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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장면으로 재구성한 조경사 #8 조용한 멕시코 혁명

월간 환경과조경20143311l환경과조경

실물은 멕시코에 있으므로 직접 보기 쉽지 않지만 조경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디선가 한번쯤은 사진으로라도 접해보는 것이 루이스 바라간의 정원이다. 벽 위에 높게 매달린 좁은 수로를 통해 연못으로 물이 떨어지는 장면, 붉은 황토색, 하늘색, 분홍 파스텔 톤의 벽과 넓은 품으로 서 있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멕시코 출신의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án(1902~1988)은 1980년 건축의 노벨상이라고 일컬어지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기 때문에 어디서나 건축가로 소개된다. 그러나 그 자신이 수상 소감에서 스스로를 조경가라고 선언한 바 있다.고인의 뜻을 존중하는 의미에서도 앞으로는 조경가라고 했으면 좋겠지만 스위스에 자리 잡고 있는 ‘바라간 재단’에서도 건축가라고 소개하고 있고 2000년도 그의 첫 회고전이 열렸던 독일의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에서도 역시 건축가로 정의하고 있다. 어째서 멕시코 조경가의 유작, 즉 스케치, 도면 및 사진들이 스위스에 흘러들어 갔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내막을 알아보니 간단하지가 않다.

루이스 바라간의 공간 작품들은 백퍼센트 멕시코에 있고 앞으로도 거기 머무를 것이지만, 공간 작품 외에도 수많은 스케치와 도면, 편지, 수천 장에 달하는 컬러 사진 등은 그의 작품 연구에 상당히 중요한 자료들이다. 바라간은 이미 생전에 이들을 잘 정리하여 분류해 두었다. 사후에는 대개 자녀들이 이런 자료들을 보관하고 관리하지만 바라간은 후사 없이 세상을 떠났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인지 모르겠으나 그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뉴욕의 어느 갤러리에서 이 자료들을 팔려고 내놓았다는 소문이 예술상들 사이에서 돌았던 것 같다.

고정희  ·  칼 푀르스터 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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