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조경의 달라진 위상, 그 비결은?(上)

중국-미국 조경가 화상대담
라펜트l강진솔 기자l기사입력2013-03-05

중국과 미국의 조경학과 교수들이 양국의 문화적 변화와 중국 내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조경의 위상에 대한 토론을 가졌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 정부는 조경교육이 필요치 않다는 생각에 대부분의 조경학과를 폐지했다. 그러나 오늘날 조경산업은 세계적으로 성장해 가고 있으며, 특히 중국에서 조경가로 산다는 것은 높은 임금을 받는 직종에 종사한다는 것과 같다.

 

때문에 중국학생들은 조경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의 대학으로 유학을 떠난다또한 중국내에서도 조경은 인기과목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10년도 채 안된 사이에 약 200개가 넘는 중국 대학들이 조경학과를 설립하고 있다.

 

중국 청화대학교 조경학과 프로그램은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의 Laurie Olin(FASLA)을 주도로 한 미국 조경가들의 도움으로 설립되었다. 버지니아 공대의 Patrick Miller(FASLA) 교수도 퉁지대학교 조경학과의 명예교수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의 조경학과는 위와같은 변화 노력과 열망에도 불구하고 조경교육을 인증하기 위한 시스템이 없다. 많은 중국 대학교의 조경학과 프로그램들은 교육과 실전 사이의 강한 연계성을 갖고 매우 다양하지만, 표준화된 미국의 프로그램과는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배경 속에 지난 2012 12, 미국과 중국 내 대학 강단에 서고 있는 8명의 교수가 한 자리에 모였다. 중국과 미국에서 발생하는 문화의 변화와 함께 교육자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 등을 논의해 보았다.

 

모든 대화는 온라인 대화가 가능한 Skype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아래 대화는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요약되었음을 밝힌다.

 

토론 패널

 

Kongjian Yu 북경대 조경학과 교수

: 공지안 유 교수는 북경대학교 조경학과를 설립했으며, 현재 학장임과 동시에 Turenscape 조경회사의 대표이다. 하버드 GSD(Graduate School of Design)의 초빙교수를 역임하였다.

 

Jie Hu 청화대 교수

: 북경 올림픽 산림공원의 디자인으로 유명한 the Research Center for Landscape Architecture Planning at the Beijing Tsinghua Tongheng Planning and Design Institute의 이사를 맡고 있다.

 

Binyi Liu 상하이 퉁지대 교수

: 상하이 퉁지대 조경학과장으로 버지니아 공대에서도 강의를 하고 있다. Binyi Liu는 최근 중국고등교육위원회의 교육지도위원회 조경분과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

 

Zhifang Wang 북경대 부교수

: 지난 4년간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조교수로 지냈다.

 

Fredrick R. Steiner 텍사스대 교수

: 텍사스 대학교의 학장, 청화대 객원교수를 지냈으며 북경대학교에서 고문직을 맡고 있다.

 

Ron Henderson 펜실베니아대 조경학과 학과장

: 청화대학교에서 6년간 조경학과 부교수를 지냈으며, 미국으로 돌아와 2011년부터 펜실베니아대학교 조경학과 학과장으로 지내고 있다.

 

Jeff Hou 워싱턴대 교수

: 워싱턴대학교 조경학과 학과장으로 중국 쓰촨성 지진복원에 중점을 둔 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다.

 

Chuo Li 미시시피주립대 조교수

: 미시시피주립대학교의 조교수로 중국 푸켄지역에서 자랐으며, 중국에서 수학한 뒤 미국에서 석사를 밟았다.

 


 

Frederick Steiner : 내 기억엔 2000년 당시 중국에는 조경학과 커리큘럼이 북경임업대학에만 있었다. 그런데 2년 전 중국 내 조경학과 수를 집계해 본 결과 184개로 증가해 있었다.

 

그에 반해 미국의 경우, 1900년 하버드대학교에 처음 조경학과과 설립되었고 마지막으로 집계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최근까지 약 70여개의 커리큘럼이 미국대학 내에 있었다. 결국 중국은 지난 12년간 조경분야에 있어 놀라운 성장을 해온 것이다.

