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 그리고 ‘나는 조경학도다’[1]

홍태식 소장이 말하는 ‘조경의 길’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1-11-06

라펜트가 주최한 조경의 길을 묻다는 예비조경인의 진로와 취업을 매개로 조경분야의 세대간 화합과 소통의 논의를 촉발시키고자 했다. 비단 예비조경인과 조경계리더 뿐만 아니라 조경분야에서 종사하는 전조경인과 이러한 논의를 공유하기 위하여, 라펜트는 간담회 동영상을 제작한 후 무료로 공개하였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라펜트로 한 통의 기고문이 전해졌다. ‘조경의 길을 묻다동영상을 본 후, 피부로 체감하는 조경실무를 예비조경인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조경전문가의 이메일이다. 주인공은 바로 홍태식 소장(청산기술사사무소)으로, 현재 그는 성균관대 조경학과에서 겸임교수직을 역임하고 있다.

 

홍태식 소장은 기자에게 직설화법으로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조경학과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조경분야의 현장을 말해줌으로써, 학생들의 참여와 행동을 촉구하고자 하였고, 결국 이것들을 통해 조경분야에 희망을 말하고 싶었다’는 바람을 전해주었다.

 

홍태식 소장이 말하는 조경의 길은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조경전문가로서 조경분야 세대간 소통에 적극적인 공감의사를 밝히면서 라펜트로 전해준 그의 기고문을 11 6일과 7 2회에 걸쳐 조경뉴스가 연재할 예정이다. 편집과정에서 원고수정이 다소 있었지만, 작가의 원뜻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밝히고, 양해를 구한다. -편집자 주-



‘나는 가수다’‘나는 꼼수다’
그리고 “나는 조경학도다...”



홍태식 소장
(청산기술사사무소)

조경의 길을 묻고, 가르켜 준다는 1회 조경의 길을 묻다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했다. 윈도우 창을 내리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나는 가수다에서 합류하자마자 떨어진 조규찬의 얌전한 노래를 들은 기분이었다. 우리 모두는 자우림이나 YB의 묘하거나 내지르는 노래도 듣고 싶었는데... 또는나는 꼼수다처럼 시원하게 있는 그대로의 조경 현실을 드러내주기를 바랬는데. 그래야 길이 보이지 않을까?

 

대학교육과 실제업무와 괴리


A_
, 우리야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강의내용으로 조경이라는 분야를 배우고 있거든, 형도 물론 그랬지만. 설계하려고 하는 친구는 캐드, 포토샵을 사설학원에 다니며 따로 배운대. 그런데 정말로 학교에서 배우는 거 사회에선 써먹을 일 없어?

 

B_ 그래, 학교에서는 조경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맛만 보는 거지. 전인교육 몰라? 다른 학문, 이를테면 철학, 동양사, 지리학, 지구과학 같은 과목도 마음내키는 대로 배워야 해.

스티브 잡스는 대학 때부터 글씨체에 대해서 그렇게 파고들었다고 하잖아? 그 결과 지금의 아이폰 글자가 안깨지고 선명하다는 거 아니냐. 솔직히 학교에서 조경기사 시험대비 공부하다 보면 답답하지? 실기시험 대비하느라 제도 연습하다보면 학원에서 배운 캐드 아이콘 다 까먹겠지?

 

A_ 그런데 솔직히 학점관리하다 보면 다른 학과 과목 듣기 두려워.

 

B_ ! 솔직히 학점보고 뽑는 조경회사 있는 줄 아냐? 요샌 대기업에서는 신입사원 안뽑아. 중견이나 중소기업에서는 현장시공직을 주로 뽑고 있어. 그것도 현장스타일, 이를테면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 한다던지, 지방 내려가서 세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어야 뽑아주는 게 현실이야.

조경실무라는 것도 사실 회사생활 반년이면 다 익힐 수 있는 수준이야. 거의 다 프로그램화 되어있어서 정확한 숫자만 입력하고 결과를 분석할 기초상식만 있으면 돼지.

