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세계평화공원, 유라시아 생태띠로 해법찾자
김귀곤 서울대 명예교수, DMZ 국제심포지엄 기조연설
“DMZ 세계평화공원, 유라시아 생태띠에서 해법을 찾자”
김귀곤 명예교수(서울대, 코리아DMZ협의회 상임대표)는 지난 19일 개최된 DMZ국제심포지엄의 기조연설에서, DMZ세계평화공원의 큰 그림으로 “국가적, 지역적 조성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DMZ의 자산을 존중하여 ‘지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며, 현실적인 대안으로 ‘유라시아 생태띠’를 주창했다.
생태띠 잇기란 단절된 물긴, 산길, 들판길을 야생돌물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서식하도록 일정한 폭으로 그린벨트처럼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유라시아 생태띠 잇기 구상은 생태공간을 넓혀 유럽 생태축을 아시아 생태축으로 확대시키는 것으로, 시베리아, 중국대륙, DMZ 생태축과 한반도 백두대간을 연결하는 ‘슈퍼 생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현재 DMZ세계평화공원을 두고, 정부∙지자체의 제안은 민간 전문가와 견해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정부는 평화안보와 한반도 영토로서의 가치를 강조하며, ‘시설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민간 전문가는 생태다양성 보호지역으로서 국제적 기준에 따라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귀곤 교수는 군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아주 높은 차원의 남북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해 휴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변화된다면, 조성공원으로서 DMZ세계평화공원이 실현되겠지만, 현재로선 어렵다.”고 밝혔다. 따라서 생물다양성 NGO 등 국제기구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지정’이 현실성있는 대안이라고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DMZ가 생태다양성 측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국제적인 생물다양성 Hotspot에 지정되어 있지 않다. 김귀곤 교수는 “아직 DMZ의 생태계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하였기 때문에, 현재상황보다는 미래지향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며 접경생물권 보존구역으로서 DMZ의 가치를 강조했다.
김귀곤 교수는 ‘유라시아 생태띠’라는 큰 밑그림 아래, 첫 단추로 2014년 평창에서 개최될 ‘제12차 유엔생물다양성 당사국 총회’의 주요의제로 DMZ가 제안되어야 하며, 여기에 대해 유엔 생물다양성 사무국의 닐 프래트 국장도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닐 프래트 국장은 생물다양성기금을 관리하는 각종 재단과 국제 NGO의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김귀곤 교수는 내년 총회에서 유라시아 생태네트워크를 협의할 ‘유라시아 환경장관회의’ 소집을 제안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DMZ는 생태계의 보고로 높은 가치로 평가되기 때문에, 생태계에 바탕을 둔 평화공원으로 지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생물다양성 보전과 평화적 이용 공유의 원칙, 참여공유의 원칙, 핵심지역 공유의 원칙, 종합계획의 원칙’ 등 4대 지정원칙을 사전에 분명하게 정립할 것을 주문했다.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남북협력과제는 DMZ에서의 남북 생태조사를 위한 공식적인 모니터링 메커니즘의 합의로, 비과학적인 방법에 의존하여 수행되는 DMZ정책과 전략은 DMZ의 미래지속 가능성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DMZ국제심포지엄은 비무장지대(DMZ) 형성 60주년을 맞아 이 지역 생태계 가치의 중요성과 효율적 보전방안을 널리 알리기 위해 열린 ‘DMZ 60주년 생태환경대회’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미래 세대에 인류 공동의 자산을’이라는 슬로건 아래 개회식에는 네티즌 투표로 선정된 DMZ 일원의 대표적인 생물종 12종을 소개하고 이 가운데 전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두루미’를 DMZ 깃대종으로 선정하는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어 자연환경국민신탁이 주관하고 환경부가 후원하는 ‘DMZ 땅 한 평 저축하기’에 박경서 초대 인권대사 등 사회 저명인사들이 DMZ에 땅 한 평을 살 수 있는 기금을 기부하는 약정식을 갖는 자리가 개최되었다.
- 글·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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