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 그리고 ‘나는 조경학도다’ [2]

홍태식 소장이 말하는 ‘조경의 길’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1-11-07

나는 꼼수다, 그리고 나는 조경학도다의 반응이 뜨겁다. 기사가 게재된지 불과 하루만에 3000여명의 사람이 글을 보고 갔다.

 

무엇보다, 라펜트와 뉴스검색 제휴를 맺은 다음(Daum)과 구글(Google), 네이트(Nate) 등을 통해서 유입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조경분야 외에도 많은 대중들이 관련내용을 보았다는 것이다.

 

몇몇 조경학과 학생들도 솔직하게 보여줘서 좋았다는 의견을 전하며, ‘지금같이 고민되는 시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라펜트에 메시지를 남겼다.

 

조경과 인접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 일부는 이제는 조경인들이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보다 많은 전문지식과 조경실무 내용을 활발히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해주었다.

 

홍태식 소장이 말하는 조경의 길그 두 번째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는 꼼수다’, ‘나는 가수다

그리고 나는 조경학도다…”

 

조경직공무원

A_ 후배. 축하해. 이번에 조경직공무원 붙었다면서? 교육받는 중이니?

 

B_ 선배님 감사합니다.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A_ 노량진 학원가 부근에서 기숙하며 공부했니? 그래도 요새는 가늘고 길게 간다는 공직이 최고의 직장이지. 예전 80년대엔 중동건설현장 나갈 수 있는 대형건설회사가 인기 좋았지. 해외 나갔다 오면 아파트 하나 장만할 수 있었으니까. 90년대 들어서는 공공기관이 인기가 최고였고, 2000년대는 유학 다녀와서 설계사무소를 창업하거나 연구원으로 들어갔었고, 그리고 요즘들어서는 고시족이 많아졌고.

 

B_ 그래도 9급인데요 뭐. 대학까지 나와서 7급도 아니고, 부모님께 죄송하죠. 조경쪽은 7급을 서울시에서 겨우 2명만 뽑아요. 중앙정부에서는 아예 뽑지도 않고.

우리 조경학과가 전국에 40개 대학을 넘어 해마다 졸업예정자가 1,500명이 넘게 배출되는데 왜 이렇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요? 입학할 때는 미래유망 학과라고 광고하더니

 

A_ 선배로서 할 말이 없다. 예전엔 조경학과를 나와서 임학과 과목을 공부해서 임업직 공무원으로 선발되었었지. 그나마 전 조경분야가 적극적으로 운동을 펼쳤기 때문에, 2008년도부터 조경직 공무원제도가 생기게 된거야. 그래서 국가직공무원기술직군 가운데시설직렬 속에시설조경이라는 직류가 신설되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해양부나 문화체육관광부, 산림청에서 우리를 뽑아주질 않으니 조경과 졸업생들이 시험볼 기회조차 없는 것이지. 전국에 많은 조경학과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나마 임학과는산림자원’ 직류로 20~30명을 매년 산림청에서 선발하고 있지. ‘산림조경이라는 허울뿐인 직류는 신설해놓고 지금까지 한 명도 선발하지 않았어. 왜 그럴까?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산림청에서는 임학과 졸업생이 합격하기에 유리한  산림자원직류만 뽑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야.

 

B_ 산림청을 논외로 하더라도 국토해양부에서는시설조경직류를 한 명도 뽑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한데요? 전국적으로 조경분야 일이 많지 않나요? 그렇다면 조경기준이나 조경자재 선정, 조경법제도 정비, 조경기본계획 수립 같은 중요한 일을 누가 하고 있나요?

 

A_ 국토해양부 조직도에 아예조경이라는 글자가 없는 게 현실이야. 그동안 이러한 토대가 될 조경기본법 제정을 위해 많은 조경인들이 노력했지만 정부에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 조경학과 재학생 몇 천명이 대대적으로 과천정부청사 앞에가서 대규모 시위라도 해야 한두 명 자리를 내어 주지 않을까?

