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이 어둡고 남루했던 화가 고흐는
자연이 살아 숨쉬는 정원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

반 고흐는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유명한 화가라는 명성과 어울리지 않게 고단하고 비루했으며 불행한 삶을 살았다. 그런데 어쩌면 그토록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고흐가 즐겨 찾았던 자신만의 화실은 정원이었다고 한다. 조용하며 프라이버시를 침해받지 않는 곳에서 그림에만 몰두하고 싶었고, 자연 소재를 탐구하고 싶은 강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외진 장소에 있는 정원은 훌륭한 화실이 되어 주었던 것이다. 짧았던 고흐의 삶 속에서 정원은 단순한 그림 소재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잠시나마 숨쉴 수 있었던 가상의 천국이자 자신만의 공간이었던 정원.

이 책은 고흐의 일대기를 시간순으로 나열하면서 그가 정원에 마음을 놓게된 과정과 그곳에서 그린 그림들을 삽입해 설명해주고 있다. 다른 화가들과 달리 빈센트에게 소박한 농가 정원들은 놀라운 색감과 시적인 강렬함이 넘치는 작품을 낳는 기회를 주는 장소들이 되었다. 특히 정신병이 심해져 아를 병원에 입원해야 했을 때, 병원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면서 기운과 평정을 되찾곤 했다. 정원은 그에게 폐쇄된 뜰이 제공하는 피난처이자 고통받는 화가에게 평화와 안정을 상징하는 모티브로 자리 잡았다. 아를에서 정신질환을 무려 네 번이나 앓았던 고흐는 발작이 점점 심해져 프로방스의 한 요양원에 자처하여 입원한다. 그리고 그곳의 차분하고 아늑한 자연을 직접 보고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요양원 측의 감독 아래였지만, 어디든 마음대로 이젤을 펼쳐 그림 그릴 수 있었던 곳은 요양원의 정원이었다.

사람들은 반 고흐의 대표작으로 ‘해바라기’, ‘자화상’, ‘별이 빛나는 밤’ 같은 정물화, 초상화, 풍경화를 먼저 떠올린다. 정원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정원 작품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가 얼마나 빼어난 솜씨를 지닌 데생 화가이자 채색 화가인지를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누구보다 치열했고 누구보다 고단했던 반 고흐의 삶 그 자체와 그가 품었던 꿈을 만나게 된다. 책은 이렇게 고흐가 정원에서 그렸던 그림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해설해주고 있다. 특히 화실과 화가라는 새로운 테마로 구성된 책은, 어느 가난하고 아프게 살았던 화가의 좁은 정원을 들여다보며 그의 인생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정신병과 우울한 일대기, 작품을 읽는 것 만큼이나 감명 깊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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