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10년, 공공공간의 새 패러다임 제시

청계천 복원 10주년, 의미 되짚어보기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5-10-01

청계천 복원 전후 ⓒ서울시

2005년 10월 1일. 고가도로 밑에 가려있던 청계천이 속살을 드러냈다. 2003년 첫 삽을 뜨고 2005년 9월 완공됐다. 복원공사 이후 청계천은 한국을 대표하는 공공공간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해외에서도 청계천 복원사례는 큰 반향을 몰고왔다. 2009년 7월 16일자 뉴욕타임즈는 청계천을 “눅눅한 칼집에서 해방됐다.”고 말하며, “포장을 벗기고, 강과 개울에 햇빛을 비추는, 전 세계 도시의 환경적 효과를 확대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했다.

2010년 전 세계 도시디자인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인 하버드대 ‘Veronica Rudge Green Prize’를 수상했으며, 2011년 미국조경가협회(ASLA)가 발표한 ‘지속가능한 조경(Sustainable Landscapes)’의 대표 사례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1년 하버드대는 청계천 복원사업 서적을 출간, 경영대학원 디자인스쿨의 정식 수업 교재로 채택 했다.

2015년 10월 1일. 청계천 복원 10주년을 맞는 날이다. 그러나 청계천을 조성한 조경분야는 대부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1966년 이안 맥하그를 주축으로 설립된 ‘조경재단(Landscape Architecture Foundation, LAF)’이 소개하고 있는 복원사례를 통해 청계천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개념 사이트 계획 ⓒ서울시

2003년 서울은 개발지향적인 도시경관에서 사람들의 삶의 질과 생태계의 중요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중요한 과정에 있었다. 청계천 복원은 천을 덮고 있던 높은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서울의 중심을 흐는 역사적인 청계천 5.84㎞를 드러냄으로써 생태공간과 레크리에이션의 기회를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IMF 이후 몇 년간 시들어가던 서울의 경제성장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촉매라는 것을 입증했다.

청계천 복원은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엄청난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환경적 효과
2003년 청계천 복원사업 이전에 비해 생물다양성이 639%나 증가했다. 2008년까지 식물종이 62종에서 308종까지 증가했고, 어류는 4종에서 25종, 조류는 6종에서 36종, 수생무척추동물은 5종에서 53종, 곤충은 15종에서 192종, 포유류는 2종에서 4종, 양서류는 4종에서 8종까지 증가했다.

또한 청계천은 앞으로 200년까지 118㎜/hr의 유량을 유지해 홍수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주변지역(4~7블록 이격거리)보다 3.3도에서 5.9도만큼 온도가 낮아 도심 열섬현상 해소에도 기여한다. 아울러 ㎡당 미세한 입자 대기오염을 74㎍에서 48㎍까자 35% 감소시켰다. 이전에는 대기오염으로 호흡기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2배 이상이었다.


사회적 효과
교통체계 개선으로 2003년부터 2008년 사이에 버스 이용자가 15.1% 증가했고, 지하철 이용자수가 33% 증가했다. 매일 평균 64,000명이 청계천을 방문하며, 그중 1408명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한화로 21억 원(1.9만 달러)을 소비한다.


경제적 효과
청계천 반경 50m이내의 땅값도 30~50% 상승했다. 2002년부터 2003년 사이에 청계천 지역에 기업이 3.5%의 증가했으며, 청계천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이 0.8% 증가했고, 서울 도심 내에서 일하는 사람은 2.6% 감소했다.