회사에서 요구하는 것은 얼마나 성실하게 꼼꼼히 견적이나 공정관리를 하는 자세가 되어있느냐 하는 것이지.

 

그래도 불안하면 산업체와 대학이 서로 의논해서 맞춤교육하면 되잖아? 측량의 경우 최근에는 광파기로 측량하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평판을 가르키는 대학도 있을 걸? 연못방수도 대부분 벤토나이트 방수로 하는데, 아직 진흙방수나 방수시트를 알려주는 곳도 있다고 하더라.

 

A_ 그런데도 아직도 학교는 이론교육이 중심이 되고있어. 너나 나나 피해자인거지. 그런 실무교육을 산업체에서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

 

B_ 조경 네트워크가 빈약해. 아니 없어. 대학, 설계회사, 시공회사, 연구기관 등이 서로 소통을 안하는 거지. 아니 할 필요가 없어서지. 왜냐? 비싼 등록금 내고 있는 너희들 재학생들이 요구하지 않으니까.

 

유학, 외국 경력


C_
오랫만이네 형. 미국에서 석사과정 수료하고, 그곳 설계회사에서 3년동안 일하고 있다면서? 미국 조경설계시장은 어때? 우리나라 조경인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D_ 그래, 7년만에 서울에 들어왔더니 으리으리하네? 광장도 생기고, 고급주상복합도 많이 들어서고.

 

미국이야 몇 년전에 모기지론 부실이 터지는 바람에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어. 물론 몇몇 신흥부호들이 여전히 돈을 펑펑 쓰고 있어서, 거기에 기대어 프로젝트 몇 개는 진행하고 있지만, 10년전에 비하면 쉽지 않지.

지금와서 생각해보니까 조경 일이란 것이 정부나 개인의 자금사정이 원활해야 투자가 이루어지는 아이템이라, 미국도 지금은 확실히 조경시장 침체기지.


우리나라 사람들 활동이라... 그것도 개인 차이가 많아서 한마디로 평가할 순 없지만, 비싼 설계를 할수록 고급영어로, 그것도 철학을 가지고 발주자를 설득해야 하니까, 한계에 다다른 사람들이 많이 나오게 되지. 해외 프로젝트 진행에서 영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한 것이거든?

 

그렇다고 미국에서 배운 설계능력을 한국에서 펼칠 수 있느냐 하면, 부정적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야. 그 나라와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가 다르고, 투자비의 차이, 사용자의 수준이나 빈도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지. 미국이야 개발할 땅이 널리 분포되어 있지만, 한국의 경우, 한 평에 오천만원하는 땅도 많다고 하니, 그 비싼 땅에 조경을 하려고 할까? 고급아파트는 많이 들어섰지만 이젠 공급이 넘치니까 쉽지 않을 거야. 몇 분이 미국에서 돌아오셨다가 다시 들어가셨다지 아마?

 

MBA 열풍 알잖아? 요즘 미국에서 그들도 어렵다고 하더라고. 들어갈 데가 없어. 시장이 가격을 결정하고, 정부의 개입이 최소화 되었던 신자유주의 시절에는 MBA가 융성했지만, 지금은 아니거든. 내 생각엔 아메리칸 스텐다드가 세계를 지배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간 듯해.

 

한미FTA 체결이 끝나면 미국 조경디자이너들이 한국으로 진출할 것 같지? 한국오면 수주할 것이 없으니까 안들어올거야. 우리나라 설계비가 워낙 싸니까 그 사람들 체재비용도 안나올거야.

 

C_ 그래도 미국에서 공부하고 오면 한국에 적용할 것도 많지 않을까?

