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학에서 발견한 ‘조경의 길’ [2]

[인터뷰]김원현 박사(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대학)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2-03-13


△란코펠 주거단지

독일의 유학생활을 소개하였던 어제에 이어서 오늘(13일)은 김원현 박사에게 그곳에서의 연구활동을 중심으로 질문을 던졌다.

독일에서 어떠한 연구를 주로 진행했는지?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은 지구온난화에 대비한 그린시티 (Green City) 만들기에 있습니다.

 

특히, 독일 같은 경우 이에 대한 대책이나 기술들이 상당히 앞서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에 발맞춰 저와 지도교수인 피치 교수님 (Prof. Dr. Jürgen Pietsch)은 기본적인 그린시티 개념에 대한 발전적 개념이자 차세대 개념인 스마트그린시티 (Smart Green City)의 개념 정립을 실시하였습니다.

 

여기서 스마트는인공지능자생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요, 기존의 그린시티가 기술적 도움을 통해 완성해가는 부분을 목적으로 두고 있었다면, 스마트그린시티는 기존 자연생태계의 역할분배와 탄력적 운영을 통해 궁극적인 자생가능한 인공지능형 그린시티로의 발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이론은 현재 국내에 제기되고 있는 IT U-City 중심의 에너지운영전략과 함께 도시생태계를 포함하는 통합적인 도시건설계획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여기서 저는 빗물의 운영이 스마트그린시티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발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제안을 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피치교수님과 함께 두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는데요, 첫째는 4thNature 프로젝트입니다. 이것은 스마트 그린시티 (Smart Green City) 건설을 위해 4thNature 라는 이름의 최소단위 연구동을 운영하여 도시 내 자연공간과 자원의 효율적 운영을 제안하는 프로젝트로 궁극적으로 자생적 자원운영을 목표로 진행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Cultivation of Urban Resource Fields (CURF)로서 번역을 하면도시자원의 효과적 운영입니다. 이것은 지속가능한 도시자원운영을 구현하기 위한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로, 인공지능형 수자원 및 생태 에너지운영 및 생산적 도시문화경관의 구축을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독일과 한국의 사례조사를 통해 이루어졌고, 이 두 개 연구를 통해 학위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은 '생태' '환경'부문의 선진 국가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지화 되어 있다. 한국적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독일의 학문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론적 가치를 높게 두는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이나 일본, 한국과 같이 직접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실용학문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조금 더 이론집중적이고 관념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런 노력들이 상대적으로 진보된 형태의 명제를 제시해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독일의 연구는 따라서 기존의 생태도시, 저에너지도시, 태양에너지도시 및 빗물이용도시 등의 실험적 전략에서 벗어나 통합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경관의 개념을 뛰어넘는 문화조경(경관) (독어로는 Kulturlandschaft)의 개념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환경과조경 2008 9월호한국조경문화 정립에 대한 제언참조)

 

여기에서 요구하는 문화조경이라는 것은 단순히 문화가 가지는 특성이 아닌 과거의 흐름과 현재의 모습, 그리고 미래의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을 가진 연구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문화조경은 그린시티를 조성하는데 있어 대상지역의 역사와 환경, 자연 및 생태환경이 요구하는 바를 수용하면서도 이들의 어우러짐을 최적화하는데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 개념은 생태도시 건설의 발전적 개념인 그린시티건설에 있어 차세대 이론으로 각광받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도교수님께 사사했던 이론 중에 가장 매력을 느꼈던 것이모자이크순환이론 (Mosaik-Zyklus-Konzept)”이었습니다. 이것은 사실 산림생태계에서 나온 이론인데, 같은 산림 내에 있다 하더라도 임상은 국소적인 자연 및 생태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데 착안한 이론입니다.

 

결국 모자이크형태로 보여지게 되는 임상을 해치지 않으면서 자생적 생태순환시스템(천이과정)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바로모자이크순환시스템"입니다.

 

이것이 도시 및 조경계획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은데요. , 각 도시 혹은 조경대상지에 있어 개발이나 생태성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여기에 적응할 수 있는 탄력적 생태시스템을 갖추도록 유도하여야 한다는 이론입니다.

 

과거 생태도시나 생태공원 만들기에서 보여준 단편적 계획, 관리 전략에서 진일보한 형태의 개념이라 하겠습니다.

 

한국의 천편일률적인 도심재개발 및 도시재생전략에 있어 이 개념이 도입이 된다면 국내 조경이 좀 더 관심을 받으면서도 도시생태계에 부하를 주지 않는 전문분야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 봅니다.



피치 교수(Prof. Dr. Jürgen Pietsch)
상단 좌측부터 광저우 주거단지 개발지역, 광저우 중산대학교 

 

앞으로 계획하는 일은?

일단은 한국에 관심이 많으신 Jürgen Pietsch 지도교수님과 국내에서 최대한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대학과 연계해서 4thNature 연구동 건립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 기존의 연구기관 및 대학과 맺은 MOU를 통해 다양한 연구프로젝트를 실시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스마트그린시티 개념을 알리기 위해 다수의 컨퍼런스와 연구세미나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물론 학교에서 강의를 통해 독일에서 습득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론들을 소개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습니다.

 

조경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요즘 다양한 분야에서 조경계를 위협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조경이 토탈학문인지라 각 영역에서 어쩔 수 없이 부딪힐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조경가가 가지고 있는 분명한 역할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산림자원학과 교수님을 뵐 기회가 있었는데 산림청이 돈이 없어 도시림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여쭤봤었습니다.

 

“숲이 먼저입니까? 녹지가 먼저입니까?”

 

당시 교수님께선 유연하신 대답으로 웃고 넘기셨지만 제가 묻고 싶은 질문은 이거였습니다.

 

숲이라면 산림에 속할 것이고, 녹지라면 국토에 속할 것인데, 그렇다면 녹지라는 것은 조경가가 맡아야할 임무이자 책임 아니겠냐고 말입니다.

 

숲이란 엄밀히 따지면 국토 전체 녹지계획의 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토 녹지 및 환경, 경관계획에 있어 조경가의 조언을 얻고, 그 이후이라는 공간을 설계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상대방의 견제에 단순히 똑같은 논리로 대응하는 것이 아닌 토탈학문의 역할에 맞는 시야와 관점으로 현재의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분야든 그리고 어떤 단체든 그네들의 세력을 넓히고 키우는 것은 당연한 목적입니다.

 

하여, 우리는 여기에 동요하지 말고 우리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 어디에 우리가 설자리가 있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느 누구에게든 우선적으로 이것을 분명히 주지시켜야 우리의 임무를 설득력있게 완수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미래의 도시는 조경가의 역할이 더욱 증대되고 그 중요성 또한 높아짐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현재 봉착한 어려움에 굴하지 마시고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조경가의 중대한 역할에 여러분들의 꿈을 그 유명한 무소의 뿔처럼 단단히 그리고 굳건히 가지시고 각자 맡은 임무에 충실하셨으면 하는 바람 간절히 드려봅니다.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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