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이제는 우리 상황에 맞는 시스템으로

글_안영애 논설위원(안스디자인 대표)
라펜트l기사입력2019-05-12

 

이제는 우리 상황에 맞는 시스템으로



_안영애(안스디자인 대표)




사무실에서 창밖을 보니 참새가 죽은 털수염풀 열심히 뜯고는 그 작은 입으로 물고 날라 가기를 되풀이 한다. 까치 역시 죽은 잔가지를 물고 가기를 되풀이 한다. 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을 짓기 위해서… 참으로 아름답고 감동적인 자연의 모습이다! 하물며 참새도 까치도 그러하므로 우리는 더 이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설계의 본질-이상과 현실사이

설계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얘기가 있지만 나는 설계가가 생각하는 이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일련의 작업이라 생각한다. 설계가가 꿈꾸는 이상은 머릿속, 마음속에 시·공간을 초월해 있지만 이를 보여주기 어렵다 보니 유사한 이미지를 만들어내지만, 이것 역시 계획의 완전성이지 결코 현실의 완성은 아니다. 설계완성도는 곧 현실의 완성도와 비례한다. 과거 대규모, 개발확장시대에는 Zero Base에서 그나마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지만 현재는 그런 경우가 흔하지 않다. 그림을 그릴 때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그리는 것도 쉽지 않은데, 여러 가지 그림이 있는 캔버스에 주제와 맞지 않거나 여러 사람이 상충되는 요구를 하는 환경이 주어진다. 그리고 단시간에 최저의 가격으로 최고를 만들라고 채근한다. 주어진 그림을 분석하고 일부 활용하면서 훈수두는 사람들의 의견도 청취해가면서 워라벨로 야근을 하기 어렵다는 조수를 데리고 단시간에 하려고 하니 육체적 심리적 스트레스가 여간 큰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 설계는 난이도가 낮다고 한다. 도대체 그 난이도 기준은 무엇인가? 이런 여건이 지속된다면 오랜 경험을 가진 설계가는 설계를 접을 수도 있다. 아니면 조수는 설계가의 모습에 자신의 미래를 오버랩해 조수 일을 그만 두고 새 길을 찾고자 할 수도 있다. 주어진 예산을 내용보다는 절차대로 집행이 목적이라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이자 목표―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것―가 다르기에 접점을 찾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한다. 더하여 설계는 땅을 기반으로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언제 제작한지도 모르는 ‘수치지도’를 가지고 설계를 하라는 것은 땅이 아닌 하늘에서 하라는 것과 같지 않은가? 정작 기반은 땅인데 땅이 아닌 하늘에서 시작한다면 그 얼마나 불완전할지는 명약관화하다. 법적으로 측량하는 비용은 별도로 지급하게 되어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예산절감을 이유로 슬며시 사라지더니 이제는 당연한 것이 되었다. 진정 예산절감은 무엇인가? 절감의 의미는 비싸게 주지 말라는 것이지 아예 주지 않으라는 것은 아니다. 이는 절감이 아니라 안 주는 것이라고. 묻고 싶다. 설계를 아십니까?


업무의 난이도 기준은?

조경설계협의회에서 앞으로 엔지니어링대가 기준이 상향된다는 얘기하여 반갑다. 나아가 요율상향 외에 항목삽입이 추가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현재도 요율을 100% 주면 지금 같은 최악의 상황은 아닌데 난이도라는 함수를 적용, 발주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렇다면 업무의 난이도의 기준은 무엇이며 그 율이 과연 적정한가? 물론 발주처도 나름대로 고민은 있겠지만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도시계획업무의 주민공청회 만큼은 아니지만 주민설명회를 반드시 해야 하는 근래에는 이 업무 역시 만만치 않다. 도시계획에서는 주민공청회 비용은 항목으로 계산하여 주는데 조경에서는 주민설명회에 대해서는 고려해주지 않는다. 설계에서 난이도 기준을 적용해 감하고 그동안 추가비용 없이 추가되어 온 많은 작업들을 미루어본다면, 이 일을 시작한 30여 년 전보다 지금의 설계여건은 더 나빠진 것 같다. 하여 설계가들은 자조적인 얘기로 설계는 3D업종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만약 설계시장을 이렇게 고사시킨다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법 개정이 어려우면 요율이라도 제대로 반영해 주어야 시장이 유지될 것 아닌가. 이를 위해서는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눈에 보이는 것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야박한 게 현실이다.


통합의 가치

지난달에 개인주택정원 공사를 하였는데 특성상 도면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시공을 위한 도면작업에 정말 한계가 있다. 시공을 위한 설계도면을 1/50으로 하여도 충분하지 않다보니 결국 현장에서 시공할 재료를 펴놓고 5포트, 10포트씩 배분하고 시공하였다. 정원이라는 특수성도 있지만 소규모 공사는 현장개념으로 설계시공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규모 신도시, 재개발 등 큰 공간은 점차 감소되고 있고 점차 리모델링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기존의 것을 정확히 파악하면서 새로이 조성한다면 이것이 사무실 책상에서 하는 설계로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설계/시공분리는 Zero Base에서 만들 때 효율적인 것이지 부분적인 리모델링 형태의 경우에도 관연 효율적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규모가 큰, 여러 공종이 있는 경우 설계 없이 시공이 불가능하지만 작은 규모의 경우 동시에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무리 좋은 설계가 있어도 좋은 시공자를 만나지 못한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없기에, 상위 모법개정이 어렵다면 다른 대안은 없는가?


