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한미FTA와 조경건설분야의 대응
특별기고-정주현 동명기술공단 전무이사
국회를 통과한 한미 FTA 비준안이 국무회의를 거친 후 지난 29일 이명박 대통령의 서명까지 마침으로써 국내 절차를 모두 마무리 했다. 이제 한미FTA는 실질적인 발효를 앞두게 되었다.
그러나 비준안 통과 이후 현재까지도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한미FTA의 법률적 비준절차와 한국사회에 미치는 파급 등에 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그만큼 미국과의 자유무역은 우리 사회에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한미FTA 체결이 조경분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또 조경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더욱이 한미FTA 체결은 한국으로선 새로운 차원으로의 국제화, 세계화와 맞물리는 시금석으로 작용되는 중요사안이기 때문에 조경분야로서도 철저한 준비와 대비가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 라펜트(Lafent)는 해외의 조경시장에서 수년간 경험을 쌓아온, 정주현 전무이사(㈜동명기술공단 조경부)와 박명권 대표이사(㈜그룹한 어소시에이트)의 특별기고를 통해 조경건설 전반과 조경설계분야의 대응전략을 짚어보는 시간을 12월 5일과 6일, 양일에 걸쳐 갖고자 한다. –편집자주-
▲정주현 전무이사((주)동명기술공단 조경부)
[긴급진단]한미FTA와 조경건설분야의 대응
글_정주현 전무이사(㈜동명기술공단 조경부)
“미국의 건설불황으로 한국진출도 간과해선 안돼”
“한국 조경분야 경쟁력 있지만, 어학능력 뒷받침 돼야”
전세계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한미FTA가 미국의회의 비준에 이어서 한국에서도 표결 강행처리의 후유증으로 야당들의 반대시위가 연일 매스컴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장하준 교수를 비롯한 반대쪽 의견에서는 선진국과의 FTA를 체결했을 경우엔 시장개방이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고 보고있다. 우리보다 후진국이나 동등한 국력수준의 국가와 FTA를 해야 국익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우리는 시장개방을 잘 견뎌냈고 또 극복하기도 한 사례가 많다. 자동차나 전자부문과 같이 시장개방을 늦추고, 경쟁력을 갖춘 후 자유무역협정에 뛰어든 분야도 있지만, 가장 후진성을 면치 못했던 유통분야의 경우, 결국은 월마트나 까르푸같은 세계적 기업들을 오히려 인수해 버리는 저력을 발휘한 사례가 있지 않았나? '시장보호냐? 시장개방이냐?' 경제적 양면성의 논리는 글로벌 시대의 최대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대적 트렌드는 세계화이고 개방화이며 융합화의 조류 속에서 항해하고 있다. 이 세가지 키워드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전국민적 화두이기도 하다. 건설분야에서 조경을 전문부문으로 종사하는 우리로서도 피할 수 없는 운명적 상황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는 날이 갈수록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통합에 집중하며, 합종연횡(合從連衡: 국제무대에서의 외교적 角逐戰(각축전)을 가리켜 쓰는 말)을 꾀하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서로의 눈치를 보고, 견제하며 결합하려는 양상을 띤다는 것이다. 세계무역협정도 마찬가지로 점차 복잡하고 다단계의 연결고리를 갖추면서 진화하는 모습이다.우선 몇 가지 무역 협정을 살펴보자.
다른 나라의 무역협정은?
FTA는 RTA(지역간 무역협정)의 가장 느슨한 단계의 상호간 무역협정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칠레, EU 등을 포함해 44개국과 7건의 FTA를 맺고 있고 미국과의 FTA가 발효되면 우리의 세계 경제영토는 61%수준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FTA라는 용어보다 EPA(경제동반자협정)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일본은 아세안, 칠레, 멕시코 등과 13개의 EPA를 맺어 왔다. 중국 역시 아세안과 칠레, 페루, 마카오 등과 10건의 FTA를 체결했고, 현재는 유럽쪽으로 경제영토를 확장하려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우리와 파나마, 콜롬비아 등과 FTA를 비준한 것까지 하면 17건 정도다. 2006년 이전까진 다자간 무역협상(DDA)에 주력한 연유로 세계최대 경제국이면서도 실제적 FTA체결 건수는 많지 않다. 미국은 최근 RTA의 일종인 다자간 FTA형태로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에 적극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는데, 중국을 배제한 견제무역협정체제로 일본, 캐나다, 멕시코 3국이 참여 의사를 밝힘으로써 12개국이 이 무역협정에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은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 12개국의 TPP가 형성되면 기존의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나 EU(완전경제통합형태/유럽연합)를 능가하는 지구촌 최대의 RTA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RTA는 가장 느슨한 상호간 FTA에서부터 관세동맹, 공동시장, 완전경제통합의 가장 높은 단계까지 갈 수 있다. 현재 관세동맹은 17건으로 베네룩스 3국의 예가 있으며, 공동시장은 89건으로 EU의 전신인 ECC(유럽경제공동체)가 사례가 된다.