 

Binyi Liu : 갑작스러운 성장은 아니다. 변혁기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1996년이다. 그때는 중국 정부가 많은 학부를 없앴던 시기였으며 조경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전에 이미 몇몇 학교에 조경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1952년에는 청화대, 북경임업대, 퉁지대 3개 학교에 조경과목이 있었다. 1996년 이전에 이미 60개의 조경학과 프로그램이 중국에 있었으며, 1996년 이후 많은 커리큘럼이 사라졌다. 대부분의 조경학과 커리큘럼은 건축학부에 속해있었고 조경학부로는 퉁지대에만 남아있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학교들이 조경수업을 폐지하던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해가 바로 2011년이다. 2011, 중국의 국립학위이사회(China’s Office of the State Council Degree)에서 건축과 같은 최고위과정의 훈련을 조경분야에도 적용했다. 이후 많은 학교들이 조경학과를 다시 만들거나 혹은 새롭게 설립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교육시스템은 보통 1, 2, 3급으로 나뉘는데, 사실상 3급은 없다고 보면 된다. 1급 교육이 건축을, 2급은 건축과 관련된 건축사 정도로 보면 되는데, 도시계획도 여기에 포함된다. 1996년과 2011사이에 조경은 도시계획에 포함되어 있어, 사람들은 조경을 3급 정도의 교육으로 이해하였다.

 

하지만 2011년 이후 도시계획과 조경은 1급 교육이 되었으며, 건축과 동등하게 인식되고 있다. 놀라운 성장이며, 의심할 여지없이 커다란 발전을 이룩한 것이다.

 

Kongjian Yu : 조경커리큘럼이 성장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빨라진 도시화 속도이다. 1980년 이전, 중국 도시는 개발된 곳이 거의 없었다. 1960년대 이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지어진 건물도 거의 전무했다. 1980년대에 소수의 조경학과 프로그램만이 존재한 이유는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이후 1997년 조경프로그램이 사라지게 되었는데, 이것은 정부의 실수였다. 두 번째 이유로는 조경가가 고임금 직업이며 심지어 건축가보다 높은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조경가는 약 10년간 중국에서 가장 고임금을 받는 직업 10위안에 들어 있었다.

   

미국과 중국교육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어떻게 사이트에 접근하고 어떻게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방법론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지역사회로부터 해결책을 끌어내려 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상의하달식(top-down) 방법론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미국의 매력

 

Jost : Kongjian Jie Hu에 묻고 싶다. 1980년대 북경임업대학에서 조경을 공부하는 것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당시에 중국에서 어떤 종류의 조경교육을 받았나?

 

Yu : 기본적인 경관 가드닝 수업이었다. 전통정원과 공원디자인, 도시녹화에 한정해 배웠다.

 

Jost: Jie Hu, 당신도 동의하나?

 

Jie Hu : 그렇다. 1983년부터 1986년까지 석사과정을 북경임학대학에서 밟았으며, 주요 커리큘럼은 정원 규모의 디자인과 배식에 관련한 것들이었다. 전통정원 수업으로는 이론수업, 연구조사, 모델링 등이 있었다. 논문도 식재 분야에 있어 굉장히 한정된 연구만 나왔다.

 

북경임업대학에서 수학한 뒤 일리노이대학으로 진학했다. 그때 나는 훨씬 대규모 지역, 또는 도시규모의 생태적인 계획이나 조경계획을 접할 수 있었다. 과학적 생태분석, 지리적 분석, 그리고 기후분석까지 배웠다. 이는 여전히 중국 대학들이 놓치고 있는 커리큘럼이기도 하다.

 

Liu : 내가 나온 퉁지대학은 대규모의 생태계획을 10년 전에 시작했으며, 관광계획과 연계되어 시작되었다.

 

Chuo Li: 미국과 중국교육의 차이점에 대해 추가해 본다면, 가장 큰 차이는 어떻게 사이트에 접근하고 어떻게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방법론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지역사회로부터 해결책을 끌어내려 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상의하달식(top-down) 방법론에 더 가까운 것 같다.

 

1999년에 학사학위를 받을 당시, 중국에는 조경커리큘럼이 많지는 않았지만 건축이나 지역계획은 많이 이루어졌다. 당시 사이트 계획을 하면서 우리들은 대상지를 방문하지 않았으며 대상지에 대한 조사나 분석 혹은 대회나 토론도 거의 없었다.

 

Zhifang Wang: Chuo의 말은 사실이다. 개인적 경험에 의하면 조경분야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에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모든 계획은 상의하달방식의 과정을 통해 결정되었고 때문에 공공에 대해 고려할 만한 선택사항이 적었다. 두 번째로 중국은 정말 빠른 도시화를 겪고 있다. 결정되는 과정 또한 매우 빠를 수 밖에 없다. 생각할 시간, 공공의 의견을 담아낼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도 관계가 있다고 본다.

 

Liu : 긍정정인 면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중국에서도 점차 계획과 디자인의 과정에서 공공의 의사를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 주 또는 한 달 동안 대중에게 계획안을 제안한 뒤 대중의 의사를 듣고 제안을 수정하는 단계가 있다.

 

Ron Henderson: 북경의 공공공간 사용에 관한캐롤라인 첸의 연구를 보면 정부에 의해 조성된 공공공간과 지역사회의 요구로 조성된 공공공간 사이의 관계를 볼 수 있다.

