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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가을, 첫 번째 이야기

계간 조경생태시공20071038l조경생태시공

조경은 디자인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각종 거리조성사업의 장점을 통합한 ‘디자인서울 거리’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2010년까지 25개 거리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 조직에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설치하여 제각각 관리되던 가로시설물을 새롭게 디자인하여 통합관리 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걷고싶은 거리’라는 사업을 통하여 가로 경관의 개선을 시도했으나 포장 재료의 고급화나 볼라드 몇 개로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고 한다.
조경공사의 대상인 보도블럭이나 저속 포장도로, 가로변 녹지대를 대상으로 한 미화작업에 그치다 보니 지저분한 간판이나 불량 가로 적치물에 대한 개선은 착수조차 못했다. 조경의 영역이 가로 시설물에 대하여 일부분에만 참여할 수 있었는데 반해, 새로이 추진되는 디자인 부서는 대상지역의 보도블럭, 통합지주, 가판대, 버스정류장, 벤치, 휴지통 등 가로시설물 전반에 대하여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업무가 조정되었다고 한다.

조경이 단순히 관상수나 잔디를 심고 가꾸던 시절에서 벗어나 퍼골라, 의자, 산책로, 분수, 소규모 담장, 경관조명, 연못까지 경관을 조성하는 모든 시설물을 디자인하고 유지관리하는 업역으로 발전해 왔다고 자부했었는데, 가로 시설물에 대한 디자인의 주도권을 한순간에 상실해버린 게 아닐까? 그동안 조경설계회사들이 이룩한 디자인 노하우나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달해온 시설물 소재 개발과 검증 결과가 새로이 발족하는 디자인본부에서 적극적으로 인정해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앞서는 게 사실이다. 조경 설계나 시공 분야가 이룩해 놓은 성과라는 게 과연 있기나 했던 것일까? 여름, 겨울을 통하여 60도에 육박하는 연교차에 견디며 이용자의 사용빈도가 대단히 높은 조건 등을 감안한 조경시설물 설계 노하우는 디자인 우선이라는 새로운 정책에 잘 녹아들지는 주의 깊게 지켜 볼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조경 디자인이 높은 점수를 받지 않은 것 같아 허탈한 표정을 감출 수는 없을 것 같다.

9월에는 시민공모전을 통하여 채택된 의자에 대하여 서울시민들이 참여하는 인기투표를 통하여 선정하는 행사도 열린다고 한다. 이 중 11개 디자인의 18점은 일반 시민 15명이 공모전에 제출해 당선된 작품이며, 나머지는 전문디자이너나 건축가 같은 전문가 11명이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시민들은 전시 중인 의자. 벤치에 직접 앉아보고 만져본 뒤 '가장 앉고 싶은 벤치'와 '서울시에 어울리는 벤치'를 골라 투표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런 시민들의 투표 결과를 반영한 새로운 디자인의 의자를 고른 뒤 올해 안에 300개를 제작해 역사박물관. 청계천과 같은 공공장소에 우선 설치하기로 했다. 도시경관 담당자는 "의자. 벤치는 시민들이 가까이 접하는 시설이지만 디자인이 조잡한 게 많아 도시의 품격을 떨어뜨렸다"며 "다른 공공 시설물에 대해서도 시민들과 함께 디자인을 개발해 도시 디자인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 조경자재업계가 디자인하고 생산한 제품들은 당연히 제외되었다.

유명 아파트 건설회사에서는 아파트단지 조경설계에 유러피안 디자인을 도입하였노라고 광고를 시작하였다. 서울시 조경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건설회사인데도 새로운 디자인으로 경쟁이 치열한 주택시장에서 고급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값비싼 투자를 개시하였다. 대한민국의 공동주택 안에다가 유럽식 정원을 꾸미겠다는 것인데, 과연 자극적인 광고 문구를 치장하는 수식어로만 끝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대지의 90% 이상이 지하주차장으로 파헤쳐지고 20층 이상 지어야 사업성이 있는 현실에서 과연 어떠한 유러피안 디자인이 도입될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본 원고는 요약문 입니다>

홍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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