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고양국제꽃박람회] 정원 ‘아프리카 정신’ 이야기

‘세계 작가 정원 토크쇼’ 개최 – 2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4-05-08

 


아프리카 정신

작가 레온 클루게 Leon Kluge(남아프리카공화국)

시공 ㈜더히말라야 상민정, 박재성, 김범수, 김소정, 김바미, 박용화, 김명선, 상효정

도움 대림원예종묘 농업회사법인㈜, 농업회사법인 ㈜데코가드닝, 허브다섯메


아프리카는 독특한 동식물군뿐 아니라 인간의 문화와 정신에도 엄청난 다양성이 존재하는 곳이다. 나미브 사막의 붉고 뜨거운 모래 언덕부터 세렝게티의 넓게 펼쳐진 사바나의 황금빛 풀밭까지, 어느 곳이든 상관없다.


아프리카에서는 아프리카의 리듬이 심장 속에서 뛰기 시작한다. 그저 들어보기만 하면 된다. 정원의 지하 공간에 들어가면 혈관 속에서 아프리카의 정신이 연주되는 것을 느끼고 들을 수 있다. 아프리카의 생명혈인 물이 벽에서 떨어져 마음을 맑아지게 하고, 점토벽의 문양이 아프리카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정원 한가운데에 앉아 있으면 자연의 경이로움과 그 속에 그 속에 살고 있는 고대 아프리카 영혼에 둘러싸여 있게 될 것이다.

레온 클루게 작가 

2024 고양국제꽃박람회에 조성된 세계작가정원. 지난 27일 정원에서는 ‘세계 작가 정원 토크쇼’가 열렸다. 레온 클루게의 정원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아프리카의 자연과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 소명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는 레온 작가는 할아버지 때부터 식물원을 가업으로 이어왔기에 어릴 때부터 식물과 함께 자랐다. 주변 남자 친구들이 공을 차고 놀 때, 레온 작가는 돌과 모래를 가져다 꽃을 심고 정원을 만들며 놀았다. 그 성장과정이 정원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한다. 

정원 ‘아프리카 정신’은 아프리카의 식물과 색감과 질감이 가진 한국의 식물을 찾아 조성했다.

정원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거대한 두 개의 벽은 아프리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으로, 아프리카는 자연 속 사방이 오픈된 공간이 많기에 심리적으로 안전하게 느낄 수 있도록 벽을 설치한다고 한다. 정원의 입구에 들어서면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지만 안쪽으로 들어서면 반대편에 출구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도록 벽의 각도를 의도했다.

“아프리카에는 그 어떤 것도 직선으로 짜여진 것이 없다”는 레온 작가는 아프리카의 방식대로 벽을 만들 때 자연스러운 곡선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대부분 흙을 사용해 손으로 벽을 세우기 때문에 정원에 조성된 벽도 손으로 문질러 자연스러운 질감을 내는 것에 신경을 썼다.

정원 안쪽에는 생명을 상징하는 ‘마더 트리(Mother tree)’ 그림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아프리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다. 물이 강하게 쏟아지도록 하지 않은 이유는 물이 정원의 분위기를 압도하고 정원의 고요함을 느끼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정도로 내려오길 바랐던 작가의 의도이다.

정원의 벽 바깥에는 원뿔 형태의 구조물이 있는데, 이는 새들이 날아와 앉을 수 있도록 유도해 자연과 공생하는 남아공의 문화이다. 새들을 가두진 않지만 언제나 날아와 사람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때로는 둥지를 지을 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구조물은 실제 3m 정도의 크기로 조성된다.


크리스틴 작가

정원에서 아프리카의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요소에는 벽화도 한몫을 한다. 이 그림은 레온 작가의 친구인 크리스틴의 작품으로, 아프리카의 전통 벽화가 연상되도록 한다. 아프리카 벽화에는 주변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동식물을 그려 기록하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다. 정원에서는 정원의 입체적 공간감, 벽화의 평면적 공간감을 넘나들며 느껴지는 새로운 감각들을 느낄 수 있다.

정원 안쪽 벽과 바닥 사이에 놓여있는 돌들은 식물이 파종된 것을 의미하며, 거기에서 식물이 성장하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크리스틴 작가는 벽화에서 볼 수 있는 심플한 그림에 대해 “가장 본질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온 작가는 “정원 주변을 걷고, 점프하고, 물을 튀겨도 보면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마음껏 정원을 즐겨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상민정 더히말라야 대표

토크쇼에서는 시공 과정에서 대한 이야기도 공유했다. 

상민정 더히말라야 대표는 벽 구조물을 튼튼하고 안전하게 세우면서 동시에 곡선으로 표현하기 위해 조적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아름다운 선을 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소회했다.

정원은 자연의 색, 지구의 색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레온 작가의 의도를 구현하기 위해 벽 구조물의 색깔과 바닥의 색을 하나하나 신경 써서 고르고, 색감이 따뜻한 계열의 꽃이 피는 식물을 선정하는 등 정원의 색감에 신경을 많이 썼다. 특히 크리스틴 작가가 벽화를 ‘가든 타투’라고 표현했던 것이 인상 깊었다고 전하며, 벽화에 사용될 페인트의 색깔을 정하기 위해 크리스틴 작가와 함께 아침 6시부터 페인트 가게에 찾아가 세심하게 골랐던 일화를 공유했다. 

또한 ‘비둘기 집’이라고 불렀던 새들을 위한 구조물은 본래 지푸라기, 흙 등 다양한 자연 소재들을 붙여가며 쌓아올리는 형태이지만, 정원에는 목재로 뼈대를 만들고, 구부러지는 나무를 휘어가며 형태를 만들어갔다. 질감을 표현하기 위한 작업 후 컬러링을 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전했다.

정원 안에 물이 떨어지는 시설은 나뭇가지에서 물이 나오면 좋겠다는 레온 작가의 말에 튼튼한 대나무를 조각하고 태우기도 하면서 진짜 나뭇가지처럼 보이도록 세심하게 공을 들였다. 경사가 낮은 쪽에 물탱크가 설치돼 있고, 물이 순환하는 구조로 시공됐다.

상민정 대표는 “조경을 전공하며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며 레온 작가에게 ‘아프리카에는 직선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정원에서 아늑함, 포근함, 따뜻함을 느끼고 있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날 주관사에서는 폴 작가와 시공사 모두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감사패 전달식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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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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