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대전 대통령상 받은 하동군의 비결은?
하동군과 경관학회, 경관정책의 미래 준비하는 특별 세미나 개최라펜트l김수현 기자l기사입력2021-11-25
하동군은 지속적인 인구감소와 낮은 재정 자립도 때문에 ‘지방소멸’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하동군은 섬진강과 빼어난 경관자원을 미래 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그 결과 하동군은 ‘2021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화개천변 경관사업’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명예를 안게 됐다. 군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지역 경관사업의 새로운 비전을 알아보기 위해서 (사)한국경관학회와 특별 경관세미나를 12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류중석 중앙대학교 교수가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경관의 가치와 경관계획의 역할’이라는 기조발제를 했고, 심경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과 배웅규 중앙대 교수가 각각 ‘국토경관 향상을 위한 경관법 개정방향’, ‘하동군 경관행정과 중점경관리구역의 운영성과’라는 제목의 발제를 진행했다.
종합토론은 안재락 경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의 사회로 ▲이범현 성결대학교 교수 ▲신은주 (유)디자인연구소 두다 대표 ▲윤정미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문환 놀루와 대표 ▲신남선 하동군 도시건축과장 등이 참석해 하동군 경관자원 활용에 대한 더 넓은 시야를 제공했다.
하동군과 (사)한국경관학회가 함께 ‘국토경관 향상을 위한 중점경관관리구역 성과와 전망’을 주제로 특별 세미나를 개최했다.
‘도시철학’이 있는 결정이 행복한 도시 만들어
류중석 중앙대학교 교수는 기조발제에서 경관이 지역 경제 활성화 수단에 그쳐서는 안 되고,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자체장의 ‘도시철학’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경관이 규제라는 인식이 상당히 강했고, 「경관법」을 만들 때에도 법 제정에 반대가 있었다. 그러나 대중적 인식과 달리「경관법」 자체는 규제를 위한 법이라기 보다는 장려를 위한 법에 가깝다. 이런 오해가 생기는 이유는 경관을 둘러싸고 공공의 가치와 민간의 가치가 충돌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관을 둘러싼 공유지의 비극을 막으려면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동군은 규제가 반드시 악영향을 주지 않고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경관은 경제적 가치보다는 공공 자산으로써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또한, 시민들이 지역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자산이고, 도시 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군은 경관계획을 세우고 시행하면서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이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새롭게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지역경관은 도시민들에게 자부심을 갖게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관광객 증가로 이어져 지역경제 활성화와 함께 세수 증가로 이어졌다. 하동군은 도시브랜딩에서 경관계획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결국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류중석 교수는 이를 두고 “행복한 도시가 되려면 자본 위주의 도시에서 사람 위주의 도시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시민들은 절대 행복해질 수가 없다. 자본만 가지고는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도 많다. 행복한 시민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도시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류 교수는 “각 지자체장들은 하루에도 수십 건의 의사결정을 한다. 의사결정을 할 때 어떤 철학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사회적 약자 배려, 자연과의 공존, 품격 있는 도시 등 다양한 질문을 하고 이를 결정할 수 있는 철학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해야만, 도시 속에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라며 ‘도시철학’의 중요성을 전했다.
‘살생부 수준의 경관관리’가 만든 대통령상
배웅규 중앙대학교 교수는 경관관리 과정에서 하동군이 실제 일선에서 진행했던, 제도와 행정적 노력을 소개했다.
하동군은 경관위원회의 심의·자문이 잘 작동됐던 대표적인 사례다. 건축 인허가건이 접수되면 경관계획 심의대상 여부를 구분하고 심의대상인 경우 경관위원회의 꼼꼼한 심의를 거치게 했다. 심의 대상이 아닌 경우에도 개발행위를 허가해 줄 때에는 민간전문가의 경관검토를 별도로 받게 했다.
초창기 심의에서는 조건부 가결이 많았다. 건축주나 건축사들이 경관 심의에 대한 경험이 적어 경관위원회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관위원회의 의도와 경관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건축사들이 많아지면서 경관을 고려하는 설계가 늘게 됐다. 최근에는 조건부 가결은 줄고 원안가결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를 통해서 군은 전반적인 경관수준의 향상을 꾀할 수 있었다.
하동군에는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등록된 전통차 농업이 이뤄지는 차밭이 몇 곳 있다. 차밭 앞에 집을 지으려는 귀농인을 담당 공무원들이 수차례 찾아가 집을 짓는 대신 공원 조성을 이끌어낸 사례도 있다.
노력의 결과, 하동군은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뛰어난 디자인을 자랑하는 건축물을 여럿 가지게 됐다. 특히, 카페인 ‘더로드 101’은 코로나 힐링 명소로 유명해져 하루 약 4,000명이 방문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고, ‘CAFE bridge130’은 ‘대한민국 신진건축사대상’에서 대상(2016)을 차지하기도 했다.