 

D_ 유학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일본이나 유럽으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미국은 근본적으로 유럽에서 건너간 이민자의 나라야. 땅도 원래 원주민 것이었지. 유구한 역사가 무시되니까 라스베가스 같은 도시도 나올 수 있는거구. 하지만 한국은 개발할 수 있는 땅이 상당히 한정되어 있고, 거기에도 무시 못할 문화적 유산이 깃들여 있지. 어쩌다 간척지 일부나 한강둔치를 손대게 되는데, 그러다가 자연의 역습을 받으면 더 큰일이 벌어질 수 있어.

 

차라리 인구밀도가 높고, 역사적으로도 오래된 도시가 많은 독일이나 일본이 우리랑 조건이 비슷하니까 배울 것이 더 많을 것 같아.

자전거도로 하나만 보자. 독일사람들은 혼잡한 도시에서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여 에너지를 많이 줄이고 멀리 놀러갈 때는 기차나 버스같은 대중교통을 탄다고 하잖아?

 

우리는 도시에 자전거길을 만들어도 출퇴근 이용률이 낮고, 주말에 레저 스포츠용으로 쓰려고 4대강 둔치에 명품자전거길을 만들었지? 여름과 겨울, 장마철 빼고 1년에 몇 개월이나 이용하려고 그러는지 몰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공부도 일본이나 독일이 훨씬 발달해 있는 것이 사실이지.

 

C_ 다 밖으로 나가서 공부만 하면 소는 누가 키우지? 걱정이네...


 

대기업, 공공기관 취업


E_
오빠 축하해 과장님 되셨다며? 오빠 조경인생은 이제 탄탄대로네?

 

F_ 어 그래, 고마워. 그런데 과장이 되었는데도 1년에 열 달은 지방에 내려가 있어. 정부 공사현장에 있는데 조기발주를 해서 12개월 동안 내려가 있어야 해. 요샌 할 일이 없어서 매일 도면 뜯어보고 있고, 본사에서는 기성 안올린다고 난리지. 토목에서 자리를 내줘야 일을 할 수 있는데...

 

E_ 오빠네 회사에선 이번에 인턴 모집하던데 거기되면 나중에 신입사원 뽑을 때 유리하나요?

 

F_ 아닐 걸? 올해 신입사원 안뽑는다고 하던데? 있는 사람도 감축한다고 하는데 신입을 뽑겠어?

 

그리고 요즘에는 3년에서 5년 경력직을 뽑아서 즉시 전력으로 쓰려고 하지, 신입 뽑아서 3~4개월 교육시키고 현장 배치하면 절반은 그만둔대.

 

다른 직종도 마찬가지로 거의 다 경력만 뽑아, 그래도 난 운좋게 신입으로 들어갔지만, 내 뒤로는 신입을 뽑지않고 있어. 거의 다 경력직으로 입사한 친구들이지. 70년대 학번 선배들은 대기업 공채에 5천명씩 그룹차원에서 뽑았다고 하던데

 

E_ 그래도 저는 처음부터 대기업으로 들어가고 싶어요. 방법이 없을까요?

 

F_ 지금은 대기업 신입사원을 뽑는다고 해도 한 두명이고 거의 다 내정되어있다고 보면되고, 차라리 중소기업에 들어가서 열심히 일하면서 실력을 쌓고, 그 다음에 경력으로 입사하는 게 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을거야.

 

E_ 그럼 토지공사나 도로공사 같은 공기업은요?

 

F_ 공기업은 정보가 오픈되어 있으니까 홈페이지 자주 들어가서 보고, 한 달 전에 도로공사에서는 몇 명 뽑았다고 하던데, 거긴 원서도 못 냈구나?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는 합병이 되어서 직원들을 감축하는 상황이더라. 신입은 뽑을 엄두를 못내겠지? 공기업은 대기업보다 더 안정적인 직장이긴 한데 조금씩 뽑고, 들어가서도 토목직의 많은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는 부담감이 작용하겠지. 그래도 어느 조직에서든 열심히 하면 출세할 수 있겠지?
(2회(8일)에 계속...)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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