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도쿄 요요기 공원에서 답사의 서막을 열다

글_강호철 오피니언리더(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24-05-24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381

 

 

일본에서 신록의 봄을 만나다 - 1

도쿄 요요기 공원에서 답사의 서막을 열다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지난 2021년 정년 퇴임과 팬데믹을 맞으면서 해외답사가 한동안 주춤했습니다.

팬데믹이 서서히 풀리며 ’22년 베트남 다낭과 호이안을 시작으로 사우디와 쿠웨이트(경관일기에 소개), 오키나와, 나트랑과 달랏, 모로코와 파리(경관일기 소개)에 이어 발칸지역과 발리를 다녀왔지요.

이어 ’24년에는 많이 안정되어 라오스와 일본을 답사하였답니다.

이들 답사지 중에서 어느 곳을 먼저 소개할까 많이 망설였답니다.

교토를 비롯한 일본은 필자가 참 많이 다녀왔지만, 경관일기에 소개한 것은 의외로 적어 이번에 우선적으로 선택하게 되었네요.

나머지 자료들은 차곡차곡 보관하며 숙성시켜, 훗날 하나씩 소개할 예정이랍니다.






’24. 4. 21일 늦은 오후 나라타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대합실을 빠져 나오니 이미 대나무 사이로 땅거미가 지네요.

오늘 하루는 이렇게 아쉽고 허무하게 흘려 보냅니다.





도쿄의 호텔에서 아침을 챙깁니다.

일본은 독서율이 유난히 높은 나라이지요.

아침 식사를 하면서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접합니다.

식탁이 모두 독서대로 되어 있네요.

식사 중에 수시로 책을 펼쳐볼 수 있답니다.

지하철을 이용하여 오늘의 첫 답사 목적지 요요기 공원으로 향합니다.

이동하며 주변을 주의 깊게 살피지요.

보행로 주변의 녹지경계 울타리에 곱게 핀 덩굴성 식물이 눈길을 유혹합니다.

학자스민(Jasminum polyanthum)으로 불린답니다.

필자도 평생을 조경수목을 담당했지만 생소한 외래종을 자주 만나게 되지요.












지하철 시부야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나오면 거대한 숲과 마주하게 됩니다. 

대로변에 접한 요요기 공원 입구이지요.

상큼한 분위기의 싱그러운 신록이 전개됩니다.

이슬비가 내리지만 우산이 필요할 정도는 아닙니다.

우산 대신 모자로 충분하네요.

숲에서 풍기는 신선한 향과 신록으로 눈과 코가 호강합니다.

요요기 공원은 메이지 신궁과 인접한 도쿄의 중심부에 위치하지요.

공원 면적은 54ha(약 16만여 평) 규모로 도쿄 23개 공원 중에서 4번째랍니다. 


















일본은 서구 못지 않은 정원 기술과 문화가 앞서가는 선진국입니다.

도쿄를 비롯한 많은 도시에서 봄에 열리는 가든 관련 전시회나 이벤트는 실로 다양하고 알차게 진행되지요.

우리나라도 가든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늦었다지만, 최근 정원 붐이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현실은 아파트가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므로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지요.

어떻든 지구촌은 걷기와 가든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답니다.

요요기 공원의 큰 골격은 나무이고 숲이지만, 동선 요소요소에 화사한 꽃으로 장식되어 발길이 가볍고 기분이 좋네요.
















이곳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1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답니다.

1909년 육군성에서 이곳에 93ha(28만여 평)에 달하는 연병장을 신설하였다지요. 

이곳은 패전 후 1945년 미군에 넘어가 ‘Washington Heights’라는 이름의 미군들을 위한 숙소로 변했답니다.

이후 1964년에는 도쿄 하계올림픽 선수촌으로 활용되었고, 급기야 1967년 지금의 도시공원으로 문을 열게 되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네요.

중심부에 다목적 잔디광장과 분수시설이 자리하며, 주변은 온통 울창한 숲으로 가득합니다.

인접하여 통과하는 도로 위로 육교를 연결하여 안전과 접근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공원으로 조성된지 이미 6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네요.

동경은 난대성 기후에 습도가 높아 수목의 생육환경이 우리보다 훨씬 양호합니다.

그리고 이곳은 모두 평지형이라 수목들이 매우 왕성하게 성장할 수 있지요.

