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 숨겨놓은 신의 비밀”

대한민국 조경박람회, 정정수 소장 특별강연
라펜트l신정우 통신원, 최지영 통신원l기사입력2013-04-27

지난 4 25, 2013 대한민국 조경박람회 전시장에서 정정수 소장(환경조경연구소)의 특별강연이 오후 2시부터 개최됐다.

 

정정수 소장은식물에 숨겨놓은 신의 비밀이라는 주제아래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근본을 찾고 그것을 바탕으로 조경을 해야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화가이자 조경가로서 그는 땅위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본인을 소개하며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다 모아놓아도 그것은 자연의 일부분 밖에 되지 않는다. 확실한 답은 자연 속에 있다.”며 자연 속에 숨겨놓은신의 비밀을 풀어놓았다.

 


쌀이 사람을 부리고 있다

 

“2년 동안 자연 속에 있다가 자연보호라는 말이 잘못된 것이라고 깨달았다.”는 정정수 소장은 자연은 사람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인간 스스로 자연을 보호하자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어찌 감히 자연을 보호하겠다고 하는 것인가? 이것은 서구의 인간중심 사고에서 나온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신대륙을발견한 것이 아니다. 그 대륙에 살고 있던 원주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객이 뒤바뀐 이러한 생각이자연보호라는 말까지 만들게 된 것이다.”

 

자연과 인간 관계에 대한 다음의 말을 통해 그의 생각을 더욱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사람이 농사지어서 쌀을 먹는 것이 아니라, 쌀이 사람을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으로 하여금 품종을 개발하게 하고, 농기계를 만들게 하여 인간이 살아있는 동안 영원히 쌀이 멸종하지 않을 상황을 만든 것이다. 인간중심으로 생각하지 않고 식물, 자연을 통해 생각하면 그 말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우리가 농사지어서 쌀을 먹는다는 생각에서 경외심을 가지는 마음으로 돌아서야 한다고 본다.”

 

신의 비밀, ‘자연의 신비로움은 알수록 깊다

 

정정수 소장은 씨앗을 예로들어 자연의 경의로움을 설명했다.

 

꽃씨를 따서 보관해놓고 다음해에 씨를 뿌리면 하나도 나오지 않는 경우를 볼 것이다. 그 이유는 씨앗이 겨울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꽃씨를 잘 보관하지 않고 외부나 냉장고에 보관하면 꽃씨가 겨울을 났다고 생각하고 발아하게 된다. 산수유는 2년 만에 발아한다. 이 산수유 씨앗을 냉장고에 한 달 넣었다가 다시 한 달 꺼내놨다가 다시 한 달을 냉장고에 넣었다가 그 다음해에 심으면 산수유 씨앗은 2년이 지난 줄 알고 발아한다. 1년밖에 안됐지만, 2년이 된 줄 아는 이 씨앗은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씨앗은 타임머신을 타고 온 줄 모른다. 씨앗이 가지고 있는 신비로움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자연의 신비를, 비밀을 숨겨 놓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자연에 대한 애정

 

한편으로 그는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꾸준히 애정을 가지고 관찰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과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사과 속의 씨앗은 셀 수 있다. 하지만 그 씨앗이 자라서 얼마만큼의 사과가 나올지는 상상할 수 없다. 그만큼 자연의 힘은 위대하고 대단하다. 그것을 인정하면서 살았을 때, 우리는 좀 더 자연과 가까이 하면서 내 것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정정수 소장은 인류의 미래는 인류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은 어떻게 대했느냐에 따라 자연이 인류에게 결정지어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것에 관심을 가지고 자연을 대해야 깊이 있는 조경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질의 응답

Q1. 정원에서 식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그 수많은 식물들을 적지적소에 식재하는 것을 어떻게 공부하고 깨달았는지?

 

A1. 어떤 곳은 배추밭, 어떤 곳은 포도밭 이렇게 나누는 것이 아니라, 다 섞어서 심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식물들 스스로가 서로 서로를 관리하게 됩니다. 감히 저의 스승은 지리산이라고 이야기 드리고 싶습니다. 지리산이 저를 제자로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 속에서 배웠습니다. 책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배운 것으로, 1000종이 넘는 지피식물을 섞어 심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나무도 가능하면 전정을 하지 않고, 만지지 않는 상태에서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만듭니다.

 

Q2. 조경박람회를 찾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1.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도 많지만, 틈만 나면 자연을 찾아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교수님에게선 많은 지식을 배울 수 있지만, 자연에서는 깨달음을 얻을 것입니다. 산 너머에 연기가 나는 것은 개도 알고 있습니다. 지각으로 보면 연기만 보이지만, 시지각으로 봤을 땐 불도 보입니다. 눈으로 보는 것, 지식으로 보는 것, 그리고 그 위의 깨달음까지... 그것은 자연이 가르쳐 줄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책을 모아놓아도 그것은 자연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깨달음은 자연 속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의대에서 공부까지 한 그에게 사람들이졸업을 하고 강남에서 홍대 미대 나온 성형외과 의사라고 하면 대박이었을 텐데, 왜 그것을 그만두고 나왔느냐?”라고 묻는다고 한다. 그 질문에 그는순천만, 고도원의 아침편지 명상센터, 벽초지 수목원 같은 것을 성형했다고 하면 그 성형이 더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한다.

 

우리나라 예술조경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서양화가 정정수 소장의 이야기는 그의 홈페이지(www.chungjs.com)에서 더 들을 수 있으며, 현재 라펜트 '그림그리는 조경가' 연재를 통해 독자들과 만남을 갖고 있다.

 

_ 신정우 통신원  ·  순천대
다른기사 보기
lafent@naver.com
사진 _ 최지영 통신원  ·  계명대
다른기사 보기
lafent@naver.com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