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파리의 큰 허파, 벵센 숲(Bois de Vincennes)
글_강호철 오피니언리더(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24-05-10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379
모로코와 파리편 - 36
파리의 큰 허파, 벵센 숲(Bois de Vincennes)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파리는 한강과 유사한 센강이 흐르지만, 서울처럼 도시 주변을 병풍과 같이 감싸고 있는 매력적인 산악 지대가 보이지 않습니다.
도시가 대부분 평원지대이지요.
그래서 도시의 허파 기능을 부여한 2곳이 존재한답니다.
두개의 허파 중 하나가 파리 서쪽에 위치한 불로뉴 숲(Bois de Boulogne)이고, 또 하나가 뱅센 숲(Bois de Vincennes)이랍니다.
뱅센 숲은 수년 전 탐방을 하였으므로 이번에는 ‘불로뉴 숲’을 답사하기로 하였답니다.
경관일기에는 아직 불로뉴 숲을 소개하지 않았나 봅니다.
추후 기회가 되면 소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파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두 허파는 많은 시민들이 즐겨찾는 명소라 지하철로 쉽게 접근이 가눙합니다.
파라의 서쪽에 위치한 불로뉴 숲은 필자가 묵고 있는 숙소에서 도보권으로 가깝고, 뱅센 숲은 지하철을 갈아타지 않고 곧장 연결되어 시간도 절약되고 번거로움도 없답니다.
불로뉴 숲이 750ha(약 250만 평)으로 뉴욕 센트럴파크 보다 2.5배이고, 뱅센 숲은 그 면적이 무려 1,000ha(약 300만 평)으로 파리에서 가장 큰 자연공원이지요.
즉, 뉴욕 센트럴파크의 3배, 런던의 하이드파크보다 4배가 넓답니다.
이곳은 파리 외곽을 순환하는 고속도로인 Peripherique의 바깥에 위치하지만 파리시 구역이라네요.
워낙 면적이 넓고 평탄한 지형이라 현재의 위치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하철을 비롯한 버스 노선이 다양하게 접근이 되나 보네요.
지하철역에서 나와 공원으로 이동하였지만, 방향 가늠이 되지 않아 그냥 숲속을 향하여 걷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현재 위치와 지도를 볼 수 있는 능력과 식견도 없기에 몸이 더 움직이게 되지요.
모르고 무식하면 몸이 피곤하게 됨은 당연하답니다.
오히려 좀 더 걷는데 자위하며 만족하는 편이지요.
지하철에서 내려 줄곧 걸어봅니다.
도시의 숲속을 트레킹 모드로 거침없이 걸을 수 있음이 특별한 경험 같네요.
나무들은 빼곡하여 울창하지만 우리의 산야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공간과 자연의 다양성이 덜하고 경관이 너무 단순하지요.
한반도는 삼천리 금수강산으로 지구촌 어디와는 비교될 수 없는 자연성과 아름다움을 갖고 있답니다.
계절마다 변화하는 풍광은 미치도록 아름답지요.
필자도 한때는 가까이 있고 언제나 마주하는 우리의 강산을 대수롭지 않게 보았답니다.
6.25 이후 한때 산야가 폐허에 가까운 처지였지만, 지속적인 산림녹화와 전 국토 공원화 운동 등에 힘입어 전 국토가 몰라보게 푸르고 아름답게 변하였지요.
알프스나 로키, 히말라야 등지를 겉핡기식으로나마 둘러보았지만, 스케일은 대단할지라도 오묘한 아름다움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는 느낌입니다.(필자의 주관적 생각)
아무튼 오늘 만나는 숲도 평탄하고 변화가 없으니 재미가 덜 하네요.
한 마디로 상쾌하거나 감칠맛이 없답니다.
노약자들이 산책하기엔 더없이 좋은 여건이겠네요.
방대한 숲속은 도시의 가로망 못지 않게 사방으로 거미줄처럼 산책로가 이어지며 연결됩니다.
숲속을 한참 들어 왔습니다.
울타리가 쳐진 내부는 각종 시설들이 보이네요.
숲속에서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장소로 보입니다.
이곳은 대규모의 자연공원이라 고정시설은 많지 않고, 대부분 천막 등 이동식 시설들이네요.
젊은 한 때 추억의 캠프 활동이 그립습니다.
온통 숲속에 마련된 간이 시설들이 아주 여유롭네요.
끝없이 방대한 숲속을 걷고 또 걷습니다.
예기치 않은 정원을 만났네요.
‘Garden of Tropical Agronomy’ 간판이 붙어 있습니다.
원래 이곳은 외래 작물을 연구하는 곳이었답니다.
프랑스가 지배하는 여러 식민지의 작물들을 가져와 실험하던 곳이라지요.
식민지에서의 더 많은 수확을 목적으로 운영되었던 농작물 연구소로 운영된 곳이랍니다.
