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인리 공원화 조경설계공모 속 담겨진 가치”

[인터뷰] 조세환(PA, 한양대 교수)
라펜트l나창호 기자, 강진솔 기자l기사입력2013-10-17

1930년 세워진 당인리 서울복합화력발전소(이하 당인리 발전소)는 우리나라 최초의 화력발전소다. 지난 산업화 시대 수도권 전력공급의 중책을 맡아온 당인리 발전소는 한국 산업화의 살아있는 역사와 같다. 그러나 앞으로 서울복합화력발전소는 급변하는 전력산업과 새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지하로 이전하게 되며, 마침내 지상부 발전기능 역할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동시대 지식창조사회를 맞아, 전문가와 시민사회 모두, 산업사회의 유산인 이 발전소를 새로운 한강변 상징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하화 결정 이전인 2008년에는 도코모모 코리아에서 디자인 공모를 열기도 했다. 장소성, 역사성을 함축한 대상지의 무게 때문이다. 선유도공원과 서서울호수공원의 이미지를 그리는 사람도 있었다.

 

마침내 지난 7 9일 조경분야를 대상으로 당인리 서울복합화력 발전소 공원화 현상공모(이하 당인리 조경공모)’가 시작되었다. 국내 유수의 조경설계사무소와 엔지니어링 35개 팀이 현장설명에 참여해 높은 관심을 증명하였고, 10 16일 심사결과가 발표됐다.

 

공모전 총괄을 맡았던 조세환 전문위원(PA, 한양대 교수) "단순한 공원조성을 넘어 현대공원이 추구해야할 새로운 패러다임의 다양한 가치를 담아야 한다" 며 공모전 속 함의를 언급하였다. 특히 그가 강조한 전략은 도시와 공원이 경계가 허물고 새롭게 생성하는 문화에코톤이었다. 공모가 열리기까지의 과정과 조경분야에 갖는 상징적 의미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조세환(PA, 한양대 교수)

 

당인리 발전소, 조경분야가 왜 주목해야 할까?

사실 이 공원화 설계공모는 초창기 타분야에서 주도하게 됨으로써 공원이 자칫 업역적 정체성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으나, 조경이라는 영역아래 제자리를 찾아 정상적으로 출발하게 되었다는데 우선 거친 호흡을 고를 수 있었다.

 

공모 타이틀에 표기돼 있듯 발전소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것, 그것은 분명 조경의 영역이다. 건축기본법 속 공간환경이라는 이름으로 공원을 포함하고 있지만, 실제 공원을 점유하고 조성하는 것은 조경분야 고유의 업역이다. 조경의 주력 공간인 공원마저 타 분야로 내주면 기존까지 지속되어 온 조경의 정체성까지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것은 자명하다.

공원을 조경의 바다에 닻을 내릴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이 특히, 이번 조경공모전의 무엇보다도 큰 의미라고 되새김질 하고 싶다.

 

그렇다면 이번 공모전은 땅을 전문으로 다루는 조경가 고유의 특수성을 증명함과 동시에 나아가 도시인프라까지 조경가가 잘 다룰 수 있다는 것까지 보여주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조경 고유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면서 동시에 조경을 새로운 도시 인프라 맥락으로 확장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주목해야할 또 다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설계공모지침서에 공원주변부와 도시와의 관계 형성에 큰 비중을 둔 것은 이러한 연유를 반영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당인리 발전소가 산업화 시대의 유산이 남아 있는 살아있는 역사의 장소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곳을 공원화를 통해 후손에게 남기게 되면, 조경가의 사회적, 문화적 기여도에 대한 인식의 제고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믿음과 자신감을 우리 스스로에게 줄 수 있게 되리라는 점에서였다.   

