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돌문화경관, 세계문화유산이 되려면?
ICOMOS ISCCL 전문가 워크숍 제주서 개최
“제주 돌문화와 농촌경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유사한 외국사례와 비교해 제주만의 특징을 부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Steve Brown ISCCL 회장은 제주의 돌 경관이 농촌의 다양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자연경관이 농촌경관에서도 유지되는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성한 숲을 조성한다는 점에도 놀라움을 표했다.
ICOMOS ISCCL이 보물섬 제주에서 막을 올렸다. 3일(화) 해녀박물관에서는 ISCCL과 제주의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전문가 워크숍이 개최됐다. 전문가 워크숍은 제주 돌문화경관을 보다 더 국제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제주 돌문화경관에 대해 재조명하기 위한 취지로 개최됐다.
Feng Han ISCCL 아시아태평양지역 부회장은 “세계문화유산 등재보다 어려운 것은 가치의 지속과 관리이며, 농촌경관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는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수도권을 비롯해 타국에서까지 터를 잡고 싶어 한다. 제주의 정체성을 갖기 위해서는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경관을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아울러 제주의 문화인 해녀와 돌, 마을 등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고 관광객에게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세계적인 유명 관광지로 특히 중국인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이로 인해 경관이 변하는 것을 우려하며 하나의 테마를 선정해 보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또한 제주의 농업은 현대화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농업문화관광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대책이 강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제주 인구 63만 중 농업이 17%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농가수입은 고소득 작물을 주로 재배하기 때문에 17개 지자체 전체 평균보다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농부의 연령은 고령이 8:2로 압도적이지만 최근 귀농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도에서는 앞으로 농촌이 많은 변화를 겪을 거라 예상하지만 농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와 관련 정책은 없는 상태이다.
김현민 제주도 문화정책과 과장은 미래 제주의 당면과제에 대해 ‘인구증가로 인한 물 문제’를 꼽았다. 제주 인구가 50만에서 60만이 되는데 23년이 걸렸으나 최근 2년 사이에 3만 명이 증가할 만큼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도는 몇 십 년 내에 100만도시가 될 거라 예상하며 물이 중요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제주도는 바다로 빠지는 용천수가 많기 때문에 도에서는 지하수 개발과 보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김현민 제주도 문화정책과 과장
한편 워크숍에서는 제주의 돌문화경관을 소개하는 발표가 이어졌다.
제주의 현무암은 화산활동의 결과물로, 화산섬이 형성되면서부터 제주는 장애물이던 돌과의 투쟁이 시작했다. 그러나 환경에 적응하고 종국에는 돌을 자원으로 활용하기까지 이르렀다.
제주 돌문화는 농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중 ‘밭담’은 경작지를 일구기 위해 바위를 깎아 담을 쌓은 것으로, 제주의 지배적인 경관이라 할 수 있다. 밭담은 경작지 간 경계의 역할뿐만 아니라 마소의 출입을 막고, 바람으로부터 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역할도 하고 있다. 독특한 것은 같은 작물을 재배하는 땅임에도 불구하고 담으로 경계를 구분지은 것인데, 이는 담이 바람의 세기를 약화시키는 효과가 끝나는 지점에 다시 담을 쌓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으로 쌓은 밭담은 독특한 경관을 형성한다.
올레길 또한 주택지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며, 제주 중산간지대의 목장에서도 돌담을 둘러 우마를 가두었다. 해안지역의 포구도 돌담으로 만들었으며 간조기에 고기를 잡을 수 있는 돌그물도 돌문화의 한 형태이다.
역사적으로 제주는 동북아시아 가운데 위치해 외적의 침입이 많아 섬을 둘러서 방어했다. 3개의 성과 9개의 방어진성, 25개의 오름 꼭대기에 봉수대를 설치하고, 38개에 연대를 설치했다. 섬 전체를 돌로 감싸고 마을읍성도 돌로 쌓아 보호했던 것이다.
돌담은 지역마다 외담, 겹담 등 쌓는 형태가 다르고, 지형지질에 따라 돌의 크기와 모양도 다르다.
특히 제주 돌담의 특징은 바람을 막는 것이 아니라 ‘찢는’다는 데 있다. 돌과 돌 사이의 틈을 메우지 않고 그대로 두어 바람이 통하기 때문이다. 태풍 매미는 대형철탑이 휘어지거나 달리는 열차가 넘어지는 바람인 초속 40m를 훌쩍 넘는 초속 60m 강풍이었지만 제주의 돌담은 끄떡없었다. 바람이 서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한 돌하르방, 장방형의 돌로 담을 세우는 제주식 무덤, 망자를 지키는 석상, 돌을 쌓아 만든 산당 등 다양한 돌문화가 형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문화는 제주민의 정신세계까지 반영하고 있다.
박경훈 제주 전통문화 연구소장은 “제주도의 돌문화는 제주민이 대지에 쓴 일기장”이라고 표현했으며, 강정효 사진작가는 “돌문화는 외부인에게 문화경관이지만 제주인에게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며, 문화경관의 가치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국가적으로도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박경훈 제주 전통문화 연구소장, 강정효 사진작가
제주의 ‘밭담’과 비슷한 경관을 가진 해외 사례도 있다.
이탈리아령의 Pantelleria 섬은 선사시대부터 경작을 위해 돌을 골라 담을 쌓았으며, 이곳의 담 역시 남지중해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막는 역할을 한다. 현재는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Carda호수 부근은 레몬을 러시아에 수출하며, 관광지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Lionella Scazzosi Politecnico di Milano 교수는 농촌경관과 무형유산의 전승에 대해 강조했다. 경관은 물리적인 객체이고, 의미를 갖고 있으며, 사람들은 그곳에 가치를 부여한다. 농촌경관도 마찬가지로 사회, 경제, 문화적 자원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옥한 토양은 생태적이지만 아름다운 경관으로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농가를 대상으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전통경관을 전승하는 것을 중요시 한다. 전승되는 무형유산은 노래, 음악, 사투리, 전통요리, 종교 등 농촌문화의 전반적인 사항들이며 이를 다음세대 농부에게 전승한다. 아울러 도시민과 농민이 서로 가치를 나누는 일을 한다.
그녀는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협력함으로 좋은 정책을 마련해야 농촌관광이 성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Lionella Scazzosi Politecnico di Milano 교수, Juliet Ramsay 호주 ICOMOS 위원장
Juliet Ramsay 호주 ICOMOS 위원장은 “돌문화유산에 대한 정부 및 지자체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주는 돌문화유산에 대한 관리문제가 소홀했으며, 그 과정에서 문화경관에 대한 많은 파괴가 있었다. 그녀는 Uluru와 Kosciuszko산, Karlukarlu, Dampier군도, Gulaag and Biamanga 등을 사례로 들어 과거 관리소홀로 인해 야기된 문제들을 소개했다. 그녀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국가차원에서 전통문화유산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종상 ICOMOS ISCCL 조직위원장은 “오늘의 논의로 제주의 돌문화와 해외의 사례, 그리고 해외의 문화경관 관리에 대해 공유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 더 많은 국가들과 문화경관에 대한 교류의 장이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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