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건축을 대표하는‘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공간건축)’가 2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건축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공간건축은 작년 12월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고, 2일 최종부도 처리됐다. 공간건축은 이번 주 안으로 법원의 결정에 따라 기업회생절차나 매각 등의 수순을 밟는다. 

공간건축의 차입금 규모는 55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부도 원인은 해외 설계용역 후 발생된 미수금이 누적되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건축업계는 건설경기 악화와 부동산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한 설계사무소의 위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설계비는 20년째 변하지 않는 가운데, 매년 300~400명의 건축사가 새로 배출되고 있다. 그래서 1980년대에는 1,200명이었던 건축사가 2010년에는 9,700명으로 8배 이상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좁아지고 있는데,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축사 1인당 한해 설계수주가 평균 3건 정도로, 1만여 곳 중 1년에 1건의 수주도 못 받는 경우가 70~80%가 된다. 또, 서울지역에 개업하는 건축사의 68%가 소규모 건축물 기준으로 1건도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진출과 시장개방 대비를 위해, 대형 건축사사무소를 중심으로 몸집을 키워왔지만, 업계 6위인 공간건축의 부도사태를 바라보며, 앞으로 무엇으로 경쟁해야 하는 것인지도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해외시장 진출'이 반드시 성공만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와같이 건축설계의 위기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조경설계업계의 여건은 더욱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제9회 조경기술세미나’에서 박명권 대표(㈜그룹한 어소시에이트)는 발제에서 "건설경기 악화로, 공동주택단지 등 중소규모의 프로젝트들이 대폭감소하고, 정부 주요 발주처의 대형프로젝트 발주로 인해 수주기회도 축소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지난 10년동안 중소규모의 설계사무소의 주요 수주물량이 공동주택 단지였으나, 최근 경기악화로 급감한 것이다. 2007년 서울 수도권 주택건설실적이 26만호에 달하던 것이 2009년에는 9만2천여 세대로 1/3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박 대표는 "일부 조경설계사무소는 보금자리 주택과 지방혁신도시 등 정부에서 추진해온 대규모 사업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대형 건축사무소와 함께 현상공모 등을 하여 수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공간건축의 부도를 통해 대형 건축사사무소의 협력업체로서 일감을 공동으로 수주하였던 조경설계사무소마저도 안심할 수 없게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제살 깎아먹기 식의 저가 입찰경쟁, 불평등한 PQ제도, 대형 건설사 중심의 턴키설계 제도도 조경설계업을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조경설계는 건축과 달리 별도의 대가기준 조차 정해져 있지 않다. 발주처마다 적용기준이 달라 용역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형 건축건축사무소의 부도소식까지 더해져 조경설계업계 역시 연쇄도산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설계분야의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는 1960년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가 고(故) 김수근씨가 설립한 회사이다. 작품으로는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서울중앙우체국청사, 경동교회, 세운상가 등이 있다. 1966년에는 월간<공간(SPACE)>를 창간해, 40년 이상 한국 건축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다.

월간지는 이번 사건과 별도로 지속 발행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