 

공원화 현상공모를 준비하며 다소의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들었다

사실 이번 현상설계공모는 주최 측의 이해부족으로 처음엔 건축분야, 또 국제현상공모 형태로 진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의 맥을 국내 조경가의 우수성, 국내 조성사례, 외화낭비, 현상설계공모 경비의 과다 등의 사유를 들어 국내 설계경기, 조경가의 참여마당으로 전환시키는 데 몇 고비의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한국조경학회를 주관기관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공모전을 개최하기까지, 또 그 속 과정 속에는 나를 포함해서 우리 조경가의 자존심이 깊숙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현상설계 공모지침서에문화에코톤이라는 새로운 전략이 제시되어 있는데

생태학 용어로 에코톤(Ecotone) 2개의 생물 군집이 상호 접하는 부분을 의미한다. 각각 상이한 군집의 생물종과 에코톤 고유의 서식 생물 등 3종류의 생물이 서식하게 됨으로써 종다양성의 유지와 함께 생태계의 안정성과 건강성이 유지되는 영역의 개념이다. 이번에 제시한 문화에코톤이란 새 개념은 공원 즉, ‘자연과 인간이 형성한 문화 즉, ‘도시가 상호 만나는-경계가 아닌- 영역으로 자연과 문화가 융합되어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성되고 공간 스스로 활성화되고 자기조직화 되는 개념으로 사용하였다.

 

그동안 공원과 도시는 경계라는 선을 통해 상호 이분화 되어 분리되고 단절됨으로써 연속성을 갖지 않았다. 이제 동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공원과 도시의 경계선은 폐기 되어야 한다. 그래서 현상공모에서는 공원의 영역을 도시로 확산시키고, 도시의 흐름을 공원으로 끌어들이는, 도시와 작동하는 공원, 공원과 작동하는 도시 컨셉의 새로운 공원 전략을 요구했다.

 

공원화 현상공모 추진과는 다른 꼭지로 마포구에서는 당인리 공원 주변지역을 대상으로 관리계획 수립 용역을 지난 8월 발주하였다. 발주 순서에 주목해보자. 그동안 공원은 도시계획을 통해 지정된 장소에 조성하는, ‘先도시, 後공원계획차원에서 이루어졌지만 이번에는 先공원, 後도시계획이라는 역순의 사례를 남겼다. 당인리 공원이 주변 도시지역 변화의 테이프를 끊게 만든 것이다. 도시를 변화시키는 출발점으로서 공원의 역할과 지위가 바뀌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자.

 

조경인에게 하고 싶은 말?

처음으로 전문위원(PA: Professional Advisor)을 수행하며 이번 현상공모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실험해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설계공모에서 관행처럼 대두되어 온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공모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심사방법, △심사위원 선정 절차 등의 합리성 추구, △새로운 패러다임의 지침서 작성, △설계 도판의 크기, △보상금액의 증액, △참여사 경비 절감, △현상공모의 흥겨운 이벤트화’, 그리고 무엇보다 참여사를 고객으로 모시고 그들을 위해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그럼으로써 우리 조경가 스스로를 높이려는 의식 개혁 등의 관점에서 많은 것을 실제로 실험해 보았다.

 

주최 측과의 협의 과정에서 시스템의 차이로 다소간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였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조경분야의 이익, 자부심과 자존심을 세우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해결하여야 할 문제점 또한 찾아 숙제로 비축해 놓았다. 이번의 경험을 바탕으로 언젠가 기회가 되면 숙제 해결을 위한 또 다른 실험을 해보고 싶다. 그러면서 또 한 가지 느낀 점은 우리 사회에서는 정말 자기의 직분을 지키며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현상설계를 주최하는 ㈜중부발전의 이광수 차장, 김용하 부장, 마포구의 박고운 주무관 등이 그들이었다. 무엇보다도 조경분야에 대한 해박한 이해력을 가지고 있는 김경한 마포구 부구청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한국조경학회 주관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결정적 도움을 주신 분으로 기억 된다. 고마움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현상공모 지침서 준비기간 동안 내내, 또 공모를 진행하는 과정 내내 저와 함께한 연구진들은 숨 막히도록 많은 일을 했다.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행정적인 절차도 까다로웠다. 그분들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다. 교수라는 직함에 연연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부딪히며 풀어준 홍윤순 교수(한경대), 정욱주 교수(서울대), 박청인 교수(한경대), 안창모 교수(경기대), 주신하 교수(서울여대)에게 이 자리를 빌려서 특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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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_ 강진솔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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