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파리 근교, 모네의 정원과 지베르니 마을 -2
글_강호철 오피니언리더(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24-04-05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374
모로코와 파리편 - 31
파리 근교, 모네의 정원과 지베르니 마을 -2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오랑쥬리 미술관에 전시된 ‘수련’을 비롯하여 모네의 대표작 수련 연작의 배경이 된 연못에 왔습니다.
이 연못은 그렇게 유명한 수련 작품들이 탄생한 모태이지요.
연못은 그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답니다.
그렇게 오래도록 기대하고 찾은 연못이지요.
오래전 일본 교토 근교산 중턱에 위치한 정원에서 모네의 수련연못을 재현해 놓은 사례는 둘러 보았답니다.
연못 주변으로 개울이 흐르고 제법 울창한 숲이 있습니다.
숲속으로 흐르는 개울을 따라 2-3분 가량 이동하다 보면 주인공인 연못이 나타나지요.
그저 평범한 개울이고 숲이랍니다.
모네(1840-1926)는 생가에 딸린 이곳 연못을 배경으로 수련 유화를 무려 250여점을 남겼답니다.
1890부터 1920년대에 이르기까지 무려 30년 걸쳐 이곳 연못의 수련을 화폭에 담았다지요.
그림 제목도 ‘수련’을 비롯하여 ‘수련연못’과 ‘수련과 일본풍 다리’ 등 다양하지요.
모네는 주제와 시점에 따라 일련의 그림을 집중적으로 완성하고 전시하는 습성이 있었답니다.
그의 연작은 1889년 ‘크뢰즈 계곡0’을 시작으로 ‘건초 더미’와 ‘수련’ 연작으로 이어지지요.
들판의 작은 숲과 정원사이에 위치한 생태 연못을 연상시킵니다.
면적도 넓지 않고 자연스런 분위기지만, 요소요소에 장미를 비롯한 화려한 정원수와 꽃들이 배치되어 있네요.
명화의 배경이 된 연못 풍경을 담기 위한 자리 다툼이 예사롭지 않네요.
주요 포인트에는 한참을 기다려야 자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방문을 기념하는 인물 촬영이네요.
서구 사람들은 대체로 동작이 느리고 태평세월이랍니다.
필자는 기다리지 않고 연못 주변을 따라 계속 걷습니다.
연못 순환 산책로를 한 바퀴 도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10분 정도면 될 정도로 규모가 작습니다.
운동 효과도 있고, 수시로 변화하는 빛의 강약이 있어 풍경을 기록하기에 좋네요.
한산한 장소에서 기록하며 계속하여 순환합니다.
하루에도 아침과 정오가 다르고, 오후 시간엔 또 다른 느낌이 오겠지요.
계절의 변화와 빛의 정도에 따라 풍경은 매우 다른 표정을 갖는답니다.
카메라로 기록하는 필자의 경험으로도 색다른 분위기가 쉽게 느껴지는데, 하물며 예민한 감각을 가진 화가의 시각에는 엄청난 변화감을 읽어내겠지요.
그래서 이 작은 하나의 연못에서 그렇게 다양한 그림들이 탄생되었나 봅니다.
그림에 등장하는 일본풍의 다리도 있네요.
이 다리에서의 기념촬영도 인기가 많습니다.
실물은 특별함이 전혀 없어 보이는 아주 평범하고 소박한 모습의 철제 아치형이지요.
실물보다 그림이나 사진이 아름답게 보이는 경우가 많답니다.
무성하게 자란 등나무 줄기와 잎때문에 보다 자연스럽네요.
아치교 앞에는 안개나무(Smoke tree, Cotinus)도 보입니다.
모네의 수련작품은 전 세계 유명한 미술관들이 소장하고 있답니다.
오랑쥬리 미술관 타원형 전시실의 수련벽화 8점의 상설전시가 으뜸이지요.
오르세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모스크바 푸시킨 미술관, 시카고 미술관, 톨레도 미술관, 낭트 미술관, 카네기 미술관, 카이로 할릴박물관, 런던 내셔널 갤러리, 호주 국립미술관, 포틀랜드 미술관, 로마 국립미술관, 일본의 도쿄 후지미술관과 가나가와 폴라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답니다.
우리나라는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에 의해 국립현대미술관이 한점 소장하였다지요.
자연스러운 연못주변에는 원색의 꽃과 무늬식물들이 눈을 자극합니다.
빈카 마이너(Vinca minor) 황금 무늬종의 색상이 너무 특이하고 좋네요.
야생초들과 육종된 원예품종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모습도 조화롭습니다.
연못가엔 대나무 숲을 비롯하여 수양버들과 물푸레나무도 화사한 꽃과 함께 운치를 더해주지요.
