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변화로 본 미래의 공원

제상호 ㈜천마이앤씨 대표
라펜트l기사입력2018-06-24

 


글_제상호 ㈜천마이앤씨 대표


공원의 역사를 짧게 살펴보면 공원의 의미는 100년 동안 변해왔다. 일제 강점기시대 우리의 공원은 일제권력의 상징이었고, 그 후 전쟁을 겪으면서 자연환경이 파괴되어 공원의 의미가 잠시 사라지는가 싶더니 1960년대 공원은 정치적 권력 선전용으로 이용되었다. 1980년대가 되어 여가의 의미가 확대 되면서 공원은 여가의 장소로써 자리매김한다. 그 후 생태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어 공원은 생태성을 보존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었고, 현재에 와서 공원은 100년이라는 시간을 함축해서 보여 주듯 정치적인 도구로서, 생태와 여가의 장으로서 다층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공원은 (서울시만하더라도) 조금만 걸으면 다가갈 수 있는 장소로 인식 되었다. 현재까지 서울시에 있는 공원 현황은 공원률 27.24%, 시설률 87.82%로 계획공원은 2097개소에서 면적 164.91㎢으로 나타난다. 서울시만 보더라도 1900년대부터 현재까지 도시에서 공원이 점진적으로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산업화가 되어 도시에 살면서 녹지의 필요성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그에 대한 작용으로 생긴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과연 미래에도 현재와 같은 의미를 가진 공원이 존재할 수 있을까.

흔히 ‘미래’ 라고 하면 머릿속으로 두 가지 모습을 떠올린다. 이 두 가지 모습은 상충된 모습이다. 하나는 첨단기술이 발달한 도시. 초고층빌딩과 하늘을 나는 자동차, 하늘과 맞닿는 건물들로 이루어진 마천루, 또 다른 하나는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온 파괴된 도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며 식물이 시들고 하늘은 회색이며 암울한 빛깔의 도시. 이 두 가지의 도시 모습 중 우리는 어떤 도시 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도시에서 공원은 무슨 역할을 갖게 될 것인가.

100년 후인 2117년 도시공원미래상을 정확하게 알기 위하여 먼저 100년 후의 도시 사회상에 대해 생각해보자. 첫 번째는 기후의 변화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구의 평균기온은 매년 2℃씩 상승한다. 따라서 100년 후에 상당한 지구 온난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지구온난화의 결과 해수면의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기후변동에 관한 정부 간 패널)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적정 규제에 실패할 경우, 2100년 해수면 상승폭은 최대 1미터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둘째, 인구의 변화다. 유엔 인구 기준국인 칼호브에 따르면 100년 후 지구 인구는 100억에서 200억 사이가 될 것 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현재 73억 명의 세계인구의 2배 정도 되는 인구이다. 한정된 지구라는 공간에서 많은 인구들을 수용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며, 의식주에 대한 문제가 다시 대두될 것이다. 세 번째는 인공지능의 일상화다.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세기의 대결이라고 불릴 만큼 세간의 화제가 되었고, 인공지능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발전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해 주기도 하였다. 삼성전자의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100년 후 인공지능은 일상생활의 일부가 된다고 밝히고 있다.

세 가지 주된 키워드로 생각해 봤을 때 미래도시공원의 역할은 자연환경의 변화에 생태계의 기억저장소 역할을 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열대화로 생물다양성의 축소가 일어날 것이다. 온대기후, 냉대기후에서 사는 식물들은 서식지의 파괴로 인해 살지 못하게 될 것이며 공원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생물다양성을 보존해야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어 질 것이다. 어린이들은 공원을 통해서 과거의 생태계를 공부할 수 있고, 100년 전 자연환경을 접할 수 있다. 덧붙여 식물 품종개량 기술의 발달로 사막이나 북극같이 기후적 조건 때문에 식물이 서식하지 못하는 환경이나 대기가 없는 우주에서도 자생할 수 있는 특수종이 개발되어 특수 종 중심이 된 공원이 생겨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더 이상 실외가 아닌 실내 혹은 해양과 지상에서 공원을 즐길 수 있다. 한정된 지구라는 공간에서 인간은 새로운 주거 환경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주거환경은 바로 바다 및 도시, 그리고 하늘 위에서 둥지를 튼다. 따라서 다양한 공간에서 공원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VR기술의 발달로 공원은 현실에서 뿐만 아니라 가상의 공간에서도 즐길 수 있다. 공원의 창조가는 더 이상 조경가가 아니다. 공원을 사용하는 사용자에 의한 공원이 만들어진다. 조경가는 이용자들이 가상의 공간을 만들 때, 공원이나 설계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고, 이용자들은 취향에 맞는 조경가와 협업하여 공원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놀이 활동을 주목적으로 이용하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에게는 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공원을 만들고 조경가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부분에 시스템적으로 도와줄 뿐이다. 또한 다양한 식물공부, 운동프로그램, 여가 생활 또한 이용자들에 맞게 가상으로 설계되어 개인에 맞는 공원을 만들게 될 것이다.

100년 후가 되었든 1000년 후가 되었든, 공원은 계속해서 인간이 지구에 발을 딛고 있는 한 존재할 것이다. 인간은 자연과 떨어질 수 없고, 자연과 잠깐 멀어져 있어도 어느 시점이 지나면 다시 자연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자연에 대한 그리움으로 식물을 키우고 자연을 인공적으로 조성시킬 것이며 자연을 떠올리는 행위를 계속해서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는 공원이라는 공간을 찾는 결과를 낳을 것이며 공원은 비록 인위적이지만 작은 인간에게 대자연이 주는 기쁨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글_제상호 · 천마이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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