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전문가 대토론회 개최

채움보다 비움을, 관보다 민이 주도하는 광장으로
라펜트l조양임(서울대)l기사입력2010-02-11

▲안문석 서울시 광장운영시민위원회 위원장

지난 10일 수요일, 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광장운영시민위원회 주최로 광화문광장의 발전적 운영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대토론회가 열렸다.

첫 발제자로 나선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여혜진 박사는 해외의 다양한 광장과 광화문광장을 비교하며, 광화문광장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자리매김 전략을 제시했다. 자리매김 전략은 불필요한 시설물로 가득찬 광화문광장을 비워줄 것, 장소가 지닌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 그에 근거한 복원노력을 행해줄 것 등을 포함한다. 특히 여혜진 박사는 시설물 비율이 영국 트라팔가 광장은 전체 면적의 12%인데 반해, 광화문광장은 31.57%에 달한다며 자유로운 이용을 위해 광장을 더욱 비워줄 것을 강조했다.


다음 발제자로 나선 문화연대의 이원재 사무처장은 광화문광장의 행사가 정책적 목표가 없는 ‘이벤트 행적의 결과물’이라 비판하며, ‘관(官)이 주도하는 행사보다는 민(民)이 자율적으로 주도’하는 문화행사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집회금지를 포함하고 있는 서울시 조례가 헌법과 집시법에 위배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조례 개정을 통해 최소한의 광장 민주주의를 보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여혜진 박사, 강병근 교수, 김민영 사무처장, 김원태 의원, 김호기 교수, 김형준 교수, 이규연 에디터, 조명래 교수, 이원재 사무처장)

발제에 이어 연세대 김호기 교수를 좌장으로 건국대 강병근 교수,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을 비롯한 각계 언론, 정계, 학계의 인사들이 토론을 벌였다. 토론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으며 광화문광장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건국대 강병근 교수는 광장이란 형태적으로는 만들어가는 것이나 기능적으로는 만들어지는 것이라 이야기하며, 광화문광장의 품격이 정말 국가중심광장에 맞는지 반성하고 위상과 위계를 정리하면 광화문광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절로 정해질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은 기자회견과 1인 시위조차 할 수 없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헌법에 위배되는 조례이므로 꼭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서울특별시의회 김원태 의원은 시위 및 집회를 금지한 조례는 정치적 집회를 보장하는 것이 다른 단체 및 시민의 권리를 침해할까 싶은 우려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광화문광장 이용객을 대상으로 했던 설문조사에서 서울시가 더욱 적극적으로 문화행사를 이끌어주길 바라는 대답의 비율이 높았음을 예로 들며, 한쪽에서는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을 지나치게 통제한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시가 주체해야 된다고 이야기하는 데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광장이라는 부드러운 주제에 비해 토론회가 딱딱하게 진행된다고 입을 열며, 광화문광장은 시민들의 호응이 높은데 비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좋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김형준 교수는 발제자 여혜진 박사의 자리매김 전략이 너무 원론적이었다며 아쉬움을 표하며, 광장운영을 주기적,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광장문화지수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중앙일보 이규연 사회부 에디터는 모든 광장은 그 광장만의 개성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광화문광장을 둘러싸고 일어난 논쟁은 위상의 부재 때문이 아니라, 컨셉의 부조화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규연 에디터는 광화문광장이 일관성 있는 컨셉을 유지하지 못한 데는 서울시, 정부, 언론, 문화계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단국대 조명래 교수는 광화문광장이 있기 훨씬 전부터 시민들은 그곳을 광장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이야기하며, 지금의 광화문광장은 오버디자인, 오버프로그램 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조명래 교수는 민간과 정부 사이에서 정부쪽으로 치우쳐진 형태, 기능을 개선하고 필요 이상으로 많은 시설물을 정리하여 주변과 어우러지는 건강한 공간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이어진 질의시간에 한 참여자는 광화문광장에 세워진 해태상이 전통을 살리지 못해 광장의 품격을 떨어뜨리니 특별히 신경써 달라며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향후 두 차례 더 토론회를 열어 광화문광장의 바람직한 운영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양임(서울대)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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