 

선례는 잔디와 나무로 만들어진 공원은 부채춤 및 풍선춤과 같은 지역문화를 담지 못한다. 이런 행사들은 오히려 고가도로 아래에서 더 많이 열린다. 결국 공공공간에 대한 욕구를 지속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Jeff Hou : 우리 대학에는 중국학생들이 많으며, 그들이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Hu : 중국의 교육과정은 지역사회의 참여와 사용자의 인터뷰 등을 그다지 장려하지는 않는다. 실무에서도 리더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디자인팀이나 리더는 사용자, 공공,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적극 독려한다. 때로는 지역사회 구성원을 대상으로 우리의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위해서 지역사회 회의를 개최한다. 어떤 팀은 정반대이다. 전문가들의 입장만을 듣는 경우가 많은데 그 프로젝트는 시간도 서두르며 제한된 예산으로 진행된다. 그러다보니 디자이너와 사용자간 소통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Jost : 어떤 이유로 미국 대학원에 유학을 간다고 생각하나?

 

Li : 중국에서는 스케치 실력이나 컴퓨터 다루는 기술에만 중점을 두었다. 미국에 와서 공부한 이유는 아마도 다른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나는 위스콘신대학과 일리노이 대학에서 많은 교육을 받았고, 사회적, 문화적 측면이 전반적인 조경연구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Hu : 은사이신 Xiaoxiang Sun 교수가 세계 여행을 하고, 몇몇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이후 나에게 미국에 갈 것을 권유했는데 그 당시 미국교육은 더 합리적이고, 과학적이고 기능중심적이었다고 볼 수 있었다. 중국에서 나는 시각적, 시적, 감성적인 부분에 더 치우쳐 공부했다. 어느 한 쪽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양쪽 모두를 존중해야 하며,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Yu : 앞서 말했듯이, 북경임업대학은 교육과정이 거의 가드닝이었다. 1980년대 중반, 나는 원서인 이안 맥하그의 책을 처음 접했다. Landscape and Urban Planning, Landscape Journal과 같은 잡지도 마찬가지였다.

 

그 책들에 담긴 것은 지금까지와 다른 넓은 규모의 프로젝트였다. 그 당시 조경가 Carl Steinitz가 중국에 머물렀고, 나는 그의 강의와 여행에서 통역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것이 생태적 계획을 이해하게 되는 기회가 되었고, 대규모 조경과 모더니즘을 알게 되는데 도움이 되었다. 현대적 디자인과 생태적인 아이디어는 강한 매력을 느끼게 했고 새로웠다. 이런 이유로 나는 하버드에서 박사과정을 밟게 되었다.

 

Henderson : Yu Hu Jie, Binyi Liu에 궁금한 점이 있다. 과거 교육을 받으러 미국에 오길 원했던 이유를 생각해 볼 때, 중국의 학생들은 왜 미국에 오고 싶어하나? 당신들과 같은 이유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

 

Yu : 내가 살던 시대에 미국으로 유학을 간 이유는 애국심 때문이었다. 중국의 상황을 변화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요즘 학생들은 잘 모르겠다. 아마 다양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Henderson : 베이징에 있던 시간동안 학생들의 우선순위가 변화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학생들은 개인의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나라에서, 조경이란 전문분야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커지고 있다.

 

Hou : 보태어 말하자면, 나는 중국학생들이 응용력을 발휘한 개개인의 보고서를 보고 놀라곤 한다. 불과 3년 전과 비교해도 그렇다. 과거 학생들 관심사는 주로 중국의 도시변화가 어떻게 얼마나 일어날지, 조경분야의 세계적 시각이 어떻게 형성될지, 조경이 주변환경복원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였지만, 요즘은 AECOM(세계적인 조경회사)에서 얼마나 일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만 있다.

 

Yu : 지금은 많은 해외기업들이 중국에서 성공하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더 많은 교육을 받으면 더 좋은 직장과 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Wang : 10년 전보다 비자 받기도 쉬워졌다. 10년 전만해도 학교의 지원이나 장학금을 못받으면 미국비자를 받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다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스스로 학비 등을 지원할 수 있다면 비자를 얻기 쉬워졌다.

 

Li : 돈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고 본다. 어떤 학생들은 단지 좋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서 일 수도 있다. 중국에 정말 좋은 직업을 가진 친구가 한 명 있는데 미국에서 석사교육을 받기를 원하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이다.

 

그는 박사학위를 수여한 후에 홍콩에서 정말 좋은 직업을 얻었지만 -사실 미국에서보다 훨씬 큰 돈을 벌고 있다.- 여전히 미국에서 직업을 갖길 원한다. 이유는 미국에 있는 기업들이 그에게 더 많은 기회(프로젝트 정도에 있어서)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계속)

번역 _ 강진솔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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