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협업디자인 ‘자작’을 주목하라
[테이크어반⑤]설계공동체 자작-정주현, 이강수, 여인혁지난 10월 경관제작소 외연(대표 정주현)과 StudioDMG(소장 이한송, 소장 심성애), 생각나무 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소장 강주형, 소장 이강수)가 ‘자작’이라는 이름의 설계공동체를 구성했다.
이들은 각각 독립적인 회사이지만, 보다 우수하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위해서는 프로젝트의 규모와 유형에 따라 협업을 통해 공동으로 작업을 시도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설계공동체 ‘자작’을 통해 능력 있는 인재들과 소규모 회사들이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시스템의 모델 제시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으로 모인 이들의 공동 작업 프로젝트가 ‘Take Urban in 72 Hour’에서 처음으로 진행됐다.
설계공동체 자작의 대상지는 남산골 한옥마을이었는데, 전통적인 느낌이 전해지는 이곳에 모던한 느낌의 큐브 조형물이 들어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한 정주현 대표와 이강수 소장, 그리고 프로젝트에 참여하게된 여인혁 학생(경희대 환경조경디자인학과)을 현장에서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번 행사의 참가 계기는?
정주현(이하 정): 우리 팀은 설계공동체 자작이라는 이름으로 뭉쳐 활동하는 공동 설계그룹이다. 지난 10월에 사무실을 개설하였는데, 우리가 뭉친지 얼마 되지 않아 ‘Take Urban in 72 Hour’이라는 좋은 행사가 개최되어 설계공동체의 첫 프로젝트로 이번 행사를 선택하게 되었다.
설계공동체 자작의 구성원들과 가족들 위주로 팀을 구성했는데, 시민들의 참여가 높아 팀과 관람하는 사람의 구분이 불필요했다.
여인혁(이하 여): 사실 라펜트에서 뜬 이번 프로젝트의 공고를 보자마자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맞는 친구들을 몇 모았으나 너무 늦게 공고를 확인한지라 시간이 부족했고, 마침 가까운 교수님께서 프로젝트에 참가함을 알고 부탁드려 합류하게 되었다. 멋지고 능력있는 분들을 가까이서 보며 많은 자극을 받았다.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이강수(이하 이): 작업하던 시민들의 반응은 자신도 참여할 수 있는 시민참여형 프로젝트냐 묻고, 사진도 많이 찍어갔다. 이런 행사가 처음이라 매우 관심을 가지고 좋아했던 것 같다. 물론, 우리도 밖에서 하는 작업은 처음이라 같이 하는 데 의의를 두고, 매우 즐겁게 작업했다.
작업을 하는 중에 초등학교 여자아이가 자신도 참여해보고 싶다고 해서 직접 톱질을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정: 국내에서 공간과 관련한 이런 퍼포먼스가 많지 않은데, 서울에서 이런 것을 처음으로 해보니 보는 사람도 즐거워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행사가 보다 많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작업 과정
정: 우리의 대상지가 남산한옥마을로 결정되었을 때, 한옥이라는 공간과 우리 작품과의 조화에 대해 고민했다. 결국 전통공간에 모던함을 이 곳에 끌어들이는 색다름을 연출하기로 했다.
우리 작품은 레고에서 착안했는데, 큐빅으로 만들어진 가변성이 있는 하나의 구조물이 된다. 터파기와 같은 사전작업이 필요치 않아 시공도 쉽다. 한옥 공간과 이러한 우리 작품의 대조되는 시점에서 시도를 해보았다.
이: 대상지 속 한옥의 텍스처가 살아있기 때문에 우리 작품에서는 넘치지 않게,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않게, 환경을 얌전하게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심플하게 만나면서 실용성을 받아들인 것이다.
철제라는 재료의 모던한 느낌을 한지나 전통적인 문양 등을 활용해서 완화시키고 주변의 특성을 담고자 했다. 전체적인 방향은 그런 틀 안에서 조화를 찾아보자는 식으로 계획되었다.
대상지 내에서도 평상처럼 앉을 수 있는 바위가 있고, 녹음이 되어줄 나무가 있는 주변 장소를 활용하고자 했다. 바위에도 사람이 앉아 있고, 우리의 의자를 통해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이런 장소를 의도한 것이다.
모던한 텍스처를 가지면서도 가까이 있는 돌과 나무들에 어울릴 수 있도록 모양이 간단하고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모았다.
작품 특징은?
정: 우리 작품은 3S(small, simple, solid)로 표현되는 SFC(steel frame cubic)를 가지고 가변적 시설물을 구현하고자 하였다. 이번 행사가 일종의 게릴라식 도시형 퍼포먼스지만 ‘의자설치’라는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실제적 상황이므로, 주어진 예산 속에서 최대한 튼튼하고 실용적으로 잘 만들어 이용자들에게 사랑받는 지속성 있는 경관을 제공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특히 주변 경관과의 조화로움을 위해 의자의 모양이나 개수에 대해 많이 고민하며, 설치를 시작했다. 작업을 하면서 처음에 디자인하고 설치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설치될 구조물의 방향이 반대로 달라졌다.
우리 작품의 장점이 바로 이렇게 저렇게 바꿔보는 재미가 아닐까 한다. 레고블럭 쌓는 것처럼.
이: 모듈형이기 때문에 우리의 큐브는 변화를 주고, 주변을 받아들이는데 용이하다. 재질도 지역과 이용자의 기호에 맞추어서 조절하기가 쉽다.
결국 지금 설치되었다고 그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공간이 바뀌고, 다른 곳에서 필요로 하면 이동과 분해가 가능하다. 관리주체가 실질적으로 필요로하는 구조물이자, 용도전환이 용이한 시설물이다.
작업을 진행하던 중 어려웠던 점?
정: 72시간 내에 의자를 설치하라는 미션에는 의자에 사용되는 소재적 제약이 크다. 목재 사용률도 높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빈번히 이용하는 시설물이라는 점에서 내구성은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한다. 완제품의 사용을 금하는 것이 그러하다. 일정부분은 이들 제품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대상지의 지속성을 담보해야 한다.
이: 관람용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을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안전상의 문제도 있다. 주최측이 그러한 부분을 보완해 준다면 더 좋은 행사가 될 것이다.
실제 경연에 들어가기 전에 장소들도 사전에 공개하여 참가자들이 대상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시간을 감안해 주고, 사전에 일정시간 준비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주어졌다면 보다 완성도 높은 대상지가 되지 않았을까?
여: 대상지의 바닥면이 콘크리트인 것, 또한 행사가 많고 사람들의 간섭이 많은 장소적 특성으로 작품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런 제약에 대처하는 것 또한 미션이고 도전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자작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할 계획인지?
이: 우리팀은 국내외 경험도 있고, 다양한 방면에서 뭉쳤기 때문에 서로 조언을 구할 수 있다. 우리가 팀을 구성할 때도 다양한 구성에 초점을 맞추어 작업을 진행했고, 이렇게 협력하고 아이디어를 내다보니 학생들도 소식을 듣고 기쁜마음으로 참가해 주었다.
정: 우리나라는 시스템상, 능력을 갖추고 있어도 실적 등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젊은 작가, 젊은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고루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젊은 사람들이 쉽게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 한다. 지금으로서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공모를 통한 방법이기 때문에 우리도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해외유학파를 비롯해 젊은 인재들의 모임을 구성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의견으로 낼 수 있는 창구를 만드려는 노력을 하는 중이다. 앞으로 우리 자작을 주목해주길 바란다.
취재: 이형주 기자, 김도균 통신원(경희대)
- 이형주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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