 

B_ 국가공무원 보직에 조경직이 한 명도 없다는 게 신기해요. 그럼 우리는 중요하지도 않은 건설관련 학과를 다닌 거네요? 진작에 알았다면 매주 과천으로 달려갔겠죠. 이제는 후배들에게 알려줘서 부딪쳐보라고 해야겠어요. 졸업생인 우리도 동참하고. 우리를 가르치는 교수님들도 이런 걸 아셨을텐데, 실질적으로 조경직 국가공무원 자리가 아직 안 생겼다고 봐야겠군요

 

A_ 그래 많은 교수님들도 수시로 건의하고 애쓰시고 계시지만 안되고 있는것이지. 목마른 자가 우물 판다고 조경학과 재학생들이 한번 뭉쳐야겠다. 선배들도 동참할거고.

반값 등록금도 결국 사회적인 이슈가 되니깐 조금이라도 깎아 줄 시늉이라도 하잖아? 정당한 권리마저도 주구장창 주장하고, 시끄럽게 떠들어야지 반응하고 양보를 받아낼 수 있는 것이 현실이고, 또 그래야 하지. 그 누구에게라도 기대지 말고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야.

 

B_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지방직공무원 선발인원도 임학과 나온 학생들이 유리한 것 같아요. 올해만 보더라도 전국적으로 조경 50, 산림 104명을 뽑았어요. 서울시 같은 대도시에서 조경직과 산림인원을 각각 17명으로 같은 인원을 배정했어요. 서울시에 산림직들이 할 일이 그렇게 많나요?

 

A_ 산림이 적은 대구광역시에서도 조경은 안뽑고, 산림직만 3명 뽑았더라. 솔직히 직류 선발인원의 배정권한을 가진 사람의 의식이 중요하겠지. 앞으로도 지방자치단체장들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산림직을 계속 뽑을거야. 정치인은 다수가 속해있는 표심을 의식하고 있거든. 예를 들면 산림직은 그들의 배경에 산림조합이라는 집단이 있기 때문에 다수의 지지를 얻기위해 산림직을 뽑아야 한다고 하지.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들이 대다수라고 말하기는 어려워. 결국 이러한 것들을 깨트리려면 결국 조경전공자들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이 중요하지.

 

B_ , 어떤 사람은 선발 직종을 정할 때 산림직이 더 많이 배정되는 이유가 따로 있다고 하던데요? 실무책임자의 출신 직종이 예전 임업직, 지금 산림직이어서라는 사람도 있고, 조경직들이 많이 들어오면 디자인이나 조경시설물 일을 잘 모르는 산림직이 밀릴 수도 있다는 설도 있고, 조경직들이 일은 안하고 사소한 불평만 터트린다고 사람도 있고요.

 

A_ 어떤 주장이 딱 떨어지게 맞는 것은 아닐거야. 또다시 말하지만 지방직공무원 선발에서도 너희들, 아니 당사자인 우리 모두가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설득하고 개선을 요구해야지. 업무에 맞는 전공자를 뽑으라고 말이야.

 

B_ 조경직이야 아직 신설된지 얼마되지 않아서, 말단으로 들어가 일을 배우는데 무슨 불만을 말하겠어요? 더 웃기는 현상은 일부 임학과 졸업생들이 조경학개론을 배워서 조경직으로 응시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으면 조경일을 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거예요. 산림직은 한계가 있다면서그런 걸 봐서도 처음부터 대도시에서는 조경직을 중심으로 다 뽑아야 하는 것이 맞을텐데요

 

A_ 그러니까 임업직의 기득권이랄까? 일종의 텃세가 있는 거지. 또는 우리 조경하는 사람들이 물러서 그럴지도 모르고. 예전에도 몇 번 시정을 요구했는데 잘 고쳐지지 않더라.

 

B_ 우리 조경학과 학생들이 너무 순진했군요? 과천청사에 가서 대규모 가투를 여러번 해야겠네요. 행정안전부 장관도 만나보고. 우리가 나서면 교수님이랑 선배님도 동참하시겠죠?

