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태현 교수, 사람이 재산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장태현 교수가 꺼낸 한마디.
"사람 키우는 것이 업적입니다."
자기 자신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능가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 업적이라면서 사람의 중요성을 거듭 말하였다. 많은 제자들이 조경 분야에 기여하며, 힘쓰고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신경써주지 못함이 아직도 아쉽다는 장태현 교수.
약 30여년 간 그의 교직생활을 되돌아보는 퇴임식에서 장태현 교수를 만나고 왔다.
1.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조경 분야로 진출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원래 건축과를 나왔으나, 그 당시 풍조가 일본을 넘어서야만이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시대였다. 일본을 넘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중요하다고 여긴 시대이기도 했다. 당시 사실 그림에 관심이 더 많아서 회화에 전공을 두고 싶었으나, 건축으로 전공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대학교 2학년 때 지도교수님께서 조경을 소개시켜주셨다. 건축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자 지도교수님께서 조경설계사무실에서 일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로 인해 조경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당시 조경 분야의 일을 하면서 그린 그림들이 경관이 되고 경치가 되는 조경이란 업에 큰 매력을 느꼈고, 그 때 조경가가 본인이 갈 길이라고 마음을 먹었다.
직업에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이 있진 않으나 막상해보니 조경이 더 가치있고 소중한 일이라고 느꼈고, 스스로도 흡족한 직업이었다.
2. 이번에 출간되는 "길따라, 터를 찾아"에 보면 중국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데, 중국에 관심을 가지고 소개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중국이 좋거나 중국문화가 우리문화보다 더 월등해서가 아니다. 반대로 중국을 정확히 알자는 취지 즉, 중국의 문화나 역사관, 중국인 등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이다. 사실 시대가 지나면서 우리나라가 중국 보다 불리한 위치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더 잘 알고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을 들자면 첫째로 시설, 공간 등이 대규모라는 점, 둘째로 중국은 여러 소수민족이 살고 있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단일 민족이고, 서로간의 문화가 비슷하다. 예를 들면 제주도를 가든지 금강산을 가든지 돌아올 때 선물은 효자손이다(웃음). 셋째로 중국인들은 이기적이고 자기 과시가 큰 편이다. 그래서인지 화려하다. 넷째로 중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섬세하다. 그래서 겉으로 보이는 것들에 현혹될 수 있으나, 중국을 더 자세히 알고 있다면 그런 오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 것을 더 사랑하기 위해서는 다른 문화도 잘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3. 교직의 길을 걸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 있었다면
아까도 말했듯 사람이 중요한 것처럼 학교 선생으로서 모든 기수, 모든 제자들이 인상 깊고 자랑거리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는 것처럼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제자가 없기에 조경 분야 활동에서의 인상적인 기억에 대해 말하고 싶다.
특히나 기억에 남는 것은 조경 분야에서의 1992년 IFLA 행사 개최이다. 조경 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당시 분야의 반전까지 가져왔던 행사가 아니었나 싶다.
대한민국에서 올림픽과 월드컵같은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면서 큰 발전을 이룬 것처럼, 조경분야의 큰 행사였던 IFLA 한국총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큰 규모의 대외적 행사를 개최할 정도로 당시 조경분야의 인재가 많이 배출됐다는 의미이기도 했기에 아직까지도 큰 의미로 남는다.
4. 책을 펴낸 소감 한마디.
계면쩍다. 사실 논문과 기행문 그리고 프로젝트를 묶어서 펴내고 싶었으나 몸이 불편한 까닭에 많은 분량을 소화해 낼 수 없었다.
그 점이 너무나 아쉽다.
책에는 사진보다 그림이 많이 삽입되었다. 그 이유는 개인적인 소양도 있으나 그림에 재능이 있는 후학이나 후배들이 있다면 격려하고 독려하고 싶었던 이유가 크다. 결국 후학 양성에 있다.
5. 후학들에게
우선 "안 돼도 하라"는 신념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래서인지 청주대 학생들은 조선시대 학생들이다. 하지만 힘들어도 잘 따라와 준 것에 감사하다.
내 눈에는 20년 전 학생들이나 요즘 학생들이나 똑같이 보인다. 음식도 다듬으면 다듬을수록 맛이 나는 것처럼, 어떻게 갈고 닦느냐에 따라 길이 달라진다. 어느 길을 가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처럼 좌절하지 말고 전진하면 길이 나타날 것이라고 독려하고 싶다.
힘든 투병생활로 후학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함에 아쉬워하는 장태현 교수에게서 조경가의 열정과 스승으로서의 책임감을 느꼈다. 인터뷰의 마지막까지 장 교수가 건넨 말은 "제자들이 산에 갔으면 한다."는 그의 작은 바램이었다.
- 강진솔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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