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조경, 생활형 조경을 말한다”

[국민책방 인터뷰] 황용득 대표·정원이 있는 국민책방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4-02-23

문을 열자, 50~60년은 족히 넘었을 진공관 라디오와 턴테이블을 배치하는 황용득 대표의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서, 멀리서 눈으로 위치를 확인하고는 익숙한 움직임으로 자리를 재조정한다.

그가 운영하는 ‘정원이 있는 국민책방(이하 국민책방)’으로 찾아간 날은 때마침 새로운 엔틱 소품들이 들어온 날이었다. 지인과 인연이 있는 분을 통해 유럽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생활 소품이었다. 유럽 귀부인 하얀 손마디가 연상되는 다소곳한 찻잔부터 경쾌한 부딪힘이 연상되는 이그러진 주석잔까지 책상 위로 화려하게 펼쳐져 있었다.

 


 

국민책방을 열며, 황용득 대표는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것도 많아졌다. 유럽의 생활소품 전시도 그가 별러왔던 한가지다. 아날로그에 대한 남다른 애정 때문이다.

책방 세미나실 벽면을 가득채운 레코드판은 꿈많던 고등학생 시절부터 같이했다. 지금은 사라진 황학동 벼룩시장을 누비며, 고가구, 옹기를 모아온 것도 아날로그에 대한 애착, 우리문화에 대한 남다른 관심에서 출발한다.

 

그런 그의 협조로 1년동안 한달에 한번씩 이 곳에서 손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차와 음료 역시 주인장이 쏜다고 한다. 정원과 문화가 있고, 무엇보다 조경가가 운영하는 장소임을 생각하면 그것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가 될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이름하여 (국민)책방인터뷰.

인터뷰이는 라펜트 페이스북(www.lafent.com/lafent)을 통해 조경인들의 추천을 받고, 인물에 대한 질문을 받아보는 쌍방향 인터뷰로 진전시킬 예정이다. 이번이 그 첫시간으로 국민책방의 황용득 대표와 ‘소통’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방인터뷰] 황용득 대표·정원이 있는 국민책방

 


 

이제는 생활형 조경

 

“침체일로의 조경이라고 해요. 그 원인을 들여다보니, 그간 조경이 국민들과 떨어져 지내왔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더군요. 모두가 아시듯 이제는 관이 주도하는 기반 중심의 조경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조경의 다음 단계에서는 생활 속 조경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했을 경우, 조경의 미래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요즘 황용득 대표가 주목하는 키워드는 ‘생활속 조경’과 ‘녹색복지’이다. 녹지복지 시대를 여는 첫 단추가 조경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생활 속’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한다면, 조경이 바라보아야 할 대상들이 세분화, 전문화 되는 것을 의미한다.

 

혹자는 마스터플랜의 시대의 종말을 고하며 큰 덩어리 사업에 대한 기대와 그에 대한 향수로부터 빠져나오라고 말한다. 황용득 대표도 “앞으로는 틈새 공간을 푸르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제안이 나와주어야 한다.”는 말로 공감을 표시했다.

 

“현 조경분야가 가장 주목하는 키워드는 ‘정원’입니다. 그러나 ‘생활형 조경’도 이에 못지 않은 더 큰 흐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생활이란 우리가 먹고사는 ‘집’이란 공간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생활은 학교, 회사, 병원, 그리고 거리 등 다양한 실내외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요. 그런 장소들과 조경이 자연스럽게 접목되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일례로 회사의 외부공간을 녹색환경으로 개선하면 일의 능률을 올릴 수 있고, 치료가 필요한 병원같은 장소에서도 조경으로 힐링을 줄 수 있다는 식이다.

 

“정부가 생활형 공원이란 단어를 쓰듯 우리도 ‘생활형 조경’이란 말을 일상화된 언어로 사용해야 합니다.”

생활형 조경과 맞물려 조경인이 할 수 있는 사업도 개념확장이 필요하다는 그다. 이를 통해 조경분야가 시민사회와 괴리를 줄이는 소통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정원은 'Private Garden'에 머물러 있었지만 앞으로는 공공의 정원으로 개념을 넓혀가야 합니다. 순수한 의미론 'Public Garden'이겠네요. 사실상 그것은 공원을 조성해온 조경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개념입니다.”

 


 

세분화가 필요하지만, 결속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는 생활형 조경, 공공정원으로의 확장하는 녹색 패러다임을 우리 속으로 끌고오기 위해선 조경의 실질적 세분화가 밀어주고 받혀주어야 한다고 했다.

 

“세분화는 전문화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병원, 학교, 사무실, 공장, 가로, 주택 등 각기 대상에 맞게 조경의 전문성이 펼쳐져야 한다는 말이죠. 도시 곳곳에서 이러한 녹색활동이 확대되어 지속적으로 나아가다 보면, 국민들의 생활환경까지 건강해질 겁니다. 조경의 다음 무대가 바로 이러한 체감형 녹지복지 시대를 완성시키는데 있습니다”

 

또 다른 톱니에서 조경의 결속까지 함께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다. (사)한국조경사회라는 우산 아래서 각각의 모임이 밀도높게 결속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네이버 밴드와 소모임을 강조하는 것도 친목적 차원에서 황용득 대표가 강조하는 움직임이다.

 

“그동안 조경분야는 적막하다 싶을 정도로 소통이 없는 분야였습니다. 좋아하는 주제와 사람이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없던 것이죠. 대화의 부재는 단절을 불러오고, 단절은 새로운 오해를 만드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모두가 소통을 말하지만 정작 소통다운 소통을 해오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황용득 대표가 처음 시작한 것이 ‘나는 설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하다’ 시리즈였다. 적어도 설계하는 사람끼리 공감대를 만들고 설계자의 존재이유를 다시금 되돌아 보자는데 목적을 두었다.

 

“나는 설계한다 시리즈의 기획의도는 단순합니다. 진정성 있는 목소리가 하나의 울림이 되어 학계, 시공, 감리, 공공분야로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었죠. 아시다시피 2회부터는 한국조경사회에서 주최를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체를 통해 보다 폭넓게 공론화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던 것이죠”

 

이제 황용득 대표는 또 다른 모임을 구상하고 있다. 조경인 독서클럽이라던지, 아날로그, 엔틱클럽 등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조경인의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고 나누는 자리를 꾸준히 만들고 싶다며 새로운 플랜을 꺼내놓았다. 이를 위해 기꺼이 국민책방을 조경인들의 사랑방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게다가 내년부터 그는 한국조경사회를 이끌게 된다. 가깝게는 5월 대한민국 조경문화박람회가 기다리고 있다. 이제 조경과 조경, 국민과 조경분야를 연결하는 그의 소통 전략과 리더십이 새 시험대 위로 오르게 된다. 그동안의 고민이 어떠한 그림으로 나오게 될 지 벌써부터 기대가 쌓인다.

 

“강을 건너는 수단은 여러 가지일 수 있지만 가장 많은 것이 교량이듯 디자인은 해답이 있는 분야이며, 예술과 달리 즉시적인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남의 디자인에 토를 다는 것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는데 이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디자인은 해답을 위해 여러 사람이 토론하고 검증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좋은 디자인은 이용자들을 마음깊이 배려하여 가급적 그들에 의해 진화해가는 공간이 되도록 하며, 다른 관련분야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열린 마음에서 비롯되며, 그 위에 자기만의 독창성과 감성이 더해져 빛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Landscape Architect Vol.5 황용득’ 서문 중. 건축세계. 2010)”

 


 

글·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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