 

A_ 최소한 전국 선발인원 비율이 7:3으로 조경직이 더 많아지도록 노력해야겠지. 산림직은 산림청이라는 주무청이 있어서 안정적으로 취업기회가 있거든.

 

B_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그동안 왜 아무도 안해줬나요?



 

창업

 

C_ 포트폴리오만 벌써 열 번 짼데 어디서도 연락이 없네.

 

D_ 올해는 건설경기가 최악이어서 있는 직원도 해고하는 판에 신입은 안뽑는다고 하더라

 

C_ 차라리 회사하나 차릴까? 난 설계사무소, 넌 시공회사. 서로 일 없으면 도와주고.

 

D_ 네가 설계한 걸 가지고, 내가 공사하고 그러면 되겠네? 그런데 누가 우리한테 일을 줄려나?

 

C_ 일단 시공회사 만들어서 재하청 받아서 열심히 해보는 거지. 여름에 현장실습 나가서 느낀건데 간단한 일은 경험이 없어도 일꾼만 잘 만나면 가능하겠더라. 처음 한 달만 돌아갈 자금만 있으면 일을 해낼 수 있겠더라.

 

D_ 그게 될까? 어차피 재하청이면 아주 낮은 금액으로 수주해야 하는데 우리같은 초보자가 일을 해서 이익을 남길 수 있겠냐고? 우리 인건비라도 남길 수 있을까? 괜히 반년도 못가서 부도내는거 아냐?

 

C_ 단가도 단가지만 열심히 일해놓고 수금이 안되면 어떻게 되는거지? 안전장치는 해 놓아야지. 노임지급각서나 보증서 그런 것들이 있지는 않을까?

 

D_ 됐네 이사람아! ‘모든 리스크는 업자가 진다몰라? 건설회사와 노무자 사이에 낀 업자가 모든 책임을 지는거야. 재하청 업자도 마찬가지 신세고.

 

C_ 노임을 어음으로 주는데도 있다는데, 그거 할인은 어디서 하는거야?

 

D_ 우리같이 신용없는 사람은 은행에서 안해 줄 것이고, 주변에 아는 사람들에게 맡기고 돈으로 빌려야지. 그나마 노임인 경우에는 노동청에 가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되나봐

 

C_ 조경 벤처회사라… IT쪽이면 정부 지원금이라도 조금 나올텐데, 조경공사업은 맨땅에 헤딩하는 셈이네? 올해같이 건설경기가 죽어있으면 시작할 엄두도 못내겠다. 우울한 청춘이네

 

D_ 우리같이 백 그라운드 없는 처지에 어쩌겠냐? 비빌 언덕이 없으면 만들면 되지. 부모님 도움 안받고 한번 부딪쳐 보자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둘 중 하나지 뭐.

 

C_ 그래 해보지 않은 길이라고 움츠리지 말자



 

조경의 미래

 

E_ 내년이 근대 조경이 도입된지 40주년 되는 해라는데?

 

F_ 30주년이 엊그제 같은데, 그땐 세종문화회관에서 성대하게 행사했었지 아마?

 

E_ 2012년도에는 일이 많아져서 분위기가 좋아져야 할텐데. 그래도 올해보다는 나아지겠지? 선거도 있고, 정권교체기에는 경기부양책으로 개발이나 공사가 적지않게 생기곤 하잖아?

 

F_ 그것도 장담 못하지. 이젠 복지가 대세라 국가예산이 그쪽으로 빨려들어가면 건설부문에는 지금 하고있는 공사 마무리만 겨우 할 정도로 찔끔거릴것 같아.

 

E_ 당장 서울시장이 보편적 복지주의자로 바뀌었으니. 오시장 때가 그나마 봄날이었네.

 

F_ 4대강 후속으로 나오는 지방하천 살리기에는 예산 배정이 상당히 될 것 같던데?

