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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필드로서 바라본 용산공원: The Worst Scenario

월간 환경과조경20138304l환경과조경

20xx년 5월 5일: 용산민족공원의 개장
드디어 용산공원이 20xx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기념으로 개장했다. 모든 매체들이 앞 다투어 용산공원의 개장을 1면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모 인터넷 기사는 용산국립박물관에서 남산을 바라보는 전경으로 새롭게 조성된 남산자락의 소나무 숲과 넓은 중앙호수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벚나무가 심겨진 수변길을 따라 걷고 있으며, 몇몇 아이들은 봄 날씨에도 불구하고 호숫가에서 물장난을 치고 있었다. 사진 아래에는 ‘수십 년 만에 서울시민에게로 돌아온 민족공원’이란 제목과 함께 ”약 80만평의 용산미군기지를 이전하고 조성된 민족공원은 충분히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만큼 매력적”이라는 기사가 덧붙여져 있었다.

20xx년 7월 15일: 호우와 함께 흘러나오는 오염물질
20xx년 7월 15일, 일주일 전부터 장마는 더 심해져 매일같이 80mm이상의 비를 서울에 퍼부었다. 용산공원의 중앙호수는 남산자락과 공원 내부에서 흘러 내려오는 수천 톤의 빗물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몇 일전부터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기름띠가 보이기 시작했으며, 물고기들과 개구리들이 죽어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용산기지 내 남아있던 오염물질이 공원호수로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시는 즉시 오염물질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문가들과 함께 오염원을 찾기 시작했지만, 그 넓은 공원에서 오염원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그와 동시에 서울시는 재빠르게 오염물 처리팀을 투입하여 오염물질들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세찬 비바람 속에서 작업은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장마 전에 호수의 수위를 낮춰서 오염된 물을 아직 한강에 방류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만약 방류를 시작하게 된다면, 한강의 오염은 불 보듯 뻔해 보였다.

(중략)

20xx년 7월 18일: 폐장되는 용산공원
7월 18일, 서울시는 더 이상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용산공원 전 구역에서 오염물질을 찾아내고, 정화하여 시민들이 보다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기가 될 때까지 폐쇄한다고 공식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번 장마와 강풍으로 인해 오염물질이 어디까지 확산됐는지 예측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일부 안전하다고 예상되는 지역을 포함한 공원 전체의 폐쇄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18일 오후, 모든 매체들이 또 다시 용산공원의 폐쇄를 1면으로 보도했다. 모 인터넷 매체는 용산공원 개장 당시 촬영했던 공원의 전경을 같은 자리에서 다시 찍어 비교하기도 했다. 사진 속에는 남산을 따라 내려오는 소나무 숲이 개장 때 보다 좀 더 푸르게 보였다. 하지만  시민들은 보이지 않고, 중앙호수 주변으로는 노란 접근금지 라인이 쳐져 있었으며, 호수 주변으로는 검은 기름때들이 보였다. 사진과 함께 ‘서울시민에게서 다시 떠나간 민족공원’이란 제목으로, 용산공원이 폐쇄되어있는 동안 각종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로 기사는 마무리 되고 있었다.

조용준,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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