청계천의 지속가능성
- 보행자, 자전거, 야생동물이 이동할 수 있는 5.84㎞의 녹색 통로를 만들었다.
- 보행자전용다리 12개, 보차혼용다리 10개 총 22개의 다리와 5개의 지하철도, 18개의 버스라인이 모두 연결되어 교통네트워크를 형성한다.
- 복원도니 수로 간의 연결을 다시 설정했다. 청계천은 중랑천과 만나며 결국 한강과 연결된다.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장소에 조성된 습지는 생태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 여름철 장마기간을 제외하고, 한강과 몇몇 지하철 역사의 지하수를 유입해 평균 40㎝로 한결같은 수심을 갖게 된다.
- 기존 버드나무 습지, 얕은 곳, 습지는 29개의 다른 복원지역을 따라 어류, 양서류, 곤충, 조류의 서식지를 만들어냈다.
- 물고기의 산란지는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곳에 조성됐다.
- 계단식 수직벽은 방문자에게 계절에 따른 수위변화로 잠수된 부분이 드러나는 등 흥미를 제공하고, 도시의 홍수방지를 도모한다.
- 자연석은 두 제방을 연결하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유속과 수위를 조절한다.
- 고가도로 철거 시 나온 모든 고철과 95%의 폐콘크리트, 아스팔트는 청계천 복원사업에 재사용됐다.
ⓒNepal Asatthawasi, CABE


청계천의 시작, 어려웠던 도전
청계천을 덮고 있던 노후화된 고가도로는 안전상 복구하거나 제거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고가도로 철거에 대한 안은 여러 이유로 반대에 부딪혔다.

교통전문가들은 고가도로를 지나는 교통량이 하루에 169,000대로, 고가도로를 제거하는 것은 도시의 북쪽 끝에서 교통 혼잡과 혼란을 증가시킬 것이라 우려했다. 지역 상업인들도 교통 혼잡과 매출액 감소 등의 이유로 반발했다. 사실상 청계천의 물은 여름철 장마기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아 도시의 생활편의시설 공간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청계천을 덮고 있던 고가도로의 콘크리트 상판을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12개의 보행자전용다리와 보차혼용다리 10개, 총 22개의 다리로 청계천의 양측을 연결하는 것을 제안한 것이다.

뜨거운 감자였던 교통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도시 중앙에 자동차 사용을 제한하고, 버스노선을 추가해 개선된 교통체계를 구현했다. 반대하는 자영업자들과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시는 4,200번의 회의를 거쳤으며, 기업에는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복원사업으로 인해 거처를 옮겨야 하는 상인들과는 특별협정을 맺었다.
장마철을 제외하고 흐르지 않는 물은 한강물과 몇몇 지하철 역사의 지하수를 끌어와 수심 40㎝의 일관된 유량을 유지하는 계획을 세웠다.


청계천 다리 ⓒ서울시설공단


청계천의 경제적 가치
노후화된 고가도로를 그대로 수리했다면 수리기간 3년과 1,000억 원(90만 달러)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 비용은 청계천 복원 비용보다 2,890억 원(260만 달러)이나 절감되는 비용이다. 그러나 복원은 약 22조(1.98억 달러)의 자본투자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가치가 없었다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다.


청계천 복원이 주는 교훈
청계천은 초기 계획과 설계 단계에서 모든 사용자의 요구를 고려하지 못했다.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특정 사용자 그룹의 이용을 간과한 것이다. 이들의 시위행진으로 인해 7곳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무료 휠체어를 제공하긴 했으나 이 설계는 나중에 추가된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었고, 완벽하게 통합적으로 접근 가능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청계천의 생태학적 효능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방안도 교훈이 된다. 호안 저수부의 화강암을 초지로 바꿔 생물서식지를 늘리고, 깊은 물에 수제를 설치해 빠른 유속을 줄여 어류의 서식지를 개선했다. 강변의 낮은 땅의 변화로부터 무척추동물을 보호하고, 우회하는 대체 채널을 만들어 물고기들의 이동을 유도하며, 식생여과대를 통해 도로에서 유입되는 빗물로 인한 오염물질을 낮춘다.


ⓒNepal Asatthawasi, CABE
 
청계천이 가지고 온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효과는 조경행위가 제공하는 공익적 기능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 밖에도 조경분야는 그동안 서울숲, 선유도공원, 광화문광장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공공간을 조성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서소문역사공원을 시작으로 마포석유비축기지공원화사업, 서울역고가공원화사업까지 조경이 두각을 나타내야 할 프로젝트에서 조경의 역할이 좁아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조경전문가는 “조경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조경가들의 역량에 대한 ‘잘못된 평가’를 반전시킬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청계천 10주년에 무감각한 조경분야의 동향이 아쉬운 이유이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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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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