RTA는 WTO(세계무역기구)에 보고된 바로는 현재까지 302건으로 최근 10년간의 실적만 70%에 육박한다. 이 중 FTA가 182건으로 가장 많으며 전세계 교역량의 절반(48%)에 가깝다.
조경건설과 관련된 협약내용은?
작금의 우리 최대관심사인 한미FTA에서 건설분야, 특히 조경분야에 미칠 영향력과 파장, 시장효과는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여기서 FTA란 그 용어가 내포하는 뜻 그대로(Free Trade Agreement) 시장개방으로 보면된다. 미국과의 일정부문을 제외한 전 분야가 상호 동등한 개방논리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시장과 서비스시장(엔지니어링분야)의 개방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의 선진적 건설시스템과 거대자본에 의한 국내시장의 유입은 명약관화한 현실이 되어 버렸다. 사실 앞서 말한 부분은 이미 개방되어 있었던 분야이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너스레를 떨 필요는 없지만, 미국이란 단일 국가와 체결한 상호간 무역협정이므로 세부적 내용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협정문 전문을 훑어보면 서문을 제외하고 전부 2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에는 부속서와 부록이 첨부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주요 항목별 키워드 중심으로 보면 제9장엔 무역에 대한 기술장벽 규정으로 부속서 [9-가] 항목에 무역에 관한 기술장벽위원회 설치가 언급되어 있으며 우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내용은 제12장으로 '국경간 서비스무역 규정'이다.
[12-9]항은 '국내외 서비스 사업자에 동등한 자격의 자율적 부여', [12-10항]은 '송금과 지불의 자유로움'이 언급되어 있으며 부속서 [12-가]목은 '전문서비스' 내용으로 부록 [12-가-1]에 상호 인정 및 임시 면허를 위한 분야로서 1) 엔지니어링 서비스, 2) 건축 서비스, 3) 수의 서비스가 있다.
이 외에도 특수 항공 서비스내에 관광, 조사, 지도제작, 사진촬영, 헬기운반 등이 있다. 그 외의 관련 규정 내용으로 제16장은 '경쟁관련 사안 규정'으로 국가간 소비자 보호규정과 제18장의 '지적재산권', 제19장은 '노동에 관한 내용'으로 노무협의회 설치를 언급하고 제20장은 '환경 규정'으로 환경협력협정을 위한 환경협의회 설치 및 다자간 환경협정을 위한 국가 자문위원회 설치 규정을 두고 있다.
야당의 일부 강경세력인 민노당에서 주장하는 독소조항 12가지 내용 중, 특이할 점은 '서비스산업 시장의 네거티브 개방방식'이 있는데, 이것은 안되는 것만 나열하고 나면 나머지는 전부 허용되는 방식으로 시장개방이 너무 무방비 상태가 될 수 있는 포괄적 협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서비스 미설립권 인정조항'으로 사업장을 국내에 개설하지 않고도 서비스산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 점인데, 이것은 경우에 따라서 국내법 적용이 불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있다. 미국은 FTA를 행정협정이라고 보고 있으며, 우리는 조약과 법률에 준한다고 본다는 시각차이도 문제가 되고 있다.
(출처: 기획재정부)
미국의 건설불황과 그리고 한국으로의 진출 가능성
건설시장 특히, 조경분야는 미국의 직접적인 진출은 지금까진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업계의 이슈가 되고 있는 용산국가공원에서 미국기업이 국내 파트너없이 단독으로 설계응모하려는 시도가 벌써부터 엿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급격한 미국업체의 국내시장 유입은 당장이야 없겠지만 차츰 공세의 수위를 높여 갈 것만큼은 분명하기 때문에, 경계를 게을리 하지말아야 할 것이다.