 

E_ 거기도 토목 사람들이 다 하는거지. 이미 4대강 때도 그랬잖아? 토목에서 이익 다 가져가고, 조경업체는 초화류 심는 거 하도급으로 수행했다가 공사 늦어지고 물량도 줄고, 모래땅에 심어서 거의 다 죽게되고이번 여름 수해 때 기성받은 물량이 다 떠내려갔는데, 자연재해 처리를 안해줘서 내 돈으로 다시 심고. 올해처럼 괴로운 적이 없었네

 

F_ 지금은 강남에 빌딩 몇 채씩 가지고 있는 큰 엔지니어링 회사도 직원 봉급을 제때 못준다고 하던데? 건설업 자체가 사양화 된 것 같어. 한때는 GNP 18%까지 차지했는데

 

E_ 그러니까 거품이 낀거지. 선진국은 8%선이라네. 지진이 많은 일본도 14% 아래고. 우리야 주택경기가 죽으면 백약이 무효지. 부동산 경기부침에 우리 조경도 운명을 같이 한다고 봐야지. 솔직히 아파트 조경공사 물량이 50%를 넘어가자, 앞뒤 안가리고 다들 조경분야에 투자하고 창업하다보니, 부동산 가격이 빠지고 미분양이 시작되니까, 다들 혼란스러워진거지.

 

F_ 조경기본법 제정은 잘 되고 있는 건가?

 

E_ 의원입법으로 발의되어 상임위에 상정되었는데, 어느 국회의원 한 명이 반대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던데?

 

F_ 산림청처럼 전광석화로 해치워야 하는건데그쪽에서 산림사업법인 제도 만들때도 우리 조경쪽에선 아무도 몰랐었잖아? 이번에도 도시숲을 산림청이 하겠다고 개정안 냈다고 하는데?

 

E_ 산림청은 역사가 오래되어서 법률 제정에도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는 것이고, 조림이나 육림, 숲가꾸기는 정부로부터 예산을 가져오는데 한계가 있으니까, 나무 전문가라는 명분으로 이젠 도시까지 내려오려고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

 

F_ 하긴 산림청 예산으로 도시숲 예산을 지원하고, 여기에 더하여 도시숲 조성공사, 즉 지금 조경분야가 이미 하고 있는 도시 속 공원녹지 사업을 산림청 면허로 발주하라는 거지?

 

E_ 다들 자기 자식들 먹고 살게 해주는데, 도대체 조경은 누가 키워주나?

 

F_ 그러니까 조경기본법 만들자는 거야. 국가직공무원에도 조경직공무원 뽑고.

 

E_ 조경에서 해도 될만한 생태복원, 광산복구, 경관시설사업도 아직 불투명하고

 

F_ 40주년 기념으로 조경이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는 법률 하나 생기면 좋겠다.

 

E_ 그래. 현실을 직시하고 다함께 헤쳐 나가다 보면 언젠가 앞날이 밝아지겠지? ()

 



 

현재 조경분야는 앞서 홍태식 소장의 글처럼 도시숲 법률안 제정 등과 같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조경인들은 이들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모르고 있거나, 간과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의 본질은 참여와 공유에 근거한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그렇기 때문에 홍태식 소장이 진솔하게 풀어놓고 있는 조경의 길은 의미 있는 참여일 수 밖에 없다.

 

지난 조경의 길을 묻다는 제1회라는 특수성 때문에, 학문, 산업, 공공부문 등의 주제를 다소 포괄적으로 다루었다. 향후 라펜트가 진행할 2회 조경의 길을 묻다는 홍태식 소장과 많은 예비조경인의 바람처럼 사실적으로 깊이있는 주제를 다루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을 잡아나가는 데에는 조경인들의 의견제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현재 라펜트는 조경의 길을 묻다에 참여했던 예비조경인을 중심으로 학문과 실무의 괴리, 조경설계 사무소, 대기업 취업 등을 주제로 토론방을 개설해 조경인들의 의견을 구하고 있다.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소통의 벽은 허물기 어렵다. 보다 활발한 전 조경인의 의견제시와 실행이 필요한 시기이다.

 

한편 라펜트는 이메일(lafent@naver.com), 페이스북(www.facebook.com/lafent), 그리고 토론방 등을 통해 조경인들의 제보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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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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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20n@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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