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평론] 환경미술가의 꿈을 넘어 조경가로

황지해 작가의 첼시 쇼 앤 아트(Show and Art) 가든 평론 - 5
라펜트l조세환 명예교수l기사입력2024-05-13
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의 경관평론 - 9


황지해 작가의 첼시 쇼 앤 아트(Show and Art) 가든  평론
 : 윌리엄 켄트를 소환해 낸 세밀풍경화식 정원의 창시 - 5

 

에필로그_환경미술가의 꿈을 넘어 조경가로 

 

 


_조세환 경관평론가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V. 에필로그_환경미술가의 꿈을 넘어 조경가로

황지해가 챌시 플라워 쇼에서 수상한 3개의 쇼와 아트의 정원 작품들은 윌리엄 켄트가 소환해낸 풍경화식 정원 디자이너의 유전적 계승자임을 보여주는 걸작들이었다. 황지해는 켄트가 창시해 낸 풍경화식 정원의 유전자를 돌연변이시켜 야생의 자연을 살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섬세하고도 밀도 높게 그려내는 이른바, 동시대 ‘세밀풍경화식 정원’(Miniature Picturesque Garden)의 창시자로 자리매김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하지만 황지해는 풍경화식 정원 디자이너라는 칭송의 말을 고운 의미로 받아 들일지는 미지수다. 그녀는 정원을 디자인하며 고지식하게 여겨질 정도로  스스로를 환경미술가로 칭하길 선호하고, 또 고집한다. 첼시 플라워 쇼에서 쇼와 아트 부분에서 3번을 수상한 사람이 스스로 단순한 정원작가 또는 정원 디자이너로 불리기를 내심 원하지 않는 느낌의 작가다. 어쩌면 그 너머를 바라보는 그만의 철학이 있을 수도 있다. 결코 예사스럽지 않은 국면이다. 

혹자가 그녀를 정원 작가 또는 정원 디자이너로 호칭하면 그냥 무심하게 여기는 듯한 느낌의 작가. 보통의 정원 디자이너와는 어쩌면 차별화되는 고지식한 단면일 수도 있다. 고지식은 확실한 철학이 있을 때 더 빛난다. 그녀는 언젠가 회고한 적이 있다. 이른 바 그녀에겐 정원 디자인이 환경미술의 한 장르로 자기매김되는 근본의 얘기일지도 모른다.  

“유년 시절과 사춘기 시절을 작은 시골에서 보냈다. 자연히 의도하지 않아도 놀 수 있는 공간은 야생화가 널린 들판과 강 자락을 타고 오르는 풀과 나무들이었다.집 한 켠의 텃밭은 가장 쉬운 미술시간이었고, 가장 쉬운 자연학습 시간이었다. 색깔 견본표를 공부하지 않아도 모든 색깔이 다 있었고, 그 안에 작은 벌레부터 날아다니는 나비까지 저에게는 모두 큰 존재였다. 다 자라서 어른이 된 지금도 그때의 시간이 가장 따뜻했던 시간. 지금 생각해도 어머니가 가꿔주신 텃밭은 끝이 없는 보물창고였고, 그 텃밭은 가장 쉬운 미술시간이었고 가장 쉬운 자연학습 시간이었다”(라펜트 뉴스, 2023, 5.25)


황지해 작가의 한옥조경 디자인_‘헤리티지 유와’ * 쇼와 아트의 정원을 넘어 현실의 조경으로 출현한 작품

그녀의 온갖 놀이터였던 곳이기도 했던 집과 들판 등 그곳은  자연의 물감으로 그려낸 한 폭의 살아 있는 환경, 그 자체였다. 비유컨대, 그녀가 살고 있는 집과 텃밭, 동네와 산 기슭이 환경의 캔버스가 되고,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야생화들을 살아 있는 자연의 물감으로 채색해낸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녀에겐 환경이 곧 그녀가 그리고자 하는 그림의 대상이자 세계였다. 

그래서일 것이다. 그녀에겐 어쩌면 환경을 그리는, 정원을 넘어서는 더 넓은 세계, 환경을 캔버스로 더 넓은 세계의 작품을 남기고 싶은 내연의 야망이 여전히 서려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품고 있는 ‘환경미술가’의 그림은 내면 깊숙이 심어 둔 그녀의 꿈과 야망, 신념과 철학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담대하며 거대한(?) 신념과 철학을 지니고 있다면 그녀의 작품은 결코 정원에 국한되지 않고, 쇼와 아트 국면에 머물고 싶지 않고 있을 것임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것은 곧 환경미술을 넘어 조경의 길(The Way of Landscape Architecture)과도 직결되는 장면이기도 할 것이다. (그림 : ‘헤리티지 유와’의 한옥조경 참조) 

