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사정거리를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길ㅡ
그 벅찬 설렘과 흥분을 당신은 느껴 보았는가

1982년 독일 베를린으로 디자인 유학길에 오른 이후 전세계를 내집 앞마당 걷듯 여행하며 살아온 저자의 여행 이야기와 인생 여정을 담은 책이다.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을 비롯 폴란드·체코·헝가리 등의 동유럽을 거쳐 베트남·일본·싱가포르·발리 등에 이르기까지 28년의 여정을 디자인하듯 길을 걸었다. 인생이 곧 디자인이며 디자인이 곧 인생이라는 어느 노교수의 말을 듣고 디자인이 필요 없는 인생이야말로 진정한 삶이 아니겠냐 생각했다는 저자는 책 속에 자신만의 고름같은 철학적 사유와 낯선 곳에서 보고 느낀 감정들을 기록했다. 또 직접 그린 그림으로 당시의 환희와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했다.

저자에게 유럽에서 걸은 길은 젊음과 자유의 축복이었고 예술은 축복의 향연이었다. 또 아시아에서의 길은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며 예술은 그 성찰에 대한 실질적 행동으로 전개된다. 본문에서 ‘조국과 결혼한, 호치민의 뇌세포를 땅굴줄기로 묘사한 저자의 삽화가 인상적인데, 리콴유의 현대적 국가도시 싱가포르와 비교하며 호치민의 땅굴을 ‘20세기 베트남민족의 최고 건축물’로 평가하고 있다. 발리에 정착한 저자는 대나무 디자인에 몰입, 애벌레 같은 소품, 활짝 벌린 조개무리를 닮은 조명등, 기찻길 문양을 심은 가구, 공옥진의 병신춤 같은 허리굽은 등, 씻김굿의 소리가 담긴 고목나무 등을 제작하여 세계 최초로 ‘대나무 디자인’ 작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자연과 인생, 예술을 삼위일체처럼 여기고 살아온 저자의 일대기가 책 속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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