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수]선녀가 좋아한 ‘구상나무’

조경수 이야기_1회
라펜트l이선아 박사l기사입력2013-01-29

검은구상(Abies koreana for. nigrocarpa)

 

2007 12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전국의 국립공원을 대표할 동·식물 36종을 깃대종으로 선정하였다.

 

깃대종이란 특정지역의 생태적,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상징적인 야생동식물을 가리키며, 이들의 보전이 전체 생태계의 건강성을 대변하는 의미를 지닌다.

 

그 중 식물로는 지리산의 히어리, 설악산의 눈잣나무, 속리산의 망개나무, 내장산의 진노랑상사화, 가야산의 가야산 은분취, 오대산의 노랑무늬붓꽃, 주왕산의 둥근잎 꿩의비름, 태안해안의 매화마름, 다도해해상의 풍란, 치악산의 금강초롱꽃, 월악산의 솔나리, 북한산의 산개나리, 소백산의 모데미풀, 월출산의 끈끈이주적, 변산반도의 변산바람꽃, 그리고 덕유산의 구상나무가 선정되었다.

 

깃대종으로도 선정된 구상나무는 세계에서 우리 땅에서만 자라는 우리나라의 특산식물로서 학명인 Abies koreana Wilson’에서도 그리고‘한국 전나무라는 뜻을 가진 영명(Korean Fir)에서도 모두 한국이 유일한 고향임이 잘 나타나 있다.

 

구상나무는 1907년 제주도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포리(Faurie) 신부가 한라산에 올라가서 채집할 당시까지만 해도 분비나무로 알려져 있었다. 그 후 1915년 하버드대 교수인 윌슨(Wilson) 박사가 한라산을 답사한 후, 분비나무는 솔방울의 비늘 끝이 곧으나, 구상나무는 갈고리처럼 뒤로 휘어진다는 차이를 발견함으로써 구상나무가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구상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며 주로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오대산, 무등산 등 해발 500m에서부터 2,000m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상록침엽교목으로 다 자라면 그 키가 20m에 가깝고, 가지와 잎이 만드는 수관폭도 8m에 이른다. 구상나무의 수형은 초기에는 원추형이나 고목이 되면 원정형으로 변화한다.

 

잎은 바늘모양의 선형으로서 잎의 끝 모양이 뾰족한 다른 침엽수와는 달리 요두(凹頭)로서 젓나무와도 다른 특이한 모습으로 부드럽다. 잎의 표면은 짙은 녹색이나 뒷면은 분이 묻어날 듯한 백색으로 신비스럽다.

 

그리고 더욱 아름다운 것은 열매로서 빛깔이 푸른것을 푸른 구상(for. chlorocarpa), 검은 것을 검은 구상(for. nigrocarpa), 붉은 것을 붉은 구상(for.rubrocarpa)으로 구분한다. 구상나무의 열매는 하늘을 향해 달리며, 열매가 떨어질 때에는 산산조각이 된다.

 

마치 세상을 하직하고 난 후의 일에는 더 이상 미련을 가지지 않는 느낌을 주는 나무로 구상나무에 얽힌 신화가 있다.

 


(좌)구상나무의 수형
(우측 상단)구상나무의 잎
(우측 하단)구상나무의 잎 뒷면

 

한라산 산정에는 백록담이란 분화구가 있다. 분화구에 담긴 물이 못을 만든 것이다. 예전부터 이 백록담 부근에는 아름다운 선녀들이 살고 있었다. 구름보다 더 부드럽고 흰 치마를 벗어 구상나무의 가지에 걸어놓고 백록담의 깨끗한 물에 몸을 씻었다. 선녀의 옷이 그 가지에 걸릴 때마다 구상나무는 큰 즐거움에 젖었고, 그 나무 아래에서 선녀들이 주고받은 대화에서 높고 기품있는 교양을 몸에 붙일 수 있었다. 하늘나라의 아름다운 선녀들과 오래 사귀어온 구상나무는 하계의 잡스러운 나무들과 다름이 있다고 스스로 느꼈다.

한라산 백록담과 선녀와 흰 사슴, 나무꾼 이야기가 나오면 꼭 구상나무가 등장한다. 선녀가 벗은 옷가지, 사슴, 나무꾼, 백록담 신화와 함께 신화의 나무로 숭앙을 받아왔다. 숲 자체가 기품이 있고 신비스럽기 때문이다.

 


(좌)구상나무 열매

(우측 상단)푸른구상 (Abies koreana for. chlorocarpa)
(우측 하단)붉은구상(Abies koreana for. rubrocarpa)

 

그러나 국립산림과학원 조사에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한라산 구상나무림의 유전자가 소실위기에 처해 있어 특단의 보존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 같은 원인으로 지속적인 지구 온난화에 따라 호냉성(好冷性) 수종인 구상나무가 생육 가능지인 고산지대로 밀려 개체가 줄어들고 고립화 현상에 따른 근친교배 및 종자의 부적합한 발아환경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 문명의 발달과 산업화로 짧은 시간에 나타나는 생물환경권의 변화 및 인간의 간섭으로 과거 오랜 세월을 통해 나타나는 진화과정보다 유전자의 소멸에 더 강하게 작용하는 등 복합적 영향으로 추정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앞으로 특별한 보존대책을 세우지 않을 경우 유전자 소멸과 함께 최악의 경우 한라산 집단의 구상나무림의 소멸 가능성도 제기됐다.

 

구상나무는 우리의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자라는 곳이 제한되었던 까닭에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지낸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원수, 조경수로서 이용이 점차 늘고 있으며, 재목은 건축·기구·토목·펄프재로도 이용된다. 또한 외국에서도 육종된 Abies koreana‘Silberlocke’는 잎이 짧고 왜성품종이다. 구상나무는 1997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기념식수를 할 만큼 수형이 단정하고 아름다워 크리스마스 장식용 트리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연재필자 _ 이선아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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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una75@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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