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피랑 이야기’ 철거위기를 공동체로 극복

드라마 착한남자 촬영지, 단일화 토론 언급 ‘핫플레이스’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2-11-23

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통영항의 강구안과 조그만 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 동피랑.

 

최근 이 곳이 많은 사람의 입에서 회자되고 있다인기리에 종영된 KBS드라마 착한남자의 엔딩신 촬영장소로, 또 지난 22일 대선 단일화 TV토론에선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동피랑을 언급하였기 때문이다.

 

전자는 평온한 일상의 풍경 속 동피랑의 특징이 부각되었고, 후자에서는 공동체 복원의 모범사례로 거론되기도 했다. 아름다운 해안마을, 동피랑의 숨은 매력 속으로 떠나보자. –편집자주-


동피랑에서 촬영된 드라마 착한남자(사진:KBS) 

동피랑?

‘동쪽에 있는 벼랑이라는 뜻을 가진 동피랑은 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통영항의 강구안과 조그만 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으로, 경상도의 억센 억양 덕분에벼랑피랑으로 변해 고유명사로 굳어졌다.

 

소라고둥 속 같은 길을 따라 1960~1970년대 시멘트 블록으로 지어진 낡고 쓰러질 듯한 집들이 모여있는 이곳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이 벼랑 앞의 통영항과 중앙시장에서 인부로 일하던 집 없는 외지 하층민들이 기거하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철거위기, 골목문화와 벽화로 극복

원래 동피랑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통제영의 동포루가 있던 곳으로, 당초 통영시에서는 동포루를 복원하고 주변에 관광자원을 만들겠다며 마을을 모두 철거할 계획이었다. 한 순간에 동피랑 원주민들의 삶의 애환이 가득 담긴 터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

 

그러나 통영의 지방의제 추진기구인푸른통영21’의 생각은 달랐다.“달동네도 가꾸면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기치를 내걸며 이 지역을 일괄 철거하기 보다는 공공미술을 통해 지역의 역사와 서민들의 삶이 녹아있는 독특한 골목 문화로 재조명하자는 의견을 들고 나섰다.

 

우선 통영 토박이들에게 조차 생소해진 동피랑을 알리기 위해 통영의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백일장과 사생대회를 열고 당선작들을 지역 언론에 게재하여 사업 알리기에 힘썼다. 그런 다음 제1회 전국 골목그림 공모전을 열어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다. 그러자 전국의 미대생과 일반인 등 동피랑 살리기의 뜻에 공감한 총 19개팀, 36명의 참가자가 모이게 되었고, 골목길 담벼락을 따라 통영을 상징하는 그림을 그려 넣었다.

 

벽화가 완성된 날에는 지역 내 학생들이 참가해 골목음악회를 열었고 마을주민들은 이에 화답하여 흥겨운 노래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이렇게 시작된 벽화그림의 효과는 대성공. 허름한 집들은 어느새 누추함을 벗고 형형색색의 벽화로 변신하였다. 인터넷 블로그와 신문과 방송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한갓 바닷가의 달동네에 지나지 않던 동피랑은 평일에만 수십명, 주말에는 300~400명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통영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태어났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통영시는 동피랑 전면 철거계획을 철회하고 마을 보존을 결정했다. 대신 동포루 복원에 필요한 마을 꼭대기의 세 채만 없애기로 한 것. 재개발이 계획됐던 곳이 벽화로 큰 반향을 일으키자 보호론이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동피랑은 지역의 시민단체(푸른통영21)와 행정(통영시, 행정안전부), 교육계(충무중학교, 인평초등학교, 통영교육청), 지역내 자생문화 지킴이인드리머팀’, 마을주민자치위원회가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함께 만들어낸 협력과 소통의 결과물로서 공공미술 사업에 있어서 민관협치의 가능성과 중요성을 동시에 보여준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2008 민관포럼 최우수상(행정안전부 장관상) 2008 전국 마을만들기 대회 우수상 등을 수상하였다.


 

몰리는 관광객, 주민사생활 침해 과제

하지만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를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주민들의 사생활이 침해받고 있는 것은 여전히 극복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실제로 참다못한 주민의 거센 항의로 벽화가 지워진 경우도 있었다. 또한 벽화 자체가 영구적이지 못하다는 점도 해결과제이다. 외부공간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시간이 흐르면 더러워질 수밖에 없는데다 낡은 벽화로는 계속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통영시와 푸른통영21이 벽화 공모전을 개최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2년을 주기로 그림을 전면 교체하여 마을의 환경을 개선하고 지속적인 볼거리를 제공하여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한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함이다.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벽화를 통해 다시 태어난 동피랑, 앞으로도 그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간직하길 기대해본다.





: 손석범 기자

사진: 손석범, 박소현 기자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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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_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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