“자연과 함께하는 조경가가 가장 본질적이고, 현실적이며, 열정과 미래를 향한 혜안을 가진 사람들이라 생각해요. 우리 인간의 잃어버린 가치와 화해하고 회복시키는 작업이 조경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조경분야는 균열과 상처가 있는 우리의 환경 곳곳에 영혼을 어루만질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해 주는, 세상에서 가장 고상한 언어로 말하는 분야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펜트, 2023. 5.25)라고 말하는 그녀의 조경관과 그녀의 환경미술관은 가장 본질적이고 근본적이기도 한 자연(Nature)이라는 거대한 하나의 소실점으로 상호 수렴되고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쇼와 아트의 정원을 넘고 벗어나는, 또는 쇼와 아트의 컴피티션을 넘어 보편적 작품을 통해 환경미술가 또는 조경가로서의 그녀 꿈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 것인지...? 무엇보다도 이 과정에서 그녀의 세밀풍경화식의 정원은 그녀만의 독창성을 지닌 정원 양식 또는 디자인 기법으로서 일반화 되고 또 그녀만의 특성으로 자리매김되어 나가게 될 것인지? 또는 이미 그렇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 궁금증은 결코 본 평자만에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그녀가 국내·외적으로 뿌려 놓을 수많은 작품들, 또 새롭게 만들어 가는 작품들에 대한 관심과 평가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15) 황지해 작가는 그녀가 태어나 어릴 때부터 지리산 언저리에서 근엄하고 위대한 자연의 생명력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느끼며 성장했음을 얘기한다. 2023년 그녀의 세 번째 첼시 플라워쇼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 ‘백만 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는 이 지리산 계곡의 약초의 생태환경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분리되어질 수 없는 존재라는 것, 공생과 공존을 하나의 테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황지해 작품 주요 약력>
2011년 영국 첼시플라워쇼 아티즌 가든 부분 최고상 및 금메달 동시수상
- 해우소 : 근심을 털어버리는 곳(Hae Woo So : Emptying your Mind : Traditional  Korean Toilet)
2011년 영국 글라스톤버리(Glastonbury) 해우소 재현
2011년 해우소 그린피스 기증
2012년 영국 첼시플라워쇼 RHS 회장상(전체 최고상) 초대 수상 및 쇼가든 부문 금메달 수상
- 고요한 시간 :DMZ 금지된 정원(Quiet Time : DMZ Forbidden Garden)
2012년 네덜란드 벤로 플로리아드 2012 한국관 정원 조성
- 뻘 : 어머니의 손바느질(Mudflat :Sewn by Mother’s hand_Suncheon Bay)
2012년 일본 가드닝월드컴 한국 대표(세계 10대작가 초대전 in Nagasaki, Japan)
2012년 광주비엔날레 초정 작가 조형부문 2개소
2012년 올해의 조경인상 수상
2012·2014·2016년 영국 런던플레저가든공원 ‘Quiet Time : DMZ Forbidden Garden 전시
2013년 프랑스 롱스 한국정원 조성 : 플로리아드 전시작 뻘: 어머니의 손바느질 프랑스에 영구 보존
2013년 프랑스 MUNICIPAL, restaurant, mural art.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갯지렁이 다니는 길뻘 공연장 조성
2013년 ’제4회 KBEE 런던‘ 초청작가 0.001_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Old Billingsgate
2014년 첼시플라워쇼 작품 재현 - 광주생태호수원
2014년 3월 5~9일 런던 미니어처 가든쇼 독도(트라팔가광장 스트랜드 갤러리)
2014년 9월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개최 유공 - 국무총리 표창
2015년 서울정원박람회_평화의 공원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_모퉁이에 비친인 태양(위안부정원 국민성금 조성)
2016년 MMCA 국립 현대미술관서울관 도롱이벌레” installation
2018년 서울식물원 작가정원 seeds_움직이는 씨앗
2019년 국립 현대미술관 과천관 옥상정원 Vessel
2021년 국립 현대미술관 과천관  원형정원 프로젝트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
2022년 IFLA 세계조경가대회 installation ‘태양의 뜨개: 골바람의 딸
2023년 중국 GBA 그레이터베이센젠플라워쇼 금메달 수상 ‘Butterfly Dance’
2023년 영국 첼시플라워쇼 쇼가든 부문 금메달 수상 
2023년 첼시플라워쇼 출품작 ‘지리산 약초타워’ 찰스 국왕의 개인별장 샌드링엄 캐슬에 영구 보존
        

<필자: 조세환 약력>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국토환경디자인분과 위원장
(사)한국조경학회 고문
(재)환경조경발전재단 고문
(사)한국전통조경학회 고문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고문
(사)한국바이오텍경관도시학회 고문
(사)한국조경협회 고문



 

<편집자주>

조경분야에서 공원, 생태, 정원 등 환경관련 작품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조경의 문화화 및 확산 맥락에서 관련 작품들에 대한 평론은 비교적 활성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라펜트 <경관평론>의 첫 번째 코너에는 건축가 손명문이 한옥을 설계하고, 작가 황지해가 정원설계한 “한옥건축, 헤리티지 유와”에 대한 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의 경관평론이 게재됩니다.  평론은 모두 2편으로 구성되는 데, <제1편>은 건축가 손명문의 한옥건축 평론 관점(링크)에서, <제2편>은 작가 황지해 작가의 정원 작품에 대한 평론이 개제됩니다. 특히, 제1편은 경주문화원에서 2023년 12월 31일에 발간하는 「경주문화」 제29호에 동시에 게제됐음을 알려 드립니다.

 

<경관평론> 코너는 구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해당 코너에 경관평론을 기고하실 분들은 lafent@naver. com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 조세환 명예교수  ·  한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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