배 교수는 “하동군의 노력은 국토대전 심사위원들에게 ‘살생부 수준의 관리’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철저했다. 100년 미래를 위한 새로운 시작으로서 경관 관리의 의미가 있다. 민관 전문가의 건강한 경관 관리, 양방향 경관 형성 노력이 계속 지속한 것이 더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하동군의 경관관리 행정에 대해서 평가했다.
새로운 「경관법」 개정안의 쟁점은?
심경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경관법」 개정에 대한 내용들 발표했다. 특히 ▲중점경관관리구역 ▲경관자원▲경관계획 ▲개발사업 경관심의 등 중요사안을 논의했다.
경관관리를 규제로 인식하는 대중의 오해를 피하고자 중점경관관리구역을 ‘중점경관관리구역계획’이나 ‘중점경관관리구역 관리계획’으로 바꾸고, 중점경관구역은 ‘중점경관구역 관리계획’ 혹은 ‘중점경관구역 상세계획’으로 바꿀 것을 검토 중이다. 중점경관관리제도를 활성화하고자 경관계획과 별도로 수립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다양한 지원책에 대한 의견이 오가는 상황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경관자원조사는 경관계획을 수립할 때만 이뤄진다. 경관자원조사가 경관계획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에 비해서 충분한 시간과 예산을 지원받지 못해 부실한 조사가 이루어질 때가 있다. 개정안에는 경관자원조사의 정의를 분명히 하고 경관자원조사를 따로 진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
일선에서 경관계획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종종 나온다. 특히, 중점경관구역 경관심의 주체인 시·군 지자체장이 실질적 건축 허가권자이기 때문에 도 경관계획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또한, 도 경관계획은 중점경관관리구역의 관리가 선택사항이며, 시행을 위한 재원조달계획과 단계적 추진계획 또한 선택사항이다. 현행법은 도 경관계획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제도적 난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도와 시·군, 특·광역시의 각자의 역할을 새로 구획하고 역할을 명확히 하는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특히, 도 경관계획에서는 둘 이상의 구역에 걸친 경관자원을 관리하고, 중점경관관리구역의 지정 제안과 관리방향을 제시하는 안이 제시됐다.
이와 더불어 개발사업의 경관심의 대상을 기존의 500억 원 이상 사업에서 5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확대해 상대적으로 작은 사업에 대한 경관심의가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또한, 도시개발사업과 정비사업 중 경관심의가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하기 이전에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개발이 확정되지 않은 대상지의 경관을 심의하는 것은 실질성이 떨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계획 심의와 경관심의를 통합적으로 운영해서 제도를 간소화하는 부분이 이야기되고 있다.
심경미 연구위원은 “이번 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경관자원과 중점경관관리구역 활성화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지역 특성에 맞는 경관을 형성해 온 국민이 경관을 향유하게 만드는 제도가 시급하다”라고 했다.
하동군은 이제 다음 단계를 준비할 때
발제에 이어진 토론에서는 하동군 경관사업의 다음 단계에 대한 조언과 아쉬움, 다양한 공직자를 교육해 경관 개념을 대중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범현 교수는 “중점경관구역이 다른 사업과 연결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균형발전사업 등 중앙정부 사업들의 인센티브를 중점경관관리구역에 투자해 주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을 창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하동군 주변 지자체인 구례, 함양 등과 협력하는 사업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하동군의 다음 단계에 관한 조언을 했다.
윤정미 선임연구위원은 “하동군이 앞으로 농촌 경관에 관한 혁신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폐가로 방치된 시설물을 활용해 경관을 가꾸는 부분이 필요하다. 경관은 공공의 자산이기 때문에 농촌에 있는 공가와 폐가로 인해 경관을 훼손시키고 방치하는 것에 대한 공공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라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농촌 폐가에 대한 하동군의 대책을 요청했다.
이어서 신은주 대표는 “하동군에서 경관기록화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많이 아쉽다. 대통령상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기록이 없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 부분은 다른 심사위원들도 똑같은 의견이었다”라고 하며 경관기록화 사업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이 밖에 조문환 대표는 “경관 관리 주체 중 하나인 공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도시는 개인 건물들이 주를 이루지만, 농촌은 공공건물들이 중심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농촌의 공직자들은 모두 경관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보건소 직원들은 지소 진료소 건축 설계를 의뢰하는데, 설계사들이 경관 개념이 없는 경우가 있다. 이때 각 공직자들이 확실한 경관개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관이라는 개념이 어렵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경관 개념을 정립하기 어렵다. 해결책으로 꾸준한 공직자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공직자 대상 경관 교육의 필요성을 말했다.
- 글·사진 _ 김수현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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