있던가?―이란 가산(假山)과 같은 작위(作僞)이며, 인공적 줌인(zoom-in)이고, 파괴와 훼손과 추방과 소외에 대한 구실이자 그 미봉적 보상인 것이다. 이 평가는 여전히 박절한 것이지만, 도시의 공원들이 특히 아파트 단지와 더불어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꼼꼼히 되새겨본다면, 이런 적극적인 비평의 내파-효과가 불러오는 환기와 해체와 재구성에 창발적 상상력에 방점을 찍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김영민  ·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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