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화나무
암사정수장 옥상, 상생만 외치면 끝?

과거 옥상이란 명사앞에 의례적으로 붙던 형용사는 ‘방치된’이었다. 벗겨진 페인트로, 길잃은 청소년의 흔적들로 얼룩덜룩했다. 그러다 어느사이 옥상에는 식물과 사람들이 그곳에 하나둘 자리를 잡았다. 땅값이 비싼 도심지에 녹색을 입힐 수 있는 신대륙이 발견된 것이다.
최근 암사정수센터 옥상녹화가 태양광시설로 바뀌는 사건이 벌어졌다. 1만5401㎡란 대단위 면적이 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느단체는 항의문도 보내고 토론회까지 열었다. 결론은 상생. 충분히 예상가능했던 시나리오로 그렇게 흘러갔다.
언론을 통해서 본 우리의 대응은 태양열이 주장하는 효율중심의 프레임에 끌려간다는 인상이었다. 얻는 것 없이, 외부로부터 밥그릇 싸움, 영역 차지란 인식만 심어 주는건 아닌지 심히 걱정됐다.
그것과 함께 보이지 않는 문화, 사회적 무형의 기회비용을 더 크게 제시했다면 어땠을까? 긴급 설문조사를 기관에 의뢰하거나 시민단체와 손잡고 주장하겠다는 용기와 융통성은 없었나? 지금은 감성의 시대다.
한가지 더. 서울시 부서 힘싸움 이라면서 남탓으로 비껴가려는 네거티브 관성도 덜어냈으면 한다. 내 탓까지 짚어보고 반성하는 자리도 갖자. 무엇보다 대중들의 낮은 조경 인식, 이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더 급한 불이다.
공허한 울림으로 되돌아오는 상생. 말하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