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기후변화로 인한 공원 식생의 고사에 대처하자!

글_김귀곤 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UNFCCC 온실가스계정 워킹그룹 공동위원장)
라펜트l기사입력2023-05-03

 

기후변화로 인한 공원 식생의 고사에 대처하자!




_김귀곤 서울대 명예교수,
UNFCCC 온실가스계정 워킹그룹 공동위원장



최근 오대산 국립공원을 답사했다. 월정사 입구에는 이곳이 원시 자연경관지역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조금 더 등산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고사 되어 있는 식물 군락이 눈에 띠었다. 죽은 산죽 식생이 넓은 면적에 걸쳐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연경관의 신비와는 전연 다른 모습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원시림에 가까운 산림의 신비스러운 매력이 사라져 갈 것 같다(아래 사진 참조). 일부 식생의 고사는 그곳에 서식하는 야생동물 생활의 변화를 야기한다.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에 따르면 오대산 정상부에서 자라고 있는 구상나무 군락도 고사했다고 한다. 태산 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 같은 일이 우리의 소중한 자연 자산에서 현실로 벌어지고 있으나 관할 공단에서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한다.

우리 동네 청담 도시 근린공원의 대나무도 죽어가고 있다. 과학적 고사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꽃이 피고 난 뒤 죽는다는 자연 현상론과 기후 온난화로 인한 온도 상승의 피해라는 주장이 있다. ‘기후변화 생물학(climate change biology)’에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기후변화 생물학은 기후변화가 자연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새로운 학문 분야로서 과거의 자료와 현재 관찰되고 있는 변화에 바탕을 두어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종의 멸종에 관한 이론을 정립하고 미래를 예측하여 자연계의 변화를 시뮬레이션하는 비교적 새로운 학문 분야이다.

때맞추어 ‘기후적응법’의 제정을 앞둔 국회 토론이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후변화 적응 노력의 일환이 되어야 할 죽어가고 있는 산죽의 보전과 복원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현장 평가에 바탕을 둔 빅 데이터를 구축하자. 다 학문적인 팀에 의한 정밀 현장 조사와 함께 스마트 자동 센서 네트워크를 설치하여 온도, 토양 조건, 그늘 등의 생육 환경과 식생 변화와의 관계를 시계열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해야 한다.

둘째, 복원을 위한 실증적 실험 사업을 수행하자. 기후변화의 생물학적 영향의 평가는 많은 연구와 믿을 만한 자료, 그리고 건전한 과학적 자료를 필요로 한다. 더 늦기 전에 시범 복원 사업을 통해서 이 같은 자료들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실험 지역과 비교가 될 대조 실험구의 설치도 필요하다.

셋째, 기후변화로 추정되는 전국의 식생 피해 실태 조사를 실시하자. 식생대의 변화 차원을 넘어, 공원에서 관찰되고 있는 산죽의 고사는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의 구체적인 첫 사례가 될 수도 있다. 인간에 의해 야기되고 있는 자연 재난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겠다.

기후변화 적응은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예측되는 기후변화가 사람과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조정하는 과정을 말한다. 국립공원을 비롯한 생물다양성 보고(hotspots)를 대상으로 하는 기후변화 적응 노력에 우선 순위가 주어져야 한다. 이와 같은 적응 노력은 오랜 시간과 비용, 사회 참여를 필요로 한다. 하루 빨리 사라져 가는 생물 종과 서식처를 보호하기 위한 적응 행동의 준거 틀과 전략이 마련되고 실천을 위한 정책과 수단이 현실에 맞게 강구되어야 할 시점이다.


오대산 국립공원의 고사된 산죽의 모습 (2023년 4월 26일 필자 촬영)
글·사진_김귀곤 명예교수 ·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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