법은 바꾸기 어렵다?

법을 바꾸기 어렵다고들 하지만, 바꾸기 위해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나의 이익은 전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한 것 아닌가? 늘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요? 하는 제안을 하면 나오는 답은 “그렇게 하면 좋지만 법이…”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법을 바꾸기는 하늘의 별을 딸 만큼 어려운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많은 이해관계가 있어 바꾸기가 쉬운 일은 분명 아니지만 ‘시도’조차 안하는 것은 아쉽다.

현재 조경공사에서 일정 금액의 경우 설계, 시공분리보다는 설계시공을 같이 하면 현장중심으로 더 좋지 않을까 한다. 수년 전에도, 전 차에도 건설공사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턴키시스템으로 발주하는 것과는 반대로 일정 금액 이하를 설계시공을 일괄 발주하는 것을 얘기한 적이 있지만, 아무도 그에 대해 관심이 없는 듯하다. 우리나라 조경업무의 시작은 시공이 중심이었으나 어느 순간 분리되었는데, 소규모의 경우 이 제도를 검토해보았으면 한다. 일선의 여러 공무원이 턴키시스템을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는 시공자가 완전 책임 하에 말 그대로 Key를 넘겨주는 것인데 조경은 그 만큼 큰 규모가 거의 없으므로 반대로 작은 규모에서 책임을 가지고 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길은 전혀 없는 것인가?

실제 공사형태로 발주된 것은 아니지만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사업 중 72시간 프로젝트나 정원박람회 작가정원은 설계/시공 동시에 발주형식이 아닌가 한다. 시민참여 및 봉사, 자신의 작품을 만든다는 것도 있지만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 아니지 않는가 한다. 발주규모가 작지만 72시간이나 작가정원조성은, 크게 용어와 규모만 다를 뿐 유사한 방식이라고 생각되므로 이를 근거로 좀 더 확대발전시킬 수만 있다면 좋은 변화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단, 적정한 규모의 공사, 단순한 공정에서 한번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세상은 변하는데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반드시 거기에서 엇박자가 나지 않을까 한다. 새로운 일은 점차 적고 규모 역시 소규모, 그것도 부분적인 일의 비율이 점차 높아질 가능성에 대비해 기존방식과 새로운 방식 중 어느 것이 효율적인가 생각해 볼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제도는 없지만 시작도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법을 바꾸지 않고 조례를 바꾸거나 행정상 운영을 반영하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 프로젝트의 경우 설계/시공을 함께 하여 완성도를 높이거나 혹은 감리제도를 두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고 있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이런 제도를 작은 공공공간에서는 전혀 시도도 못하는 것인가? 현행법 상 설계시공 동시발주로 책임 있게 추진할 수 없다면 완성도를 위해 작은 공사라도 설계자의 감리를 적극 도입하였으면 한다. 언제까지 2% 부족한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또한 설계가 역시 감리를 통해 본인설계의 문제점도 점검할 수 있기에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행정 운영상으로 설계자가 시공감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얼마 전 포털 기사에서 중세의 천재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조차도 자신의 업적을 경험의 제자라고 얘기하였듯 설계자에게 있어 시공경험은 정말 소중한 것이고 이를 설계자의 열정으로 하라 요구하기에는 현재 여건은 어려운 것 역시 현실이다. 하여 제도=법으로 어려우면 우선은 행정운영측면에서라도 접근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이제는 우리 상황에 맞는 시스템으로

지금의 설계/시공발주시스템은 아마도 외국의 사례를 근거로 도입하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오랫동안 설계의 현업에서 있어 정확한 제도, 제도 도입상황, 제도의 문제점을 잘못 얘기할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아무리 좋은 제도일지라도 우리 여건과 맞는지 여부는 체크해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업에서 일을 하고 있는 많은 조경가들이 가장 문제점을 잘 알지만 업무에 바빠 이런 것을 챙기지 못하고 있지만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경설계가 적성에 맞고 운 좋은 시절에 많은 혜택을 받은 것에 대해 보답을 하여야 하는데 아직은 마음뿐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소득이나 국가경제규모로 보아 우리 도시는 보금 더 환경적이고 아름답고 인간적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늘 아쉽다. 스스로가 가진 재능이라면 재능인 것을 나눌 때 우리 사회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어느 건축가의 시골 작은 교회의 설계기부를 보고 우리 조경계도 그런 기부를 한다면 우리 분야의 위상이 변하지 않을까 한다. 나누면 사라질 것 같지만 언젠가 채워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임을 살면서 느끼고 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 더 많은 것이 있을 것이다.
글·사진_안영애 대표 · 안스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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