모네는 생애 마지막 20년을 ‘수련’ 연작에 매달리며 250여 점을 완성시켰습니다.
그는 일본 에도시대 서민층에서 유행하였던 목판화 ‘Ukiyo-e’를 수집하는 등 일본 문화를 좋아했다지요.
수련 작품을 쏟아 낸 산실인 연못을 6-7 바퀴는 돌았나봅니다.
참으로 아쉽고 아름답네요.
모네는 43세에 지베르니로 이사온 후, 사별한 아내 카미유가 남긴 두 아들과 재혼한 부인의 여섯 자녀와 대기족을 이루었답니다.
그는 여러 명의 정원사를 고용할 정도로 정원에 대한 집념과 애착이 강했다지요.
그에게 정원 가꾸기는 그림만큼이나 중요한 일이었답니다.
화가이기보다 식물학자로 비춰질 정도로 여러 종류의 원예전문지를 구독하였다네요.
새롭고 이국적인 식물을 구입하거나 전문가 자문을 받는 등 정원 가꾸기에 열정이 대단하였답니다.
초기에는 정원 가꾸기가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에 머물렀다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발전하게 되었답니다.
지베르니에서 보낸 모네의 말년은 오직, 정원과 그림밖에 없었던 처지라지요.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노후까지 즐기며 지낸 그는 참으로 행복한 인생을 누렸습니다.
그 결과 수많은 작품이 인류의 유산으로 길이 남게 되었지요.
생전에 모네는 ‘연못의 수련 그림은 평화로운 묵상’이라 표현하였답니다.
한편, 그는 ‘정원에서 자연과 더 밀접하게 소통하는 것 외에는 다른 욕심이 전혀 없다’고 하였다지요.
또한 ‘정원은 내 생애 최고의 걸작이다’는 말을 남겼답니다.
즉, 모네에게 있어 그가 가꾼 정원은 시각적 즐거움의 대상이자 묵상의 장소이고, 작품을 위한 최고의 모델이자 작품 그 자체로 보았다고 보입니다.
정원과 자연에 대한 그의 각별한 사랑과 집착의 단면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지요.
정원은 오후에도 많은 입장객으로 붐비네요.
한 화가의 유명세로 인하여 정원은 물론, 한적했던 마을 전체가 생기가 넘치는 유명 관광지로 변했습니다.
이곳이야말로 문화의 힘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현장이지요.
지베르니 마을은 전체가 여유로운 녹색지대이고 정원입니다.
카페와 레스토랑, 작은 가게와 뮤지엄이 어우러져 여유롭고 조화롭네요.
마을을 그냥 산책하는 것만으로, 심신의 피로가 풀리고 충전이 될 것 같습니다.
골목길 곳곳에서 아름다운 분위기들이 발길을 유혹하네요.
모네의 정원을 찾아온 관광객들은 더 많은 시간을 마을에서 머물며 즐기다 떠난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골목길은 승용차가 보이지 않네요.
그래서 전원마을의 여유로운 풍취를 느끼며 즐길 수 있답니다.
모네 정원이 있는 지베르니 마을을 가로지르는 길(Rue de Claude Monet)은 예쁘고 매력적인 녹색의 꽃길로 유명합니다.
골목마다 들락거리며 정원들을 구경하지요.
파리 시내의 복잡한 거리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릅니다.
소박하고 시골스러운 전원마을이지만, 집집마다 독특하고 세련된 정원들이 맵시를 뽐내지요.
그래서 이 마을이 꾸준하게 인기를 누리는가 봅니다.
대부분 서구인들 모습이고, 가끔 한국의 단체손님들이 바쁘게 지나가곤 하네요.
모네 정원이라는 장소가 갖는 의미가 없다고 한다면, 이 마을이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기에 인기를 누리겠지요.
차량 통행도 없고 평지나 다름없는 길이라 걷기에도 무척 편안합니다.
머물고 싶은 분위기의 카페나 쉼터도 한두 곳이 아니네요.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도시와는 다른 여유로운 환경을 선호하는 듯 합니다.
동네 중심을 통과하는 끝자락에 시골 교회가 있고, 교회 뒤 언덕에 마을 공원묘지가 있습니다.
모네는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지요.
그의 정원에서 머지않은 마을 묘지에서 영면에 들어갔답니다.
마을 산책로는 묘지가 있는 교회까지랍니다.
모네의 정원보다, 이 길 산책을 더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네요.
돌아오는 길 중간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오면 셔틀 운행하는 미니 트램과 버스 주차장이 나옵니다.
날씨도 쾌청하여 만족스럽게 답사를 마쳤네요.
지베르니 마을의 주차장입니다.
파리 시내로 들어오는 기차역에 도착하였습니다.
모네 정원 답사는 하루가 소요되었네요.
-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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