조경분야의 설계와 시공, 자재의 생산 및 공급, 유지관리와 감리 등 전반에 걸쳐서 미국기업과의 연계되는 이합집산(離合集散)이 어느 정도 일어날 것이고 이것은 침체된 건설고용시장에 다소 활기를 줄 수도 있겠지만, 미국의 자국 내 경기가 워낙 좋지않을 뿐더러, 특히 건설분문에 정도가 심해 그들의 해외진출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혹자는, 거꾸로 우리의 경쟁력(?)있는 기술을 가지고 미국시장에 진출해, 그들의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불가능하지 않은 진취적이고 좋은 발상이다.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는 세계 최고수준이고 원화의 환율도 가격경쟁력이 있으며 품질 역시 검증받은 수준이기 때문에 가능하리란 생각이다.
하지만 미국의 건설경기 또한 악화일로의 상태다. 그들은 자국내의 건설경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이번 FTA를 기점으로 한국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작금의 국내 건설경기도 녹록치 않다. 우리 스스로도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외나무다리 위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FTA로 인해 해외시장 개방의 밀물에 떠밀려서 표류하지 말고, 스스로 그 파도를 거슬러 더 큰 바다로 헤엄쳐 나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제 등 떠밀려서라도 밀려오는 파고 앞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며, 이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도전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한국의 조경분야,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러한 시기에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반문해 보자.
필자가 이미 오래 전부터 강조해오고 피력해왔던 얘기지만 이제 우리의 기술력과 경쟁력은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고, 경험이나 숙련도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준비되지 못한 유일하고도 치명적인 약점이 바로 '어학능력' 그것이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어학실력이 잘 갖추어져야만 하는 분명한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건설시장을 개방했듯이 바깥 다른 나라들도 대부분 건설시장의 문호를 열어놓고 있다. 고백컨대 필자도 이러한 준비를 거의 못하고 지내온 시간과 세월이 너무나 아쉽고 절절하다.
지금 국내의 갈급한 건설경기는 해외에서는 예외이다. 많은 후진국과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아직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물론 일에 따라 안고가야할 리스크와 장기간의 자금흐름을 감내할 자세가 필요하고 대부분 열악한 환경을 길게보고 가야 할 마음의 준비도 충분히 해야 한다.
하지만 이젠 피하려 해도 피해갈 수 없는 상황까지 도래하고 있다.
여기에 글을 쓰는 김에 덧붙이자면 어학능력을 갖추되 너무 영어에 올인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지금 젊은 세대에게 영어는 필수고 기본이 되고있어서, 차별화가 상대적으로 덜되는 스펙이다. 요즘에는 해외유학파 조경인도 많이 있고, 영어구사 인력을 구하는 것에서도 큰 고민이 생기지 않는 세상이다.
그래서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조경분야가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제2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그 중에서도 여러 지역이나 나라, 문화권이 같은 언어로서 우리나라가 진출해서 경제적 이익이 예상되고, 지속적인 일감(?)이 보장되는 곳으로 'CIS국가지역(러시아어), 아랍지역/이슬람문화권(아랍어)/아프리카대륙(불어-이곳은 불어사용지역이 절반이상이다)/중남미지역(스페인어-브라질만 포르투칼어사용)'이 있다.
이곳들은 영어 통용이 쉽지않은 지역이 대부분이다. 제2외국어 특히, 앞에 언급한 4개 언어는 여러분의 미래를 운명지을 귀중한 지역이고 언어임에 확신한다.
끝으로 우리도 이제는 선진국에 진입했다. 조경분야도 선진국 수준으로 진화하고 변화해야 한다. 우리의 주거문화도 아파트 일색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할 시기이다. 이것은 아파트 조경의 고급화(?)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분야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신규시장으로 지속성있게 공급이 가능한 것이 바로 정원문화의 생성과 창조이다. 따라서 우리는 시민들이 정원을 가지고 싶도록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해당 주제는 기회가 되면 별도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한다.^^
결론적으로 한미FTA로 인한 미국기업이나 업체가 설계, 시공, 자재, 관리, 감리 등 전반에 걸쳐 한국진출이 수월해진 만큼 우리도 긴장의 끈을 놓쳐선 안되겠지만 역으로 미국시장 진출도 같은 조건으로 편해졌기 때문에 우리의 자체 경쟁력이 무엇인지 잘 살펴보고 오히려 역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어학능력을 기르고 특별히 제3세계 진출을 위해 제2외국어에 관심을 가지자는 말로 글을 맺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졸고를 정독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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