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분 고무밴드 미제거, 하자아냐 ‘확정’

조경계 의견 반영해 행정예고 변경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5-12-18

“고사되지 않은 조경 수목의 뿌리분 결속재료를 제거하지 않은 것은 하자가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17일 확정 고시한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방법 및 하자판정기준’에서 조경수 뿌리분 결속재료 유무에 따라 시공하자를 판단했던 개정안 내용을 뒤집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이하 조경협의회)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조경직 의견이 반영된 결과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10월6일 행정예고를 통해 결속재 제거 여부에 따라 시공하자를 판별토록 했다. 조경수의 뿌리분 결속재료(고무밴드, 철선)를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무의 생육상태가 불량하다면 이를 시공하자로 보았던 것이다. 

 

국토부의 이러한 결정에 조경협의회와 LH는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에 ‘뿌리분 결속재료 제거여부는 시공하자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수정 의견서를 보내며 시공현장에 맞는 기준 개정을 촉구했다. 

 

조경협의회는 ‘뿌리분 결속재와 시공하자가 어떠한 상관관계를 갖는 것일까? 오히려 이를 제거했을시 정착하지 못한 나무는 바람에 흔들려 뿌리분 균열을 일으킨다. 따라서 하지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노출된 결속재를 제거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생육상태 불량원인이 뿌리분 결속재료에 의한 것인지를 판단할 주체도 없기 때문에 혼란만 야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의를 조경계 내부에 공론화시키고, LH 관계부서와 함께 국토부에 이의를 제기해 온 안상욱 센터장(LH 천안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역시 “실무경험과 논문결과를 종합할 때 뿌리분 결속재 사용은 이식된 나무의 초기활착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했다. 수목이식에서 수분과 양분의 물리적 연속성을 위해 결속재 사용은 필요하다며, 이번 국토부 고시결정을 반색하였다.  

 

박현 박사의 ‘조경수목 이식 시 고무밴드 결속재가 활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개정안을 반박하는 참고자료가 됐다. 논문은 ‘고무밴드를 제거하지 않은 상태로 식재되더라도 초기 생육 및 근부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다’며 다양한 실험을 통해 뿌리분 결속재와 시공하자의 무관함을 규명했다. 2009년 환경부 공문도 ‘조경수목 생육에 지장을 주지않으면, 고무밴드를 제거하지 않을 수 있고 이 때 고무밴드는 폐기물이 아니라고’ 밝힌바 있다.
 
김재준 회장(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은 11월25일 환경조경포럼에서 “학술연구도 관련 업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사례처럼 조경분야가 산업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함께 연동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속재 미제거와 이식 수목 고사의 상관관계 규명에 조경식재업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이식한 수목이 고사됐을시, 뿌리분에 고무바가 결속돼 있다면, 식재기반 불량이나 유지관리 소홀의 요인은 묻히고, ‘수목고사 이유는 고무바’로만 몰리게 된다”며, 이로인한 하자보수 부담은 시공업체가 온전히 지게된다고 토로했다.

 

뿌리분 결속재 항목이외에도 조경협의회 등의 노력으로 하자판정기준 내 조경관련 일부 조항이 현실적으로 교정되기도 했다.

 

조경수 고사기준도 그 중 하나이다. 10월 행정예고된 개정안에는 조경수 고사기준을 ‘수관부 가지 3분의 2 이상이 마르거나, 지엽 등의 생육상태가 불량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제시하였는데, 확정된 기준에서는 ‘수관부의 가지 3분의 2 이상이 고사되거나, 수목의 생육상태가 불량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변경됐다. 조경협의회는 ‘가지와 잎이 마르더라도 수분 공급시 회복되는 경우가 많고, 가지와 잎의 생육상태가 불량해 고사라고 판정하는 것은 수목 생리적으로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밝혔다.

 

이렇게 뿌리분 결속재 논란은 일단락되었지만, 정부기관과의 관계구축은 조경계의 새로운 과제로 부상했다.

 

일반적으로 법을 개정할 때에는 입법예고 등의 공개과정을 거쳐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게 되어있지만, 훈령, 예규, 고시, 지침과 같은 행정규칙의 개정은 통상 정부기관과 관련 법정단체를 통한 의견조회만 이뤄진다.

 

주택법과 그 시행령에서 국토부장관에게 위임한 행정규칙인 공동주택 하자판정 기준도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건축사협회,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대한주택관리사협회’에 한해 의견조회가 이뤄졌다. 조경공사 표준시방서를 저술하는 한국조경학회나 한국조경사회는 법정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토부 의견조회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안상욱 센터장은 “현재 조경분야의 중요이슈인 ‘건설기술자 등급 인정 및 교육․훈련 등에 관한 기준(조경기술자격 확대)’도 행정규칙이기 때문에 6월30일 시행 이전에 조경분야가 확인할 수 없었다”며, 법정단체가 아니더라도 정부기관의 조경관련 정책을 접할 수 있는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방법 및 하자판정기준 고시 전문]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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