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조경, 어떻게 ‘재해석’ 할 수 있을까?

박경자 원장, ‘한국전통조경의 현대적 재해석’ 연구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7-08-20


한국전통조경을 어떻게 ‘재해석’ 할 수 있을까?

한국전통조경의 재해석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 박경자 원장을 비롯해 안계동 (주)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와 황용득 동인조경마당 대표, 이호영 HLD 대표, 이해인 HLD 소장이 지난 10일 경복궁 인근에서 모였다.

박경자 전남대학 연구교수((사)전통경관보전연구원 원장)이 진행하고 있는 한국연구재단의 ‘한국전통조경의 현대적 재해석’ 연구의 일환이다. 이번 연구용역은 3년간 진행되는 연구로, 중국과 일본과 비교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이날 토론에서는 재해석에 대한 개념정리와 한국전통조경의 특징,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재해석의 가능성에 대해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재해석과 재현

전통을 재현하는 것과 재해석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박경자 원장은 ‘전통을 기반으로 한 현대적 구성’을 재해석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요소에서 주로 형태를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재현’이며, 전통의 기반 없이 현대적인 것 또한 재해석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사례로 일본의 시게모리 미레이의 고산수 정원, 순묘의 선의 정원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황용득 대표는 “전통을 제대로 재현하기 위해서는 소재가 고재여야 하고 장대석이나 기와 하나하나가 오리지널리티를 가진다면 재현의 의미가 있다”고 피력했다.

한국전통조경의 특징

이들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의 정원문화가 꽃피우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봤다.

황용득 대표는 우리나라가 외세의 침입이 많았던 민족이었기에 삶이 안정되지 않았다는 점과 근대화 이전까지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정원문화가 안정적으로 꽃피우지 못한 이유로 꼽았다.

우리의 전통정원은 대개 생활과 연관이 많다고 설명했다. 장을 담가먹는 문화이기 때문에 장독대가 필요하고, 불을 떼는 구들문화이기 때문에 굴뚝이 필요했으며, 채소를 키우는 텃밭, 우물 등 외부 공간적 요소들이 정원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감상위주, 장식위주의 정원이 발달했기에 상대적으로 형태적인 발전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 형태 대신 무위자연이나 은유와 은일의 사상 등 관념으로 이어온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박경자 원장 또한 한국 사대부들의 정원은 사랑방에 그림 한 점 그려놓거나 사랑방 툇마루에 돌을 두고 누워서 신선세계를 생각했던 와유문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안계동 대표는 정원문화가 발달한 나라들은 자연환경이 열악하거나 사치를 해도 인정이 되는 사회구조이었음을 들었다.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졌으며 사치를 지탄하는 사회 구조였기에 정원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민정서 또한 중국처럼 바닥에 문양을 새기는 등 화려하게 꾸미기를 지양했다고 말했다.




재해석의 가능성

정원이 형태적으로 발전해온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재해석이 어려운 조건이다. 토론자들은 재해석의 가능성을 가진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계동 대표는 선조들의 ‘자연관’을 현대생활에 접목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자연을 해치지 않는 태도이다. 연못을 굳이 자연스럽게 꾸미지 않고 방지로 절제한 것에서 엿볼 수 있듯 ‘자연을 조작하고 만드는 것은 가짜’라고 생각하는 정서를 현대에 적용하는 것에 초점을 두자는 것이다.

이는 “친환경, 생태적인 조경, 시민참여, 오픈엔디드 등에 현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과 맥이 닿아 있다”고도 강조했다. 작금의 공공적인, 혹은 대중적인 조경이 우리나라의 사상들을 전수하기에는 좋은 면이 있다고 전했다.

이호영 대표는 ‘땅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건물을 지을 때도 정 90도로 짓지 않고 땅에 맞췄으며, 화계 또한 자연과 주거공간의 경계를 느슨하게 처리했듯 공간과 공간의 경계를 느슨하게 하는 방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예를 들어 바닥포장과 식재지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든지 가벽을 세울 때 구멍을 뚫거나 높이를 낮추는 것들이다.

이해인 소장은 “한국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동질감은 산과 들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적인 조경의 재해석을 정원 안에서의 재해석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고 보다 넓은 범위 안에서 동네 이상의 크기에서 공간 자체가 전개되는 방식, 공간의 배치 등으로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황용득 대표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 정신의 재해석을 제시했다. 황용득 대표는 “현대에 임하면서 우리 고유의 정신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이에 맞게 디자인 하면 한국적이라고 본다”며 “형태가 기하학적이든 첨단의 소재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안계동 대표는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한국은 재해석할 수 있는 요건이 많이 없지만 이번 과정을 통해 좋은 쪽으로 승화를 시킨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경자 원장은 “재해석을 위해서는 항상 본인이 한국인이라는 걸 생각하면 가능할 것 같다”며 향후 모임을 기약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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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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