북경이나 서울과는 달리 이곳에는 상록활엽수를 비롯한 침엽수와 활엽수가 적절하게 섞여 더욱 풍요롭고 경관도 아름답습니다.

특히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거목으로 성장하는 녹나무(상록활엽교목)의 신록은 대단한 운치를 뽐내지요.

필자가 일본의 봄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 녹나무의 신록 때문이랍니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의 많은 도시공원들에서는 노숙자들로 붐볐지요.

노숙자들이 집단적으로 공원에서 거주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하였답니다.

극히 적은 숫자이지만 이 공원에서도 그네들의 후예를 만날 수 있네요.


















신주쿠 교엔이 정원과 식물원 분위기라면, 이곳은 전형적 수목원과 공원의 느낌이 강하답니다.

가시나무나 녹나무와 같은 상록수들도 매년 낙엽이 집니다.

낙엽수처럼 단풍은 물들지 않아도 잎은 정기적으로 떨어진답니다.

이 시기에 녹나무의 잎도 가을 낙엽수 못지않게 많은 양의 잎을 떨구네요.

숲 지역은 빼곡하고 빈틈이 없는 반면, 공원의 중심부는 아주 넓은 잔디광장이 있기에 답답하지 않습니다.

음악에도 강약이 있고 그림에도 여백이 있듯 공원의 공간도 리듬이 있답니다.

공원에 필수인 화장실과 벤치 등 각종 시설들도 불편함 없이 잘 갖추어져 있네요.

주민들이 참여하여 가꾸는 듯한 꽃밭과 텃밭의 관리도구도 정겹네요. 




일본 사람들의 벚나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지극합니다.

독립수로 보호받으며 관리되는 벚나무들이 곳곳에 보이네요.

꽃이 진 지금은 평범한 일상같지만, 벚꽃이 개화하면 이들은 전국의 사진작가들을 소집한답니다.




배롱나무들도 성목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곳은 1910년 일본 최초로 동력비행이 성공했던 곳이랍니다.

숲으로 울창한 평화로운 이곳이 한때 전쟁을 더욱 부추기게 했던 장소라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하고 무거워지네요.

도쿄 최고의 위치에 자리한 편안한 숲의 궁전입니다.

언제나 즐거움과 여유로움, 자유분방함을 간직한 곳이지요.

아곳은 연중 이벤트와 축제가 끊이질 않는답니다.

주말의 벼룩시장도 꽤 인기라네요.

무엇보다 수많은 녹나무의 신록이 최고랍니다.

녹나무는 내한성이 약하여 경남지역에서도 겨울나기가 쉽지 않은 게 흠이지요.
















붉게 핀 철쭉 수벽 뒷편의 숲이 그 유명한 메이지 신궁입니다.

거대한 숲으로 가득한 두 공간이 마주하고 있지요.

그래서 이곳은 ‘동경의 허파’ 또는 ‘도쿄의 센트럴 파크’로 불린답니다.



이곳은 방대한 규모의 도시숲이라 생태적으로 그 가치가 중요하겠습니다.

중요성을 알리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지요.













정원으로 가꾸어진 이곳에는 꽤 큰 올리브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기후 온난화의 영향을 느끼게 합니다.

예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는데 최근에는 올리브나무 가로수길도 있지요.

소박한 모습의 건물이 올림픽이 개최된 1964년 당시 사용되었던 기념물이랍니다.



‘국토녹화운동’이 새겨진 기념물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전개되었던 ‘전국토공원화 운동’이나 ‘치산녹화계획’ 등의 구호들이 떠오르네요.

이곳에는 애완견을 위한 별도의 시설과 공간이 숲속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넓은 공원의 지하에는 1,500㎥에 달하는 재해용 급수조가 있답니다.

일본의 대부분 도시공원은 지진 대피소라지요.

입장했던 입구 광장(공원 표석이 있는)으로 나왔습니다.

공원에 인접하여 요요기 체육관을 비롯하여 NHK 방송센터와 시부야 BOXX 및 AX가 자리합니다.

요요기 공원은 그동안 여러 차례 왔었지요. 

큰 변함은 없다지만, 오늘따라 하늘이 흐리고 이슬비가 내려 더욱 싱그러운 신록의 숲이 반겨주었답니다.

이곳은 ‘도시공원’이라기 보다, ‘도심 국립공원’으로 표현함이 덜 어색할 것 같은 분위기네요.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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