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 일본수종 제거논란 "식물세계엔 국경이 없다"

여론이나 국민감정에 취해 식물에게 편견을 두는 것은 곤란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4-05-28

국립서울현충원 일본 수종 제거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만큼, 생명체에 대한 올바른 이해도 중요하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국립현충원 내 일본 나무를 제거하자는 내용의 청원 등을 통과시켰다.

 

국방위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문화재 제자리찾기 김영준 대표가 제출한 '국립현충원 일본 수종 제거에 관한 청원'을 채택했다.

 

청원서는 "국립서울현충원에 식재돼있는 왜향나무(가이즈카 향나무), 노무라 단풍 등 일본 수종들을 제거하고 우리 고유 수종을 중심으로 심어 국가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자"고 요구했다. 

 

라펜트에서도 18일자 조경뉴스를 통해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이후 라펜트 페이스북과 조경인 커뮤니티를 통해 국회의 결정이 ‘성급했다’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검토보고서와 조경전문가를 중심으로 논의되는 의견을 모아 정리해 본다.

 

"사적 정비시 외래수종은 가급적 제거"

국회는 2014년 3월 현재 전체 132,381주 중 14%인 18,644주가 일본이 원산지인 수종이라고 밝혔다.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1975년 국립서울현충원(당시 “국립묘지”)은 “종합조경 5개년 계획”을 수립·시행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당시 우리 사회에 조경 수목으로 널리 식재되던 가이즈까 향나무 등을 국립서울현충원에 식재하였다.

 




 

그 결과, 2014년 3월 14일 현재 국립서울현충원의 전체 교목 10,865주 중 가이즈까 향나무 등 11종 1,682주의 일본산 교목과 전체 관목 121,516주 중 영산홍 등 4종 16,962주의 일본산 관목이 식생하고 있다고 검토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게다가 문화재청예규(사전 종합정비계획의 수립 및 시행에 관한 지침 제10조제5호다목)는 ‘사적 정비시 외래수종은 가급적 제거하고 전통수종으로 정비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국가적 기념시설에는 국가를 상징하는 조경수를 식재하는 것이 보편적이라는 자문서도 보고됐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2일 제324회 제2차 국회본회의에서 김영준 대표의 청원을 가결해, 9일 정부에 이송하였다.

 

"식물세계엔 국경이 없다"

조경전문가들이 말하는 반론의 핵심은 ‘식물세계엔 국경이 없다’이다. 일본에 대한 정서가 나쁘더라도 식물에겐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리적으로 인접한 중국과 일본 등지의 많은 식물들이 우리나라에 살고 있다. 일본 수종으로 분류된 섬잣나무도 사실 울릉도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가이즈까 향나무의 부모인 향나무도 울릉도 통구미에서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다.

 

한 조경전문가는 “외국에서 품종이 개발되었다고 피까지 끊기는 것이 아니다. 식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생명으로 보아주길 바란다. 같은 논리라면 재일동포도 배척되어야 하는 것인가?”라며 여론이나 국민감정에 취해 식물에게 편견을 두는 것은 곤란하다고 전했다.
 
일본의 색채가 묻어나는 경관적 문제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사찰 주변에 심겨진 천년 넘은 (중국이 원산지인)은행나무도, 동북공정의 문제를 내세워 뽑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인간의 역사와 살아있는 생물을 결부하는 논리는 맞지 않으며, 긴 안목으로 신중하게 판단할 문제라고 전했다.

 

"아픈 역사도 역사다"

결국 감정에 의해 어떠한 결과를 유도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복궁 내 조선총독부를 한순간에 철거한 것도, 근대적 건축기술에 대한 가치까지 허물어 버렸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도 ‘일본식 조경’의 굴레는 아산현충사에도 씌워져 있다. 이것 역시 일본 수종이 문제라며 식물을 뽑자고 일부 단체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전통소나무에 대한 이식이 어려웠던 때였다. 그리고 지금은 국가간 문화의 공유가 보편화되는 시대이다. 근현대의 역사도 원형 그대로가 의미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는다.

 

미국인들이 2차대전을 치루면서도 워싱턴 D.C 포토맥강변에 일본을 상징하는 벚꽃을 베어내지 않고 수용하는 태도를 생각해 볼 때다.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ch_19@hanmail.net

네티즌 공감 (2)

의견쓰기
일리가 있는 글입니다. 적절히 잘 조정되기를 희망합니다. 식물에 국경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2014-05-28
소위 '조경전문가' 란 사람들이 앞뒤 분간을 못 가리는 듯 하여 안타깝다.
적지적수란 말이 있다. 굳이 생태적으로 치부하기 보다는 좀 더 크게, 장소성도 함께 생각할 수 있다.
'식물세계엔 국경이 없다'는 말은 공감한다. 하지만, 굳이 국가의 정체성이 반영된 특별한 공간에 굳이 일반 공원들과 비슷비슷한 수종들을 지킬 필요가 있을까.
아울러, 문화재 정비란 말 그대로 문화재이다. 최소한의 우리나라의 정체성이 반영된 역사공원이기도 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포토맥강변과의 사적지 조경에 있는 외래수종의 개념과는 틀리다.
미국, 포토맥 강변의 벚나무는 1912년 도쿄시장 유키오 오자키가 미국과의 친선 도모를 위해 기증한 벚나무 3천 그루로 강변의 경관을 이룬 것으로 미-일의 상징성이 있는 공간이다.
어찌 이와 현충원을 비교하겠는가.
2014-05-28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