한편, 이곳에서 1907년에 식민지 박람회가 열렸다네요.
박람회엔 프랑스 식민지 여러 나라를 대표하는 원주민 마을과 전시관도 조성되었다지요.
이후 연구센터가 이전되면서 이곳은 방치되었답니다.
한때 프랑스의 영향권에 속한 시민지를 비롯하여 보호령, 위임통치령 등으로 국가 일부나 전체가 속했던 나라들이 수없이 많았답니다.
상하이와 광저우를 포함한 중국과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세네갈, 콩고, 가봉,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이라지요.
식물들은 그 흔적이 많이 사라졌지만, 건축물과 구조물 등은 박람회 당시 축조되어 지금까지 건재해 있답니다.
박람회 기간 중에는 식민지 현지의 주민들을 대거 이곳으로 이주시켜 이국적 문화를 관광 상품으로 선보이게 하였다지요.
나라를 지배당했던 슬프고 우울한 시절의 아픈 역사가 숲속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답니다.
우연히 만나게 된 이곳이지만, 많은 생각의 여운을 던져주네요.
300여 만평의 숲속에는 정원과 식물원을 비롯한 동물원, 경미장, 체험 놀이시설 등 여러 주제의 특화된 공간들이 자리하고 있답니다.
한편, 서울과 파리의 자매결연 10주년을 기념하는 서울공원이 있고(서울 목동에는 파리공원이 있지요), 남쪽에는 숲을 기반으로 하는 근교 도시 ‘불로뉴 비앙쿠르(Billancourt)’가 자리하고 있다지요.
이러한 대규모의 자연공원은 과거에는 왕이나 귀족들의 사냥터로 이용되었답니다.
결국 이 방대한 장소가 상류사회를 구성하는 일부 특권층들을 위한 전유 공간이었지요.
하지만, 이러한 공간들이 난개발로 이어지지 않고 제대로 보존되었으니 큰 다행입니다.
이곳이 현대에는 지역민이 공유하는 쉼터이자, 문화 공연장으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지요.
방대한 숲속에는 크고 작은 호수와 개울, 울창한 숲과 잔디광장 등이 펼쳐집니다.
파리 시민들은 녹색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일찍 깨달았다지요.
센강의 작은 모래톱에서 시작된 마을에서 유럽의 거대한 문화도시로 성장하게 되었답니다.
특히 시민혁명 이후 녹색에 대한 일반인들의 욕구는 더욱 증대하였다지요.
상류층에만 제한적으로 향유되던 쾌적한 환경의 녹색문화가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넓은 자연속에서는 시민들의 수 없이 다양한 여가 행태들이 이뤄지지요.
지하철 입구에서는 공원으로 향하는 많은 사람들을 목격하였지만, 숲속에서는 사람 만나기가 힘들 정도랍니다.
단체로 이동하며 운동하는 여러 팀을 만나게 되네요.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가 봅니다.
걷기나 건강 체조도 전문가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네요.
어린이를 동반한 보호자들이 숲속을 거닐며 함께 지내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식민지 시절의 아픈 역사가 스며있는 시설들입니다.
앙코르와트에서 본 모습도 보이네요.
자국민들이 이곳을 만나면 어떨까요?
역사는 교훈입니다.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함이 지혜로움이겠지요.
무성하게 자란 대나무 숲도 그 당시 조성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해외 답사 현장에서 특정 장소를 하루 종일 머무게 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해외여행 상품의 경우, 아침과 점심, 저녁을 각기 다른 도시에서 먹는 경우는 허다하지요.
그런가 하면 하루 세끼를 다른 나라에서 먹게 되는 경우도 간혹 있답니다.
300여만 평에 달하는 이곳의 평지 숲도 좋지만, 우리 도시를 에워싼 산악들은 정말 보배롭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 근교산을 잘 보존하며 활용하는 방법이 대단히 바람직하고 중요하답니다.
도시를 흐르는 개울이나 강과 호수를 비롯한 근교산의 생태적, 문화적 가치를 잘 살펴 지혜롭게 활용하는 것이 매우 주요하지요.
프랑스의 마지막 황제인 나폴레옹 3세(1808-1873)는 프랑스 제2공화국의 지도자이기도 하지만, 도시공원의 중요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한 지도자로 평가된답니다.
파리를 세계 최고 도시로 변모시키겠다는 그의 야심찬 의지가 오늘날의 여유로움으로 귀결되었다고 여겨지네요.
그는 역사상 최초로 일반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도시공원을 계획하고 실천한 지도자로 평가된답니다.
그는 맑고 신선한 산소 공급을 위한 목적으로 Bois(숲)와 Parc(공원), Jardin(정원)과 Square(광장)라는 규모와 성격과 위계를 달리한 공간을 통하여 파리 시내를 체계적 녹색 지대로 조성하였답니다.
이번호는 오사카 답사 현장에서 정리하였습니다.
-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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